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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에게 추천할 곳은 어디인가

관광대국 대한민국을 꿈꾸며

by THERISINGSUN Mar 09. 2025

우리나라에 여행을 온 외국인 친구에게 추천할 곳은 어디인가.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은, ‘여행을 떠나자’에서 언급했던, 모든 여행자들이 목적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이다. 다음 생각할 것은 대한민국만의 고유함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고유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곳은 어디인가 이다.


먼저 보고 싶은 것 하면 경복궁 등 서울의 5대 궁궐 정도, 먹고 싶은 것 하면 광장시장, 서촌, 강남 정도, 놀고 싶은 것 하면 케이팝 콘서트, 뮤지컬, 롯데 월드 정도가 떠오른다. 생각하고 보니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고유함이 내재된 콘텐츠가 주를 이루게 된다. 고유하지는 않더라도 특별한 곳이라면, 제주도가 떠오른다. 섬은 어디든 있고 트래킹 코스도 여기저기 유명한 곳들이 많지만, 제주도 그리고 올레길은 특별하니까.


사실 그 정도 외에는 더 추천할만한 곳이 없다. 굳이 더 찾아보자면 부산 바닷가,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 등도 있지만, 일분일초가 소중한 해외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에게 거의 하루를 소비하면서 다녀오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들이 많은 콘텐츠들이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지역은 서울(80.3%), 경기(13.3%) 등 수도권이 거의 전부이고, 전남, 광주, 충북, 세종은 1%를 밑돈다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를 ‘여행을 떠나자’에서 밝힌 바 있다.


조금은 미안한 얘기지만 다양한 여행 후보국들, 특히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들을 놓고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추천해야 한다면, 과연 그 하나는 대한민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광을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 ‘민간 외교’라고 하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관광산업, 관광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데, 과연 우리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역시 자신이 없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2019년 역대 최고인 1750만 명을 달성했다. 케이팝을 필두로 하는 한류 열풍이 이뤄낸 성과이고, 순전히 민간이 해낸 일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 보복 관광 수요가 폭발하면서 다른 관광대국들은 관광객 수와 관광수입의 신기록을 연신 갈아치우고 있지만, 우리는 2019년의 기록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있고, 외교부가 있으며, 한국관광공사가 있다.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해외에 주요 거점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정치가 문제다’, ‘정치의 효용’, ‘보이지 않는 정치’, ‘권력의 속성’, ‘국가의 역할’, ‘국정과제의 탄생’, ‘세금에 대하여’,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정부업무평가’ ‘지방자치제도’ 등에서 언급했던 우리 정치와 행정에 내재된 총체적 부조리가 관광분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관광산업도 그 성패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나라 여행수지는 2000년 이후 24년 연속 적자이고 2024년에는 1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를 찾아오는 소비자보다 떠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24년 연속. 대한민국은 관광 상품으로써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2019년 최고점을 찍기까지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민간이 주도했다. 이제는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서 크게 도약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쟁력’에서 ‘누구나 원하는 것을 나만 가지고 있을 때’ 그걸 경쟁력이라 한다고 했다. 해외 관광객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할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을 찾는데, 우리는 뭘 내놓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내놓을 것들이 다른 나라들, 특히 경쟁국인 아시아권의 나라들이 내놓는 것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는 우리만의 경쟁력인 한류 열풍에 기대어 그 후광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그 열기가 사리지고 난 후 순수한 관광 자원만을 가지고 승부를 해야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여행은, 분류하자면 가격 대비 성능이나 만족도높을 때 유리한 상품은 아니다. 여행에서 가성비, 가심비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여행은 그보다는 명품 소비에 가깝다. 특별한 경험과 행복을 줄 수만 있다면 시간과 돈은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는 상품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관광 정책의 전략이 나아갈 방향은 확고하다. 대한민국만의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는 고유함, 그리고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별함을 만들어내야 한다. 거기에 그런 것들을 즐기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숙박, 교통 등의 편리함, 친절, 치안 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보장되어야 할 기본이다. 한 때 우리를 부러워하던, 그러나 지금은 관광객 수가 우리의 두 배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관광대국이 된 일본을 ‘여행을 떠나자’에서 분석한 바 있다. 우리가 다시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첫째, ‘보고 싶은 것’은 시각적 소비를 의미한다. 자연과 인공이 있다. 먼저, 자연은 산, 들, 계곡, 강, 바다, 섬 등이 있다. 우리는 캐나다의 로키,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호주의 선샤인코스트, 일본의 야쿠시마섬 원시림을 찾아간다. 우리에게 이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자연이 있는가. 있다. 여행은 명품 소비에 가깝다고 말했던 것처럼,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이다. 곶자왈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원시림이다. 겨울이 되면 캐나다와 미국의 스키어들이 자국의 수많은 스키장을 두고 일본 북해도까지 날아온다. 국내에서는 체험 프로그램과 서핑으로 나름 유명한 서해안의 갯벌, 동해안의 파도도 개발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우리만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자연이 있다, DMZ(비무장지대)다. 반세기 이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자연이다. 지구의 마지막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과 식생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에 더해 유일한 분단지역이고, 평화를 상징하는 특별함까지 가지고 있다.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북부를 연계해 개발한다면 대한민국만의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향후 통일 대한민국을 대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다음은 인공이다. 건축과 토목이다. ‘세종시에 대하여’, ‘건축과 토목’, ‘일본에 대하여’ 등에서 얘기했었다. 우리에게는 세계에 내놓을만한 빌딩이나 다리가 있는가. 우리 삼성물산이 시공한 세계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는 왜 두바이에 있는가. 세계적 철강회사인 포스코를 갖고 있으면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나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같은 다리 하나가 없는 걸까. 일본 건축가 9명이 프리츠커상을 받는 동안 왜 우리는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걸까. 빌딩 하나, 다리 하나가 수십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우리는 그토록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이제는 우리도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육성해야 한다. 건물 하나, 다리 하나를 지을 때마다 세계인들에게 어필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지점이 있다. 우리는 유럽의 전통 건축물을 보고 싶어서, 또 그 사이를 걷고 그 안에 머물고 싶어서 돈과 시간을 쓴다. 유럽은 기후여건이 석조건물에 적합해 성, 성당 같은 전통 건축물을 고층으로 지을 수 있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거용, 상업용으로 이용되면서 관광 상품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이 반영된 자재를 활용해 지은 오래된 건축물은 지역성(Regionality), 세월을 품으면서 고유함을 확보한다. 그에 더해 고층이 가능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해 현대성, 경제성까지 확보한다. 그리고 그 연결성으로 인해 신축 건물에도 당연히 지역성이 반영된다. 구축과 신축이 모두 그 문화권만의 고유함을 품어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자연환경이 반영된 흙, 볏짚, 나무 같은 자재로 지은 전통 건축물은 기와집, 초가집 정도다. 현재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고는 있으나, 구조적으로 고층을 지을 수 없다. 또한 유지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고 불편해 주거용, 상업용으로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지역성과 세월은 품어서 고유하긴 하지만 현대성과 경제성을 갖지 못해 단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에 블록 벽체거나 양옥이라 불리는 서구식 콘크리트 주택으로 천편일률적인, 정체성 없는 우리의 시골 풍경이 그 증거다.


그래서 우리만의 전통과 세월을 품으면서 동시에 현대성과 경제성까지 갖는 한국형 건축 모델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한옥을 고층으로, 현대적으로 짓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은 단층의 기와지붕과 기둥부분이 각각 반을 차지하는 황금비율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층으로 올리는 순간 그건 더 이상 한옥이 아니다. 따라서 전통적 한옥이 아닌, 그러나 우리 고유의 자연과 문화가 담긴 자재와 디자인이 반영된,고층이 가능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한옥이 필요하다. 그 모델은 상업용 고층빌딩뿐만 아니라 주택용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와 시골의 풍경을 바꾸어야 한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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