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코로나 후 삼 년 만에 밥이 나오는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다음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야 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조금 늦게 거실에서 들어온 아내가 방금 트위터에서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긴즉슨, 어느 트위터리안이 이집트를 여행 중 누가 “Where are you from?” 하길래 ”I am from korea”라고 했더니 “left or right?”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보통은 “north or south?”하고 묻는데 당황했다고 한다. left라고 말하면 북한으로 알 것 같고 right라고 하긴 너무 싫어서 우물쭈물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또 그분이 언젠가 어느 질문지에 통학수단을 적는 란이 있었는데 ’ 도보’라는 말이 생각이 안 나서 얼떨결에 ‘직립보행’이라고 적었다는 것이다. 늦은 밤에 아내의 그 얘기를 듣고 한참을 웃다가 그만 잠이 달아나버렸다.
몇 달 전, 아내가 여름휴가 겸 여행 가기는 봄날 같은 북유럽 날씨가 최고라며, 북유럽에는 바이킹의 후예답게 길거리에 나가면 멋진 남자들이 발에 차인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나의 관심은 지구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가장 잘 사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서 먼 길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북유럽에서 그저 유일하게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제이린드버그(J.LINDEBERG)와 핀란드 핀 율((Finn Juhl)의 후예들이 만드는 북유럽식 가구 밖에 없었다. 남들은 자연의 신비 오로라를 본다거나 빙하의 침식이 만든 피오르에 경외심과 호기심을 가지지만 나와 아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물론 최근에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곡으로 유명한 캐나다 밴프(Banff) 국립공원의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를 둘러보고 싶은 꿈이 생기긴 했다. 우연히 울릉도 트래킹에서 알게 된 분의 블로그를 통해 그 아름다움과 역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근래 우리의 영웅, 김연아 선수가 겨울 눈 덮인 그 루이스 호수 위에서 멋진 모습으로 얼음을 타던 그곳이다. 간절하면 언젠가 그곳에 있게 된다는 누군가의 말에 대한 믿음이 있다. 삶이란 돌이켜보면 늘 간절한 그리움이 우리를 밀고 간다.
휘게(HYGGE), 노르웨이어로 ‘웰빙’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포옹을 뜻하는 영어 단어 ‘hug'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단란하게 모여 있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 말이 ‘휘게'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 북유럽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특히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덴. 노. 스. 핀(북유럽 나라들), 그들의 삶이 보편적 행복의 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 침실에 누워 피아노곡 ‘레이크 루이스’를 들으며 문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 또한,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북유럽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일단 나라든, 사람이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유도 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궁핍하면서 행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열심히 돈을 버는 것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를 포함한 많은 재난에서 경험했듯이 최소한 그것이 우리가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빈곤한 사람이 불편한 점은 끊임없이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돈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궁핍하지만 않다면 행복이란 매우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누워서 잠들기 전에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불행할 때는 행복에 집착하지만 정작 자신이 행복할 때는 행복이라는 말을 잊어버린다.
또 어느 누군가는 가족과 사소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는 사람일수록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처럼 행복은 책을 읽고 학습하는 게 아니라 ,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연습과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정답은 없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 해답을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