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네 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란다

자살시도자가 살아 돌아오면 뭐라 해줘야하나

by 빨양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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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라더니.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호랑은 그녀답게 차분히 눈앞에 있는 언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할 말 있으면 그 잘난 입으로 무슨 말이든 해보라는 듯.


“하하!! 아니 내가 영양제인 줄 알고 먹었는데 그게 수면제였더라고.. 그게 양이 좀 많아갖고 뭐 이렇게 되긴 했는데.. 어쨌든 살았다니 다행이지 모“


이곳은 대학병원 51 병동. 2인실 병실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언니는 창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등져 누운 채 내게 말했다.

언니는 어제 혼자 사는 집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시도를 했다. 오늘 새벽 급하게 울리는 전화.

병원 응급실이었고 간략한 사고 경위와 현재는 안전한 상태이니 놀라지 마시고 입원 수속을 위해 보호자 내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수화기를 통해 듣게 된 내용에 비해 너무 덤덤하게 말하는 병원 직원의 목소리 때문에 현실감이 좀 없었지만.

‘병원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럿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봐서 이렇게 차분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따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 비현실적인 전화를 받고 내게 든 감정은 두 가지.

1번. 때문에 죽으려고 같다는 죄책감,

2자살하려 사람이 살아 돌아오면 잘했다고 해야 하나하는 의문.


이틀 전, 그러니까 언니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날 밤 언니는 내게 돈을 빌려달라 카톡을 보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가족, 친구, 친척 등 나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그러니까 내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과는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돈 관계로 얽히면 절대 좋게 끝나는 법을 못 봤기 때문에.


돈을 빌려줘도,

상대방이 그 돈을 갚으면 신뢰가 생겼으니 다음에 또 너무나 쉽게 빌려달라 하더라.

한 번도 안 빌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빌린 사람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그 돈을 못 갚으면 더 문제다. “내 돈 언제 돌려줄 거야?” 물으면 돈을 빌릴 때와는 너무 다른 태도로 “누가 안 갚는데? 빚쟁이도 아니고 그만 좀 해”라고 적반하장 하는 꼴이라니.


그렇다고 돈을 안 빌려주면?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하며 그 순간에는 당장 안 볼 것처럼 돌아서지만,

결국 돈을 빌려줘서 끊기는 관계보단 안 빌려줘서 순간의 서운함을 감내하는 게 그래도 인간관계가 수월하게 돌아가는 걸 나는 배웠다.

그렇게 해서 끊길 인연이었으면, 그건 돈을 빌려줬어도 끊길 인연이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틀 전 언니는 내게 돈을 좀 빌려 달라했다.

물론 내가 감당 못할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나는 당연히 바로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수면제 먹고 자살하려 해?’

기가 막힌다.


개 같은 세상. 요새는 자살이 유행인가?

책이든 영화든 웹툰이든, 회귀물이 유행이라 그런가? 다시 태어나면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다 갖고 태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뻔한 회귀물. 그 망할 거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이 유행처럼 자살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가지 정말 의외라면 그 당당하던 내 언니가 그럴 줄은 몰랐다는 것.


불과 얼마 전 언니와 재미 삼아 같이 해본 MBTI 검사에서 당연하게도 언니는 강렬한 E가 나왔고, 나는 고요한 I가 나왔다. 역시 당연하게도.

쌍둥이임에도 이렇게나 다르다며 까르르하며 웃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오늘은 이렇게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있는 언니를 보고 있자니 놀랄 수밖에.

그리고 세상에나. 내 쌍둥이 언니가 그랬다니.

그 잘난 E답게 항상 호탕하고 당당함으로 가득 차 있던 언니가 자살시도라니..?

소심, 내성의 대명사인 I인 나도 꾸역꾸역 잘만 살아내고 있는데 언니가 자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하!! 아니 내가 영양제인 줄 알고 먹었는데 그게 수면제였더라고.. 그게 양이 좀 많아갖고 뭐 이렇게 되긴 했는데.. 어쨌든 살았다니 다행이지 모"


별일 아니라는 듯 잘만 지껄이는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잘난 E의 호방함은 이 순간에 숨지도 않고 잘만 나오는지 언니는 참으로 쾌활하게 말한다.

자살하려 했다가 살아 돌아온 가족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하나.

'살아서 다행이야?'

'죽지 않았다니 잘됐네?'

아니면. '차라리 죽지 그랬어?'

무슨 말을 해도 어색한 이 상황에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며칠 여기 있어. 또 올게."


언니의 어색한 호탕함을 뒤로하고, 창밖만 멍하니 응시하며 쳐다도 보지 않는 언니를 병실에 두고 간신히 돌아 나왔다.

'집에 혼자 두면 또 그럴 수도 있으니까.. 당분간 병원에 있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과,

'나 때문에 죽으려 했나'하는 자책감이 계속 내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다.

아무도 대놓고 나한테 말하지 않지만 알 수 없는 그 자책감이 내 심장에 자기 멋대로 빨간 상처를 난도질하는 느낌이다.


자 물어보자.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에게 뭐라 해야 하나?

정말..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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