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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

정부는 도대체 뭐 하는 건가

by THERISINGSUN Feb 22. 2025

우리는 국가에 우리의 주권을 맡겼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고 병역 대상자들은 국방의 의무도 진다. 대한민국헌법은 납세, 국방 외에 교육, 근로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것들을 의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무라면 교육도, 근로도 얼마든지 감당할 의사가 있다. 바라건대 좋은 교육, 좋은 일자리의 의무를 부여해 달라.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은 국민국가의 의무다. 국민에게는 권리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거의 보장이 안 되는 명목상의 권리다. 공교육은 너무나 무기력해서 사교육이 필수가 됐고, 고용시장은 불안정해서 원하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79%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관련 지출이 연간 27조 원에 달한다. 또한 구직급여와 취업촉진 수당 등 지급된 실업급여연간 12조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는 국가에 주권을 맡겼고 세금을 내고 있으며, 기타 다른 의무들까지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정부가 넘겨받아 기능하고 작동하고 행사한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의 역할은 먼저, 척후병(斥候兵)이다. 앞으로 세계 정세가 어떨지, 세계 경제상황이 어떨지, 어떤 기술 산업 시장을 선할지를, 기업보다, 국민들보다 앞서 나가서 미리 확인하라고, 그래서 알려주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게 하라고, 그거 하라고 주권을 맡기고 세금을 내는 거 아닌가. 그거 한다고 각 부처 만들고, 각국에 대사관 만들고, 공공기관 만들고, 그리고 수많은 연구기관 만들고 석박사급 연구인력 채용해 가며 막대한 세금 쏟아붓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뭐 하고 있나.


다음은 선발대(先發隊)다.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대비해야 할지 확인했다면, 먼저 나가서 싸워야 한다. 시장을 개척하고, 필요한 인력은 유치하고 또한 육성해야 한다. R&D 예산을 투입해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전력량을 확보하고 송전선도 깔고 필요한 인프라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존재감이 없거나 헛발질하는 외교정책, 통상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고, 5년 내 반도체 인력 30만 명 부족이 예상되며, 한 반도체 생산시설에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도대체 이럴 거면 세금은 왜 걷고, 부처와 공공기관은 왜 만들고 인력은 왜 채용하는 건가.


다음은 후발대(後發隊)다. 모두들 앞서 간 후 뒤쳐진 기업, 낙오한 국민이 없는지 잘 살피고,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 그들을 먹이고 치료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복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이 망가졌다. ‘제발 아프지 마라.’가 일상 덕담이 됐다. 복지시스템도 엉망이다. 여기저기서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고 있다.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는데 각종 연금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손 놓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지휘부(指揮部)다. 룰을 정하고 모두가 지키도록 해야 한다. 위반하는 자가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 관리하고 감독하며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최대치의 성장을 이룬 후에는 그 열매가 사회 곳곳에 분배되도록, 특히 약한 곳, 낮은 곳까지 빠짐없이 넉넉하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정치는 사법화되고 사법은 정치화되고 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정부가 지휘부(指揮部), 척후병(斥候兵), 선발대(先發隊), 후발대(後發隊)의 역할을 다하게 하겠다. 그렇다면 기업과 국민은 본대(本隊)다. 최전선에서 직접 싸운다. 척후병이 앞서가서 적진을 살피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훌륭한 작전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선발대가 화력 좋은 무기로 적의 예봉을 꺾어준다면 전력 손실 없이 적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본대는 대승, 압승을 거둘 것이다. 후발대가 낙오병과 부상병까지 챙겨준 덕분에 우리 모두는 한 명 열외 없이 전원이 승전 축하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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