평범한 날이 쌓여야

특별한 날이 된다

by 캐리소

과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루한 날들에 끝이 있을까.


먹고, 자고,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일하고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고,

또 먹고, 자고...

매일 똑같은 일상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런 날들에 넌더리가 났다.


이제야 돌아보니,

그런 날들 속에서 아이들은 자랐고, 사건은 해결되었으며, 가족들의 상황이나 위치, 형편도 달라졌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독립하는 날이 도래하기도 했다.

일상은 이어졌지만, 결과는 언제나 급작스러웠다.

모든 일 속에는 결말이 포함된다.


똑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루한 일상과 평범한 날 속에 모든 씨앗이 들어있었다.


배움의 씨앗,

사유의 씨앗,

성장의 씨앗,

자립의 씨앗,

공부의 씨앗.


이 씨앗들의 특징은 수많은 하루하루를 물처럼 흡수해야 특별한 열매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한다.

그릇과 그릇의 스토리를 듣는다.

물이 쏟아지는 음률 속, 퍼뜩 떠오르는 문장을 붙들기 위해 고무장갑을 벗는다.

미천한 문장일지라도, 지금 내 인식을 지나가는 것이라 반갑다.


안 써지는 글이라도 좋다.

안 써진다는 건, 곧 써질 것을 전제하는 상태이므로 고맙다.

전제된 상태를 완성하는 어느 시점을 기다리며 나는 쓴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엇이 내 속에 있으니, 금은보화 가득 찬 묵직한 상자를 앞에 둔 듯 기대롭다!



평범한 날은 길에 구르는 돌이지만, 연금술을 위한 재료다. 귀금속을 제련하려면 '평범한 날'의 총량을 쌓아야 한다.


무료하다고 착각했던 평범한 일상은 나의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절대자가 나를 익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잘 지나온 자에게 내미는 선물, 선물은 과거부터 준비되었던 것이다.

특별한 링 위에 오르는 날이 그렇게 내 눈앞의 선물처럼 온다.


날마다의 삶이 특별한 날을 짓는 거미다.

그걸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번뜩 그날이 오면 갑자기 내게 왔다고 착각한다.

어느 시간, 어느 시점에 퍼즐이 딱 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깨닫게 된다.

그때, 그 일은 이때를 위함이었다는 것을.


크로노스의 시간을 지나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일반적인 인간의 시간, 곧 역사를 쌓으면 특정한 일이 발생하는 신의 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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