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던 아내가 갑자기 볼륨을 높이고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를 듣기 시작했다. 옆에서 TV를 시청하던 내겐 방해가 되긴 했지만 문득 영화 ‘겨울 나그네’( 1986, 곽지균 감독)가 생각났다. 민우(강석우)와 다혜(이미숙)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문 앞 우물가에 서 있는 보리수‘로 시작되는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 중의 ‘보리수’(Der LindenBaum)를 떠올렸다.
그리고, 아내는 듣고 있던 슈베르트의 음악을 끄고서 그 유튜브의 겨울나그네에 달린 감동적인 댓글을 소개해 준다. 아내는 늘 새로운 것, 좋은 것을 보면 내게 가르쳐 준다. 나와 아내의 가장 큰 장점은 화제의 빈곤이 없다는 거다. 아내가 들려준 그 유튜브의 댓글을 찾아 맞춤법만 고쳐서 그대로 옮긴다.
그리고, 아내는 내게 자기는 앞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를 들을 때면 이 이야기가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역시 겨울나그네 가곡을 들을 때면 생각났던 영화 속의 그 장면, 대학교에 입학한 민우가 교정 언덕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다혜와 부딪히면서 처음 만나게 되던 영화의 한 장면과 오버랩되어 삼양동 양말 공장에 다니던 그분의 사연을 떠올릴 것만 같았다.
세상은 넓고 나쁜 놈들도 많지만 또한 그 나쁜 놈들 이상으로 몇 만배 더 좋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요즘 뉴스를 볼 때면 인간은 참 다채롭게 악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유튜브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에 달린 그 댓글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또한 인간은 끈질기게 선하기도 한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한테 단 한 번이라도 그 삼양동 양말공장 사장님 부부처럼 살아온 적이 있었던가 새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어느 트위터리안이 오래전에 올린 메인 트윗 글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았다.
“ 가난하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확신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걸어야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책을 사지 않으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삶이 힘겨워 음악을 사치라고 여기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