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어제 타계했다는 외신이 하루 종일 뉴스가 되었다. 아마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게 모르게 그의 영화 음악을 들으며 세상을 향한 꿈을 펼치고 삶에 대한 시적인 상상력이 풍부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영화’ 미션’(1986)에서 사용한 '가브리엘의 오보에' 주제로 쓴 이탈리아 노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의 아름다운 선율에 반한 사라 브라이트만이 이 곡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편지를 써서 영화 미션의 주제곡을 노래로 부르고 싶다고 했다 한다.
처음에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거절했지만 사라 브라이트만은 단념하지 않고 계속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 간신히 허락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된 그 아름다운 노래는 사라 브라이트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1998년 자신의 앨범(Eden)'에 수록해서 널리 알려졌다.
나도 대학 시절 그의 영화 음악에 나오는 휘파람 선율을 연습해 아내와 데이트할 때 가끔은 멋지게 그 휘파람을 불어 아내를 유혹하곤 했었다. 그 휘파람 연주가 음악으로 들어간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정통 서부 영화인 ‘황야의 무법자(1964)’였다. 아내는 지금도 함께 드라이브를 할 때면 가끔씩 기분이 좋아져 그 휘파람을 불어 달라고 조르곤 한다. 하지만 그 휘파람을 다시 불어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남자나 여자나 죽을 때까지 소년, 소녀 같은 감성을 잃지 말라했는데 이미 어른이 된 나는 그냥 쑥스러울 뿐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십 년 전쯤 한 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 - 남자의 자격’에서 뮤지션 부활의 김태원이 음악 감독을 맡아 진행했던 청춘합창단의 미션 곡으로 ‘넬라 판타지아’가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생계와 나이 때문에 노래에 대한 꿈을 미루어 왔던 노년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구성원들이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현실로 담아내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또한 그때 음악 감독 김태원의 청춘 합창단이 내세웠던 신조가 문득 떠올랐다.
“어떤 것을 많이 가졌을 때 스스로 멈추는 걸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그 외에도 영화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등 약 500편이 넘는 영화 테마 음악을 작곡했다고 한다. 영화 ‘대부’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영화 음악을 작곡한 같은 이탈리아 출신 니노 로타와 함께 영화 발전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세계적인 거장을 잃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슬픈 소식일 것이다.
영화라는 종합 예술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희망을 갖게 해 주었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은 세월은 가고 그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고 할지라도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그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허전할뿐더러 상실감이 크다.
가끔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그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너무 허전하고 갑자기 자연의 한 부분인 삶과 죽음에 대해 감상적으로 대할 때가 있다. 뭐 대단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런 것보다는,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그 누군가로 인해 웃을 수 있었으며 또한 그로 인해 세상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행복에 대해 개인적인 감사함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인생 뭐 있나, 그것이 인생이고 우리들의 삶이다.
일기예보에서 또다시 이번 주말부터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다시 시작된 장마 기간 동안 그가 참여했던 영화 러브 어페어부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벅시, 시네마 천국까지 매일 한 편씩 다운로드하여 보면서 그를 추억해 볼까 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악을 틈틈이 들으면서 우리를 울고 웃게 하면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거장을 떠나보내는 나만의 이별식을 진행해 볼까 한다. 러브 어페어의 피아노 솔로 곡을 들으면서 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