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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습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노자)

by 봄날


가을에 보게 된 ‘인간실격’(jtbc, 2021) 드라마의 대사 중에서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며칠 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요즘 고위 법조인들이 연루된 부동산 개발 비리를 보고 있으면 정말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의문이 든다. 물론 이 말을 부정하고 싶고,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겉으로 드러난 비리의 사실 만으로는 딱히 부정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세계 90개 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가 안고 있는 주제의식이 영화’ 기생충’과 많이 닮아있고, 돈 때문에 생긴 결핍이나 상처 받은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의 많은 아름다움과 좋은 것들을 멀리하고, 자신의 지옥 같은 현실을 떠나 자발적으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 사람들은 단 한 사람만 남기고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돈벼락을 맞은 마지막 생존자마저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위해서는 돈 한 푼 써보지 못하고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 오징어 게임의 진행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끝없는 탐욕의 시작인 ‘돈의 맛’을 보게 되면 어쩌면 불행이라는 인생의 서막이 열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에서 겪게 되는 모든 부정과 부패는 그 이면에 돈이 자리 잡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만, 결국 돈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돈에 대한 욕심은 인간으로서 이겨내기 힘든 종족 보존과 생존 본능의 타고난 천성은 아니다. 하물며 우리가 이런 천성도 통제가 가능하거늘, 스스로 어느 정도 가질 만큼 가졌으면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 끝없는 탐욕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쓰고 가는 돈만 자기 것이라고 했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지 말고, 마음이 있는 곳에 돈을 두어야 한다. 돈을 쫓아다니면 돈을 벌 수 없고, 언제나 마음이 가는 것을 쫓아다니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뿐이다. 영화, 스포츠, 예술, 기업인 등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두고 집중해서 인생의 성공과 돈을 함께 움켜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물론, 인생이라는 게임의 규칙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동시에 함께 누릴 수는 없다. 그중에서 스스로 좋아하는 것,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 그중 한 가지를 누리면서 나머지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둘을 동시에 가지려고 욕심을 내면 탐욕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종국엔 불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처럼, 인생이라는 게임은 총을 맞는 대신 불행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무엇이든 가질 만큼 가졌고, 누릴 만큼 누렸으면 스스로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행복이라는 보너스를 받는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은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오징어 게임’ 일남 할아버지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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