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낭랑 18세 E지랑과 호랑I

고딩시절로 슈웅

by 빨양c

“야! 이지랄! 쟤 네 동생 아니냐? 저 교복 펑퍼짐한 애?”


비상구 초록 네온사인이 간신히 사람의 형태만 구분해주는 어두운 색의 짓다 만 건물.

그리고 그 문 앞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있던 고등학생 지랑은 고개를 들어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본다.

"어 맞네. 야! 나 쟤랑 같이 집가야겠다~내일 보자!"


"야 이호랑!! 같이 가!!!!!"

어두운 건물에서 나온 지랑이 밝은 빛을 따라 걷는 호랑을 향해 달려갔다.

쌍둥이 자매를 낳은 부모님은 1분 먼저 태어난 아이는 지혜로운 언니가 되라고 E이지랑.

늦게 태어난 동생은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고 이호랑I이라 이름 지었다.


다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갓 쌍둥이를 출산한 젊은 부부의 작명 의도와는 달리

언니는 별명이 이지랄일정도로 드센 아이로 자랐고,

동생은 세상 조용한데 왜 이름이 호랑이냐는 놀림을 받는 아이로 자랐다.


“야야. 동생아. 너 교복이 이게 뭐니. 요새 이런 교복은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야? 내가 이거 줄여다 줄테니까 내일은 내 거 교복 입고 가. 명찰만 바꿔 끼면 되잖아? 어차피 난 내일 체육복 입고 갈 거니까 필요 없어. 이렇게 생각해주는 언니가 세상에 어딨니 이뇬아”

지랑이 남부끄럽다는 듯 투정 섞인 말로 호랑이에게 말했다.

“야. 난 이게 편해. 그렇게 줄여놓은 네 거 입었다가 한걸음도 제대로 못 걷겠다. 난 편하게 좋아. 그리고 학교 가는데 뭔 체육복을 입고가. 그리고 선생님들이 혼내면 언니가 되려 난리 부린다며? 언니 별명 뭔지 알아? 이지랄이래 이지랄! 창피하다 진짜.”

한심하다는 듯 호랑이 말했다.


“오!! 내 별명 이지랄이야? 완전 느낌 있는데?!! 이지랑! 이지랄! 완전 팍팍 꽂히잖아. 야야 동생아. 한번 사는 인생 뭐 있냐? 강렬하고 화려하게 살자 응? 일단 그 교복부터 어떻게 좀 해봐 제발.”

본인 별명에 대만족 하는 목소리로 지랑이 말했다.

“됐네요~내 교복 건들기만 해 봐. 엄마한테 니 학교생활 다 불어버릴 줄 알아. 나 먼저 학원 들어가 있을 테니까 아는 척하지 마 제발!!”


“뭐야. 너 집 가는 거 아니고 학원 가는 거였어? 에이. 야 오늘은 그냥 집 가서 쉬자. 뭔 놈에 학원을 하루에 몇 개씩 다니냐. 그렇게 살다가 숨 막혀 골로 가는 거야 알아? 이 언니만 믿고! 집으로 가자 응!? 응?!”

혼자 가기 겁난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지랑이 말했다.


“안돼. 나 오늘 학원에서 독서모임 친구들이랑 모임 있다고. 언니 학원 안 갈 거지? 나 먼저 간다~”

“야야야!! 독서 모임? 그런 것 좀 안 하면 안 돼? 듣기만 해도 답답. 숨 막히네 진짜. 그 모임 오는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애들이냐?? 걔네랑 제발 놀지마. 야 이 젊음이 아깝지도 않냐?? 학생이면 학생답게. 학원 제끼고 코노(코인 노래방)도 좀 가고, 한강 구경도 좀 가고. 그렇게 살아야지. 너무 공부 그런 거만하면 미치는 거야. 몰라?”

“응 니 인생 나락~ 그러다 한방에 가는 거야 잘나신 언니 나리.~”

“응 니 인생 지겨워~ 넌 진짜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머릿속은 왜 이리 다르냐 정말. 어? 야 이거 봐. 작가 공모전? 너 이런 거 좋아하지 않냐?”


제1회 작가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학원 입구 게시판에 작가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있다.


"야 우리 이거 한번 해보자! 대박인 거 같은데 이거?!! 상금도 어마 무시하고, 음.. 나중에 책 출간에 홍보 마케팅까지 싹 다해준대. 상금이 어디 보자. 오 이 정도면 완전 개꿀이다 진짜!! 너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써서 줘봐. 글만 써주면 이 언니가 마케팅에 또 관심이 있잖냐. 성공의 길에 던져 올려 줄테니까...”


“아 됐어 됐어!! 미쳤다고 너 좋을 짓 해주냐~ 됐네요!!! 나 학원 늦었어!! 먼저 간다?! 양아치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니도 학원 들어오거나 싫음 얌전히 집에 가있어. 잘난 언니 어르신”

쫘악.


지랑은 학원에 붙은 공모전 포스터를 아무렇지 않게 찢어서 둘둘 말아 손에 쥐었다.

“야 이 도른 자야! 너 미쳤어? 그거 다른 사람들도 보는 건데 그렇게 맘대로 찢으면 어떡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호랑이 말했다.


“야 뭐 어때. 여분 있겠지 모.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정보가 필요해. 여기 걸려있어도 누가 보겠냐 이거? 그리고 내가 뗌으로써 너의 경쟁자들이 이 정보를 못 얻으니까 너한테도 완전 ㄱ이득이지. 이게 언니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당연하다는 듯 지랑은 당당히 말했다.


“아 진짜 최악! 창피해 돌아가시겠네. 손절 손절! 나 올라간다~안녕”

“가라 가~ 야 이거 공모전 글 써봐바!!! 이 언니가 너 스타작가 만들어줄게!! 언니 능력 알지?”

큰 소리로 쩌렁쩌렁 학원 1층에 울리는 소리가 너무나 부끄러워 호랑은 서둘러 강의실로 올라갔다.

지랑은 머쓱한지 뒷머리를 몇 번 긁고는 부악 찢은 공모전 포스터를 펼쳐본다.


“흠.. 주제 자유. 분량 원고지 기준 800매. 이것도 문제야. 요새 누가 원고지에 글 쓰나. 컴퓨터에 쓰지. 고리타분한 영감님들 같으니.. 그래도 호랑이는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잘되지 않을까? 뭐.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


쌍둥이 자매는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둘 다 소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동생인 호랑이는 어릴 적부터 워낙 내성적이고 머릿속 생각이 너무 많아 늘 힘들어하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어른들에게 그런 점이 힘들다 했더니 '너는 쓸데없는 공상만 많구나'하며 세상 인자한 웃음으로 아이를 짓눌렀을 뿐.

별 도움이 안 됐다.

그럴 때마다 호랑이는 머릿속 생각들을 소설의 형태로 풀어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샌가 소설 캐릭터들이 호랑이의 생각을 몇 가지씩 가져가는 것처럼 느꼈고, 더 나아가 그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호랑은 습관적으로 본인 머릿속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반면에 지랑은 소설보다 에세이를 선호했다. 허구의 인물을 만들고, 배경을 찾고, 플롯을 만들어서 체계에 맞춰 절정에 이른 후 결말을 후리는.. 하! 듣기만 해도 복잡한 소설, 문학 같은 장르보다, 그저 그때그때 생각나는 거 한 줄-두 줄-메모하듯 써서 책으로 엮어내면,

'노력 대비 효율이 대박 아닌가? 어차피 책은 마케팅이야. 팔릴 책이면 다 팔리게 돼있는 거지.'

지랑은 생각했다.


‘책 내용? 당연히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결국 그 책을 사주는 독자. 그 독자가 그 책을 살 마음이 들게 꼬셔서 자기 돈을 쓰게 만드느냐 하는 마케팅 아니겠어?’

지랑은 그리 믿었다.


이렇게나 쌍둥이 언니 E지랑과 동생 호랑I는 똑같이 생겼지만 속은 완전히 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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