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운송 자격증
“화물차 좀 알아보려고요. ”
“화물? 대형 화물이요? 아, 화물일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요. ”
화물차를 파는 딜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화물 일은 시작하지도 말라고.
남편은 5년 동안 하던 일의 폐업 신고를 했다. 무척 허무하게도 폐업신고는 인터넷 홈텍스에서 클릭 몇 번으로 끝났다. 사업자는 5년이었지만 일을 해 온 기간은 15년이 넘는다. 어릴 때 주말에 놀러 나가지 못하고 콩포대를 나른 것에 대학교 때 시험기간에도 불려 가 일한 것까지 합치자면 인생 전반에 걸쳐해 온 일이었다.
1년에 딱 이틀, 명절 당일만 빼면 하루 온전히 쉬어 본 일이 없고, 일요일 오전만 일한다고 해도 오후에 추가 주문 전화가 오면 매번 달려 나가던 남편이었다. 하지만 주문량이 줄면서 규모는 예전 같지 않았고 왜 재료 살 돈이 없냐는 핀잔에 스트레스받아하는 남편에게, 나는 몇 년을 부은 적금을 깨서 건넸었다.
“아이고, 돈 많이 버셨어 사장님?”
“아니요, 돈 많이 못 벌었어요.”
“아유, 사장님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사장님처럼 성실한 사람이 없는데.”
“그동안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제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장님은 어디 가서도 잘할 거예요. “
거래처 사장님과 인사할 때마다 남편은 울컥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나같이 고생했다고, 뭘 해도 잘할 거라는 위로와 인정을 받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텅 빈 구멍이 소리를 냈다.
남편은 화물차 견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본 카고에 윙바디를 달면 추가, 길이를 늘이면 얼마,
볼보는 너무 비싸고 타타대우차는 얼마, 인터넷에 올라온 화물 매물은 사기가 많아 무척 위험하고 취업사이트에 뜨는 화물 관련 잡오프닝은 더 위험하고.
화물 앱을 깐 후에 콜을 잡아서 일하는 것을 콜발이라고 부르는데 콜발이를 하다가 고정 일이 생기면 좋단다. 아무래도 100프로 프리랜서보다는 믿을만한 거래처가 한두 군데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수십 번 반복해서 얼굴 도장을 찍은 콜발이에게 어쩌다 주어지는 보너스 혜택이니 쉽게 얻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화물일을 하려면 먼저 화물 운송 자격증을 따야 했다. 남편은 자신의 일을 정리하며 자격증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개그로 채워지던 남편의 유튜브는 대형화물 관련 영상으로 채워졌고 모의고사를 본 후로는 충분히 붙을 거라며 자신 있어했다. 하지만 하던 일을 정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고 오랜 시간 걸려 정리해 준 거래처와 코스 등은 다시 하라는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일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남편은 분개해했다.
남편은 오전 일을 끝내고 시험장으로 달려갔다. 지난 며칠간 아침, 저녁으로 인수인계를 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은 합격했고 며칠 후에 남편의 사진이 박힌 화물운송 자격증이 우편으로 배송되어 왔다.
그리고, 중고 화물차와 자리를 사겠냐는 제안을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