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인, 견딜 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지켜보면서 또 한 번 느끼는 것이 성질대로 하는 게 제일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유통, 서비스업에서 일하다 보면 소위 진상 고객, 블랙 컨슈머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고객들이 제기하는 소비자 컴플레인을 살펴보면 도저히 말이 안 될뿐더러 일반 상식에도 맞지 않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회사나 매장의 입장에서는 후환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최대한 성심 성의껏 들어주고 대해준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인터넷이나 홈페이지의 고객의 소리, 소비자의 블로그나 기사에 수틀리면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해코지를 하는 경우, 반론을 제시할 수도 없고 그 댓글을 보는 일반 소비자들은 오해를 하고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기업들도 감정 노동자인 사원들을 보호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블랙 컨슈머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의 잣대를 가지고 대처하고 있는 추세로 변해 가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진상- 못생기거나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사전적 의미)
물론 고객의 불만족을 통하여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상품개발의 좋은 개선 정보를 주는 소비자 컴플레인이라면 이미 블랙 컨슈머, 진상 고객이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직접 그런 고객을 겪어 보면 고객 제일( Customer is always right, 손님이 짜다면 짜다)이라는 말에 회의를 느끼게 되며, 인간이 얼마나 더 치사하고 야비해질 수 있을지 분간이 안 가는 경우가 있다.
심하면 감정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고도의 경쟁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된 권위와 일자리에 대한 위협 때문에 그저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 물론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 불만이 대부분이고, 성숙한 시민 사회에서 그런 진상고객은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맞다.
직접 고객을 대면하고 판매하는 소비 생활의 현장에서, 또는 조직 생활의 상하 관계에서 우리는 사내, 사외에서 모두 진상 고객을 만날 때가 있다.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우를 당했을 때, 소비자이든 직장의 상사이든 간에 그 상황에서 인내하며 지혜롭게 벗어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일단 인내하고 그 상황을 수습하며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야만 어디에서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학교가 아닌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생계를 위한 행위를 넘어서는 우리의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나 삶의 현장이 도를 닦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삶의 현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현실에서는 자아실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진상 고객이나 진상 같은 상사 또는 동료, 후배를 만나고 불행하게도 참기 어려운 비상식적이고도 인격 모독적인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 황당한 상황을 당하고 망가진 나의 성질대로 속 시원하게 같이 성질을 내고 그 상황을 박살 내버리는 것이다.
둘째, 이미 이성이라는 부분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그 상황은 감정의 영역인걸 차분히 간파하고 그 상황을 잠시 피하거나, 진상 고객을 다른 동료에게 넘기고 그 자리를 잠시 이탈한 후에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이성이 자리할 부분이 생길 때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후자를 택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쉽지는 않다. 쉽지 않다고 전자를 택하여 이미 경로를 이탈한 마음이 가는 대로 성질을 내고 그 진상 고객이나 진상 상사, 동료와 맞짱을 뜨면 잠깐만 속이 시원하고, 주변 사람들이 볼 때도 성질을 내는 그 순간 오분만 멋있을 뿐이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진상으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고, 그 뒷감당을 하려면 오백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상황을 영원히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성질을 부리면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그 상황이 종료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성질대로 하는 게 제일 쉽다. 반대로 참고 견디는 게 제일 어렵다. 하지만 성질대로 하고 난 후 그 뒷감당을 하는 것보다는 참고 견디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조병화 시인 ‘지루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