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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13. 2021

실패해도 괜찮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일반화의 오류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그 영광과 환희의 순간을 즐겼던 참가 선수들에 대한 뒷얘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용기,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번 올림픽 출전 때까지만 해도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었던 비인기 종목의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집중되는 지나친 관심이다.


 기대치 않았던 메달과 함께 뒤늦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과도한 노출로 선수들의 일상이 망가지고 집중력 저하로 3년 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는 그 선수들을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미리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이미 그런 언론의 경쟁적인 상업적 노출로 인한 피해를 보고 사라진 훌륭했던 선수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올림픽도 MZ세대가 이끄는 시대정신의 변화에 맞게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로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에 걸맞은 나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변화의 모습과 함께 자긍심이 한참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늘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삼류 정치와 함께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언론 환경은 여전히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전쟁도 아니거늘 영웅, 여신, 전사란 표현과 함께 “실패해도 괜찮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라고 격려는 못할망정 노메달의 수모, 찬물 끼얹기, 완전한 패배, 빈손 귀국 등 과거 언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일본이나 대만에 패배한 중국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금메달을 못 따고 은메달을 땄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오래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했다. G2라고 우쭐대는 그들을 보면 몸집만 큰 아이 같은 느낌은 나뿐일까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자긍심을 갖기 전에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최근 어느 기사에 실린 중국의 여자 다이빙 선수 취안훙찬(14)이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하자 언론인, SNS 인플루언서 등이 그의 집 앞에 몰려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아버지가 과도한 관심이 싫다며 공짜 아파트, 현금 제공 등을 일체 거절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특히, 취안 엄마의 질병 치료비를 위해 다이빙을 시작했다는 사연이 대중들을 감동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금메달을 딴 직후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의 병을 치료해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는데, 취안의 어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며, 아버지는 작은 오렌지 농장을 경영하는 등 부유한 환경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취안의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전역에서 그에게 온정의 손길이 밀려들었고, 일부 부자들은 집과 차를 사주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음식과 특산물 등도 계속 배달되고 있다고 한다. 현지의 한 기업 사장은 취안의 아버지에게 병원비에 쓰라며 현금 20만 위안(3500만 원)을 보냈지만 그 아버지는 그대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특히 취안의 아버지는 아파트 제공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취안의 아버지는 또 집에 몰려온 군중들에게 자신의 집에 오지 말 것을 당부했고, 그는 "관심은 고맙지만 생활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집에 오지 말아 달라"라고 부탁했으며, 그의 집은 그가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진 '라티아오'라는 간식을 포함, 팬들이 보낸 선물로 넘쳐나고 있지만, 그 아버지는 모든 선물을 마을 위원회에서 보관하고, 간식은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취안의 아버지는 "과도한 관심이 싫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담사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은메달을 따고도 울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던 중국 선수를 보며 오래전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낯설지 않은 풍경에 그들의 수준을 저렴하게 평가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이 반성했다.


 어떤 사실이나 평가에 대한 객관적이지 못하고 스스로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리고 취안의 아버지가 지금껏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또한 그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금전적 유혹보다도 값나가게 지키고자 하는 그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이다. 세상에 부처님은 산사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가까운 자연 속에 부처님은 이미 와 계시다는 어느 노스님의 말씀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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