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도 존중도 배려도 경계를 지키는 일이다

소울리스좌

by 봄날


늦은 밤, 옆에 앉아있던 아내가 ‘소울리스좌’에 관한 동영상을 유튜브 또는 트위터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묻고는 바로 동영상을 보여준다. 용인 에버랜드의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가이드분이 안내 랩을 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녀, 은근히 다시 반복해서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언론에 소개도 되고 벌써 유튜브 조회수가 곧 코로나 전체 누적 확진자수를 넘어설 것 같다. 영혼 없는 눈빛이지만 너무 유쾌하고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그 후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 그 소울리스좌는 홍보팀 정규직 채용은 물론 프로야구 시구, 모델 섭외 등 벼락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존 익스프레스


하루 종일 부엌의 가스 중간밸브 차단기 설치 문제로 씨름했는데 매우 유쾌하고 프로페셔널한 소울리스좌의 동영상을 보고 너무 많이 웃었다. 소울리스좌에 오른 만큼 영혼은 없어 보일지라도 MZ세대가 일을 대하는 프로정신과 자신의 에너지를 100% 사용하지 않고도 고객과 자신이 즐겁게 해낼 만큼만 효율적으로 열정을 쏟아붓는 지혜로움과 프로다움이 보여서 좋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할 수 있고 번아웃을 피할 수 있다.


며칠 전 세탁기가 세탁할 때마다 진동으로 밀려 나와 서비스를 받았다. 서비스 기사분께서 작업을 마치자 아내는 예의 비타민 음료와 함께 출장비도 넉넉하게 주었다. 하지만 그 기사의 모든 관심은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 걸어오는 만족도 조사에 대한 피드백이었으며,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또한, 정기적으로 점검받는 자동차 회사에서도 점검을 마치고 며칠 후면 서비스 만족도에 대해 점수로 말해달라고 피드백 전화가 온다. 한 번은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아, 그 전화를 받고 서비스 만족도를 어떻게 객관적인 점수로 표현할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일주 일 전에 도시가스 회사에 중간밸브 차단기 설치를 요청했다. 지역 설치기사에게 전화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차일피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현장답사를 미루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아내는 사설 도시가스회사에 의뢰해 그 기사가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가스차단기를 설치했다. 내가 설치를 요청했던 그 도시가스 회사는 서비스 현장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대기업 가전에서 전자제품 A/S를 받을 때마다 현장에 나온 서비스 기사님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 내지는 매우 만족, 만족, 불만족, 매우 불만족 등 몇 단계로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 오히려 갑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몇 번 컴플레인을 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런 대기업의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던 나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도시가스 안전차단기 설치 문제로 인해 그 만족도 피드백을 재고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고객의 불만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간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수로 계산하는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 찬성과 반대, 평소 나의 소신을 바로 뒤집을 수는 없었고 아직도 보류 중이다. “행복할 때 약속하지 마라. 화났을 때 답변하지 마라. 슬플 때 결심하지 마라”라는 명언을 잊지 않고 산다. 어떤 생각이나 중요한 결정을 그날그날의 기분에 휘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순간적인 기분에 휘둘리지 않도록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분은 한낱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일 뿐이다. 우리도 우리의 마음에 속을 때가 있다. 그때그때 기분에 휘둘리면 삶의 태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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