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존재하는 것

by 캐리소




내가 누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나'는 스스로 이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제외하고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보다 더 복잡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나는 단지 지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계속 변화하며, 그 변화의 폭과 강도는 나의 이해를 초월한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본질상 불멸하는 영혼은 아기로 태어나기 전에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태어나는 순간 다 잊어버리므로 삶의 경험을 통해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 가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의 능력 중 유전자 수준에서 동면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오랜 진화를 거쳐 우리에게 구축된 능력들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 발현한다. 이는 우리가 과거의 지혜를 간직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정신도 물에 담가 짠 옷가지처럼 늘어진다.

피곤에 절여진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는다.

몸은 피곤을 입었지만 정신은 몸에 지고 싶지 않다. 난 할 일이 있는 사람이다.


그때가 정신 속에 숨겨진 지혜를 가장 깊이 있게 끌어다 써야 할 때다.

그러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잠재되어 있을 것이 분명한 인내력과 스스로를 믿는 신뢰도 함께 발맞추어 작동한다.


지혜가 내 안에 있지만 어디까지 나를 확장해서 보여주게 될지는 짐작하지 못한다. 하늘이 내려준 천재성을 다 사용할 수 있을지 말지 의구심이 든다.


천재성이라고 하니 뭔가 특별한 능력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맞다!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으나 그 사실을 결코 믿으려 하지 않는 그것이 우리 안에 틀림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천재성의 구현은 촘촘한 일상이 쌓여 커다란 에너지로 폭발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일상에선 의외로 천재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구축된 능력들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 발현하게 되면 삶 속에서 드러나는 안정에서 혼돈, 혼돈에서 다시 안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변함없는 귀결이 된다.

그래서 누구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에너지로 삶을 만들어간 셈이다.


오전 시간을 다 소진해 써버리고 다시 리셋해서 오후의 창조를 이루어 나간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한 힘의 일부로서의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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