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최근 신문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죄수 6명이 숟가락으로 수개월 간 이스라엘 교도소 감방의 바닥을 파낸 끝에 탈출에 성공했고, 이스라엘 당국은 즉시 헬기와 무인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고 한다. 새벽 북부 교도소에서 반이스라엘 투쟁을 이끈 혐의로 수감됐던 죄수 6명이 탈옥했고, 이중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 당의 군사조직 ‘알 아크사 순교여단’의 고위직을 지낸 자카리아 주베이디도 포함됐고, 6명 중 4명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한 방에서 기거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처럼 교도소 측의 인원 점검 때 탈옥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성인 남자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큰 구멍이 화장실 싱크대 밑바닥에 있었고 이 구멍이 교도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땅굴과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은 감방에 숨겨놓은 녹슨 숟가락으로 수개월 동안 구멍을 팠고 탈옥 후 교도소 바깥으로 나온 이들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차량을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영화 ‘쑈생크 탈출’(1994)의 현실판이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영화와 똑같은 방법으로 재현되었다고 하니,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스스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쑈생크 탈출이 그저 영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도 아닌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실제 일어났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내게 삼십 대쯤의 회사생활은 실무자로서 늘 과중한 업무와 함께 회사와 집을 오가는 루틴 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답답한 시절이었다. 그때 우연히 보게 된 ‘쑈생크 탈출’이란 영화는 미래의 삶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지게 해 주었다. 열악한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의 희망 없는 삶을 바라보면서, 교도소 밖에 있는 나는 샤덴프로이데(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적인 상대적 행복과 자유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답답하고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을 때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동료 레드(모건 프리먼)가 교도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탈옥을 꿈꾸는 앤디에게 교도소 담벼락을 쳐다보며 했던 말, “처음에는 저 벽을 원망하지. 하지만 시간이 가면 저 벽에 기대게 되고 나중에는 의지하게 되지. 그러다가 결국엔 삶의 일부가 돼버리는 거야.”라는 말을 기억하며 절대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고 적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 탈옥 사건의 어떤 정치적 이유나 옳고 그름을 잠시 내려놓고 현실판 쑈생크 탈출에 성공한 팔레스타인 정치범 죄수들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거예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탈옥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앤디에게 레드는 말한다. “희망, 한 가지 얘기해줄까. 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어. 이안에선 아무 쓸모도 없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아.” 현실과 타협하고 자유가 구속된 교도소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서 생활하는 레드의 말과, 꿈과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앤디의 말을 기억하고 곱씹으며 영어 공부도 할 겸, 가끔은 답답하고 힘든 현실에서 위로도 받을 겸 해서 지금까지 수십 번은 본 것 같다.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답답한 현실에 절대 타협하지 말고 살아야 언젠가는 그 꿈과 희망이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이번 팔레스타인 죄수들의 영화 같은 탈옥 사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고, 어떤 꿈도 꾸지 않으며 그냥 그렇게 주어진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고 적응해 나간다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답답한 현실의 삶에 평생 구속될 수밖에 없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