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장마철이 되면 비가 많이 내려 물살이 세진 시냇가에서 놀던 생각이 났다. 지금처럼 특별한 놀이가 부족했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시절이었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시냇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거칠 때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그 위험한 냇가를 건너며 우리들의 용기를 시험하곤 했었다.
어린 친구 서너 명과 함께 나뭇가지를 나누어 잡고 냇가를 건너던 그 모습, 물살이 센 냇가를 건너려면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어른들은 무거운 짐을 지게에 지고 건너지만, 우리들은 나뭇가지에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함께 스스로 무거운 존재가 되었다. 그래야만 작은 종아리에 힘이 들어가고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이다.
거친 물살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것을, 가벼움이 아닌 무거움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처럼 우리의 삶도 한냉 전선과 온난전선 사이에 갇혀 전혀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장마처럼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삶의 무게에 지칠 때 중요한 것은 끝까지 버티며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힘만이 우리를 그 끝날 것 같지 않은 장마 같은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한다는 것이다. 거친 물살을 건너갈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그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인생이란 거친 물살의 냇가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누가 장마철 거친 물살의 냇가를 함께 건너던 친구들일까. 무엇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무거운 짐 같은 존재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인생의 무게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의 찬란한 꿈,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 나를 믿어주는 회사 선후배 아니면 나의 허물없는 친구들 등등,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인생의 무게로 지치고 힘들 때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 힘든 시기를 혼자가 아닌, 다 함께 건너갈 수 있다. 긴 장마처럼, 무더운 폭염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시기도 함께 견뎌내고 결실의 가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때로는 인생의 무게로 넘어진다 해도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인생의 무게로 지치고 힘들 때 방황하는 시간은 있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잘못하지 않으려고, 낭비하지 않으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하지 않는 것이, 낭비하고 방황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닐뿐더러 우리들의 삶의 목적도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잘못은 그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인생의 지름길은 없다. 누구나 인생의 장마 같은 시기를 통과해야 하며 인생을 낭비하고 방황할 수도 있지만,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스스로 긍정하는 힘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다.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우리는 인생의 절벽에 선다 해도 웃으며 돌아 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