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예약문화를 정착시킨다

by Lohengrin

코로나 19가 창궐하다 보니 올 가을은 독감 예방 접종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접종 후 부작용이 몇몇 보고되어 걱정이 많긴 합니다만 기저질환이 있는 노령층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사례들이라 예방접종을 기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분위기상 올해는 필히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지 하고 있음에도 아직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습니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예방주사를 놔준다고 회사 주변 병원들의 약도를 보내주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뭐 예방주사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매년 무시해 왔습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시작한 것은 최근 2년 정도 되었나 싶습니다. 나이 듦에 대한 염려가 발로이지 않을까 합니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학교에 보건소에서 나온 간호사 누님들이 큰 주사기 하나로 여러 명의 꼬맹이 팔뚝을 계속 찌르던 무시무시한 기억이 있습니다. 주사기 하나로 전염이 무언지도 모르고 예방접종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한심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팔뚝이 벌거스름하게 달아오르면 친구들이 팔뚝을 치며 장난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 그 시절 이후 예방접종이라고는 맞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나름 잔병치레 한번 안 하고 살아오긴 했습니다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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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방접종은 끊임없이 해야 하는 모순이 함께 있습니다.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이 공존하며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인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분화되어 등장한 것은 불과 20만 년 전입니다. 지금 현생인류보다 더 오래 지구를 지배하던 생명체는 무수히 많습니다.


공룡이 1억 5천만 년 이상을 지배하기도 했고 지구 대기에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던 시아노박테리아는 40억 년을 살며 지구를 지배했고 아직도 번성하고 있습니다. 인간보다도 오히려 더 번성하며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박테리아입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로 파악하는 학습을 한 덕에 자기 종들만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예방접종은 아주 미약한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몸의 항체가 미리 저항력을 키우도록 준비운동을 하게 하는 역할입니다. 나중에 대규모의 본진 바이러스가 밀려왔을 때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미리 파악해 대처하도록 훈련을 해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올해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 중에 하나를 배양하여 항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항상 새로운 변종으로 거듭나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올해 맞을 주사가 어느 바이러스와 같은지는 운에 맡기는 것이 나을지 모를 정도일 겁니다. 그래도 바이러스의 변화 패턴을 조사하고 확률이 높은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접종을 합니다. 예방의학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확산을 최소화시키고 적응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같은 것으로 혼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 존재는 확연히 다릅니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가 있어야 합니다. 자생적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만 가지고 있기에 숙주에 붙어 숙주의 단백질과 효소를 활용해 증식을 합니다. 반면 박테리아는 모든 생명정보가 들어있는 하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세포분열을 통해 자가증식을 합니다. 박테리아의 다른 이름이 세균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항체가 없었던 15세기 북남미 원주민들은 유럽인의 아메리카 진출 시 옮겨진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륙인구의 90%가 몰살당하는 참변을 겪었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지적했듯이 총이 아닌 균으로 인하여 정복당했던 것입니다. 근대 산업 발달이 먼저 있었던 유럽이 정복전쟁으로 식민지를 넓혀나갔던 지역은 모두, 원래의 민족 국가 형태를 잃어버렸습니다. 아프리카가 그렇고 남미가 그렇고 북미, 호주, 뉴기니 모두 그렇습니다. 아시아에도 유럽인의 마수가 뻗쳤습니다만 유일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아시아인들의 강인한 생존력에 대해 인류학자들이 다시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한자문화권의 나라들은 다시 번성하여 유럽인과 동등해져 가고 있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바이러스처럼 유연한 변형 능력과 흡수력이 내장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밀려와도 빠르게 적응하여 면역력을 키워 생존력을 높이고 다시 후대에 전하여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왔기에 어떤 역경의 상황이 와도 의연히 생존의 길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유연성과 확장성, 적응력은 인간이 배워 인문으로 진화시킬 항목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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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미 코로나 19는 인간사회의 기본 틀을 바꾸는데 혁혁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긍정의 방향이 작동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 식당을 비롯하여 대부분 자영업자 가게들에 손님이 끊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차분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사람들도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한 달에 한번 가는 동네 미용실 원장님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예약 손님만 받는다고 합니다. 봄부터 지금까지 6개월 정도 지나니 손님들도 당연히 예약을 하고 찾아오게 되니 미용실 입장에서도 시간관리를 할 수 있고 예약 상황에 따라 준비를 할 수 있어 편해졌다고 합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마냥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소규모 업소에서도 예약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동네 미용실로는 조금 넓은 편인데 2~3명의 헤어디자이너에게 공유 오피스처럼 분양을 하여 각자의 예약 손님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대면 문화 확산이 마냥 힘들 것 같았는데 이렇게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업종에서도 약간의 '관점의 이동'만으로도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음을 코로나 19는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여 살아남을 것인지는 자명합니다.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감염의 비율을 최소화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을 유지해야 함도 당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현재 감염 차단 방법은 아주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왔다고 코로나 19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정도일 겁니다. 백신이 없고 치료제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이니 감염되면 죽는다면 막연한 공포보다는 의료 일선에 계신 전문가들을 믿고 개인위생에 철저히 대처하여 코로나 19의 숙주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인 듯합니다. 면역력 확장에 대한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으나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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