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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먹고 살아?

by 캐리소


뭐 해 먹고 살아?

아들이 묻는다


시간이 재배한 열매들을 야금야금 그러 모아서

땀으로 눈물로 데워가면서

그렇게 너를 먹이고 살아


지면이 두손에 받은 식재료를

씻고 빻고 삶아서

입 안에서 돌아가는 우주를 씹으면

삶이 쌓이고 생명이 가동되나니

먹는다는 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우주가 맷돌 가는 소리를

입안에서 들리게 하는 일


생명을 이어가는

매일의 일


맵고 알싸한 생의 맛도

입 안에서 갈아지면

양식이 되고

영혼의 영양이 되나니


너의 삶을 으깨어

너를 먹이는 숭고함을

너 스스로 길어올리렴


아들아

너 하나 먹여 살리는 일은

온 우주를 움직이는

숭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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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