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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이후에는 논대로 생긴다

일일신 우일신( 日日新 又日新)

by 봄날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이삼십 년 만에 동창회 같은 모임에서 친구들이 서로 만나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여자 동창이든 남자 동창이든 꼭 하는 멘트가 있다. 오랜 사회생활의 접대성 멘트가 입에 배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니 어쩌면 갑자기 과거의 그때로 소환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믿고 싶다.


“ 너 하나도 안 변했다. 옛날 모습 그대로네.”


어떻게 보면 칭찬 같은데 정말 하나도 안 변할 수가 있을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실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단양 느림보 강물 잔도길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삼십 년이 지나고 만났는데 하나도 안 변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본인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보아야 할 수도 있다. 사람의 모습이란 물론 외모만이 아닌 느낌, 말투, 목소리, 태도, 매너 등등 여러 가지로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건 몰라도 외모만 옛날의 그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 만약 그런 경우에 정말 하나도 안 변했다던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던지 하는 말이나 칭찬을 듣는다면 진심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세상의 모든 만물은 변한다는 게 진리고 순리다. 문제는 어떻게 변하고 변해왔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물론 좋은 모습으로 나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 그리고 내면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끊임없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모습으로 변해가야 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말고 매일 ‘일일신 우일신’, 또 새롭게 발전해 가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이 십 년 전, 이십 년 전 그대로의 모습과 생각에 갇혀있다면, 한번 정도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전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의 그 모습이나 태도, 생각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하고 있는 친구나 지인을 만나는 일이란 매우 끔찍한 고통 내지는 불편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관계가 지체된 사이에서는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내 모습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했다. “서른 이전에는 생긴대로 놀고, 서른 이후에는 논대로 생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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