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생각

by 캐리소

책상에 앉아

뭔가에 몰입하다 보면 오른쪽 어깨와 허리가 뻐근하다.


사람의 몸은 참 정직하다.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편한 쪽으로 자꾸 기울어진다.

시간이 가면 부지불식간에 척추도

기울어진 모양대로 변형이 된다.

몸의 변형을 막으려면 편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

목, 팔, 허리, 다리의 가동성을 확보하려면 편한 방향보다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몸의 작동과는 다르게 저항을 저항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냥 툭 풀어버려야 하는 것,

바로 감정이다.



사회에서 길들여진 탓에 사람들은 긍정적 감정마저 억제하고 억압한다. 사랑을 억제하면 상심한 가슴에 심근경색이 일어난다. 억제된 사랑은 애완동물을 지나치게 떠받들거나 그 밖의 갖가지 것을 숭배하는 형태로 다시 나타난다. 진정한 사랑은 공포가 없으며 애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잃을 수 있다는 공포로 인해 과도한 애착과 소유욕이 힘을 얻는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에 대해 자신이 없는 남자는 질투가 심하다.


놓아버림, P. 42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정직하게 발산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 감정을 드러내는 게 맞는지, 이게 왜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몰라서 허둥댔다. 그래서 50이 넘은 지금까지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호한 상태였다.

그런데 데이비드 호킨스는 오래된 체증을 시원하게 뚫는다.


그는 감정에서 도망치거나 감정에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감정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저항 때문에 감정이 지속된다는 말 앞에선 괜히 눈물도 났다.

열심히 도망쳤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허탈감이었을까?

아니, 오랫동안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를 풀어낸 명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정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지금 바로 삼켜야 하는 뜨거운 감자도 아니었다.

그저 감정을 바라보고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감정에 생각을 입히고 또 입혀서 뚱뚱하고 딱딱하게 만든 적이 많다. 결국은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의 갑옷을 지어버린 꼴이었다.



생각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게끔 마음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다.

생각을 좇으면 계속해서 생각에 점유될 뿐이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면

뒷목이 뻣뻣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자동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넓은 창 하나로 비치는 창밖의 풍경은 고요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고요하니 바깥도 그럴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내 창문을 열면 온갖 소리들이 앞다퉈 들어온다.


'생각이 너무 많아, 거미줄 같다.'

다시 창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생각 좀 해라. 왜 이렇게 생각 없이 사니?"

생각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각 있는 선택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은 당연하고 당당하게 나를 잠식했다.

그러나 생각이 많다는 것은 감정의 파도 속에 휘말리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도 바빴다.

몸은 루틴대로 움직였고 시간은 밀도 있게 흘러갔다.

더 깊이, 더 많이 해내지 못한 것이 살짝 아쉽지만 괜찮다.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난 대로 둔다.

생각하지 않고 몰입하는 시간,

그것이 나를 가볍게 한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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