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창에 가만히 기대어 눈을 감는다.
엔진의 진동이 창을 지나 내 몸을 흔든다.
어디 편안한 요람에라도 누운 것 같다.
이래서 내가 차만 타면 자나보다.
달리는 버스의 리듬에 흔들리는 대로 온전히 몸을 맡긴다.
신기하게도 힘을 풀면 풀수록 복잡했던 머리도, 긴장했던 마음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조차도 부드러운 안온함 속으로 녹아든다.
이때는 곧게 허리를 세울 필요도 없고,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려고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부릅뜨지 않아도 괜찮다.
긴장감이 풀려가는 이 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다.
그저 무너져 내리듯 기대어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휴식이 된다.
어쩌면 '기대는 일'은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처음부터 운명처럼 붙어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머릿속으로 가만히 '사람 인(人)' 자를 그려본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두 개의 선이 맞닿아 있는 모양.
한쪽이 없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말 그 위태롭고도 다정한 구조를 보며,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무언가에, 혹은 누군가에 기대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기대고 있으면 존재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 버석한 상태가 될 때,
그 메마름 속에 남겨졌을 때,
말 없는 사물에라도 가만히 몸을 기대는 그 무방비한 찰나,
바싹 말라 있던 마음의 밑바닥에서부터 안도감이 차오르면서 기어이 따뜻한 물기가 어리게 만든다.
이 안온함을 콧김으로 음미하며 나는 조금 더 깊숙이 마음을 묻는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은 '옳음'을 재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자연은 전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간다. 한 행성의 탄생과 성숙은, 그 별의 평형과 궤도는, 강한 바람에 휘어진 나무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또 모든 동식물을 먹여 살리는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스스로 충족되기에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영혼이 시범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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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성장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자연의 영혼.
행성이 궤도를 도는 것도, 나무가 바람을 견디는 것도 누구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자기 자신에게 철저히 의존하며 일궈낸 '스스로 그러함(自然)'의 결과다.
별들이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평형을 유지하며 궤도를 도는 것은, 각자가 거대한 자기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머슨이 말한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영혼'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결국 가장 단단한 삶이란, 아무도 봐주는 이 없어도 제 궤도를 묵묵히 지키는 별처럼, 스스로의 중력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의존하는 동안에 다른 이들에게 잉여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