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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한 원동력

by 캐리소


우리는 우리의 창조물들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확장하는 기쁨을 누린다.- 헬렌 슈크만, 기적수업.


첫째 손자가 학원에 가고 나서 홀로 남은 둘째 손자가 소파에 앉아 있다.

식탁에 앉아 글을 다듬다가 답답해진 나는 둘째 손자에게 물었다.


"주호야, 뭐 하나 물어볼게. 할머니 좀 도와줘."

"네"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해질까?"

"재미있게 놀면요."

"재미있게 놀면 누가 제일 행복할까?"

"나랑 하나님이요."

"왜?"

"하나님이 날 만들었으니까 젤 행복하죠."

"그렇구나, 그럼 주호는 어디에서 뭘 하며 놀고 싶어?"

"천국에서 구경하고 놀고 싶어요. 이제 그만 물어봐요. 할머니 숙제니까 할머니가 해요!"


더 길어질 것 같으니 머리가 아팠나? 단칼에 정리하는 손자의 귀찮음이 전달돼서 낄낄 웃었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삶의 바탕이 되는 것들을.

제일 낮은 것이 가장 단단한 시금석이다.


마음과 이성을 단련시키고 싶은데 자꾸 늘어지는 해파리처럼 흐물거려 나를 추어올리느라 애먹는다.



고통이 그렇게도 참을 수 없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가 만족을 정신에서 얻는 습관을 갖지 않고, 우리들의 조건과 행위의 유일한 상전인 우리 심령의 힘에 기대지 않는 탓이다.

마음은 모든 종류의 형태로 변할 수 있고, 육체의 느낌이나 다른 모든 사건을 무엇이든 그 자체에, 그리고 그 자체의 상태에 맞추어 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을 연구하고 탐색하며, 그 속에 있는 전능한 원동력을 일깨워야 한다.

-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고통이 참을 수 없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령이 건조하고 갈급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마음이 모든 행위와 행동의 바탕이 되는 것은 맞다.

전능한 원동력이 됨을 확신하면서도 관성에 무릎 꿇을 때가 적지 않다.


전능한 원동력은 창조물을 만든다.

창조물과 나는 하나이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도 나다.


손자와의 영롱한 대화 한쪽과,

몽테뉴의 글 하나로 오늘의 피로를 씻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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