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이 말씀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 멈추었다.
내게 악은 무엇일까?
즐거이 악을 끌어안지 않았지만 맹렬히, 적극적으로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저 악을 피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생각 속에 어느새 젖어든 악이 나를 송두리째 뒤흔든 일이 있었다.
지난번 나도 모르게 악을 방관했다.
방관이라면 직접 나서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는 것인데 쓰고 보니 방관이 아니라 그 일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악의 원흉이 될 뻔한 것이다.
사실 그게 악인지도 모르고 막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
그때 호되게 제동을 걸어준 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만약 내 생각대로 진행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지함과 미련으로 오염된 내가 무엇을 담든지 내게 담기는 것을 오염시켰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빛으로 내게 오더라도 오염된 채로 빛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 내 글, 내 삶 자체가 나의 무지의 악으로 더러워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가슴을 치면서 후회했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숨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숨어버린다면 나의 과오를 본 다른 분들에게 과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악이 악인 줄 모른다는 것조차 악의 한 부분이다.
악에 대한 무딘 마음으로 스위치를 끈 상태로 따라가는 건 생에 대한 방관이며 방치다.
악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내 모습을 알아차렸을 때는 바늘구멍에서 새고 있는 공기를 본 것 같았다.
악을 차단하는 센서가 망가진 채 새고 있는 공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악이 내 삶을 통째로 흔들어 붕괴시킬 수도 있었으니까.
진실로 내가 우주의 섭리를 이루는데 쓰일 사람이라면 작은 악이라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엄마의 유산 계승의 첫걸음을 떼려고 한다.
엄마의 유산 속 내 글이 '성장'이며 '공감'인데 그 글에 걸맞은 깨끗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글이 나를 이끌어 가고, 글이 나를 가르치지만 이젠 글과 나란히 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쓴 글에 부끄럽지 않은 글쟁이로서 글이 가는 길에 나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거짓을 내 안에 허용했고 은근슬쩍 타협했다.
사랑에는 거짓이 없다고 한 말씀을 비춰보면 결국은 사랑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셈이 되었다. 그렇다고 죄책감속에 나를 넣어 계속 후회의 회로를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 과녘을 벗어나서 다른 길로 떨어졌다면 다시 추스르고 일어나면 된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다시 되돌려 나오면 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계속 나를 관찰할 것이다.
감시할 것이다. 내가 깨어 있다면
우주도 나를 일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