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태아의 50일 뒤 얼굴을 보여드립니다?

어디서 약을 팔아?

by 빨양c


"여보 이거 봐봐. 이거 그때 그 <아기 얼굴> 신청해서 받았던 그 사진이야"

잠이 들락 말락 한 내 귀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 이거 그때 그거네? 태아 초음파 사진으로 50일 뒤 얼굴 사진 미리 만든 거? 한번 비교해볼까?”

아빠의 약간은 들뜬 목소리.

그러더니 사진을 들고 두 초보 엄빠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오오 여보 진짜 똑같다 신기해!! 어떻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얼굴을 미리 예측할 수가 있는거지? 축뽁이 태어나기 전 이 사진 봤을 때는 설마 진짜겠어? 했는데.. 똑같네 정말! 요즘은 진짜 별게 다 있구나. 그래도 이거 그때 하길 잘했다 그렇지?ㅎㅎ”

아빠가 말한다.


“거봐~ 그때 하길 잘했다니까. 근데 정말 신기하다 누워있는 얼굴 모습이 진짜 똑같네.”

사진 한번, 내 얼굴 한번 보는 엄빠의 들뜬 얼굴을 보니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저게 뭐길래 둘이 저리 신났지? 나도 한번 봐야지.

“헉. 머야. 내 얼굴 사진이잖아?”

엄빠가 가져온 종이 위에는 사진 두 장이 좌우로 붙어있고,

<아이 얼굴을 미리 볼 수 있는 뜻깊은 순간 -아기 얼굴->라는 문구가 사진 밑 작게 쓰여있다.

사진 두장은 왼쪽에는 양수 속 팅팅 뿔은 내 쭈글쭈글한 태아 때의 얼굴, 그래 아직 눈도 만들어지지 않아 눈 부위가 살색으로 가득 차 있는 아직 사람 같지도 않은(?) 얼굴 초음파 사진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지금 내 얼굴과 아주 비슷한 얼굴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사진이 있다.

'오호. 그러니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얼굴을 저 초음파 사진을 갖고 예측해서 뽑아냈단 말이지?'

정말 엄빠 말대로 요즘은 별게 다 있구나. 정확히 아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한 때인 예비 엄빠들의 소비심리를 노렸군!!


"히끅"

그때 옆에서 같이 사진을 감상하던 솜뭉치가 갑자기 딸꾹질을 시작한다.

“뭐야 너 왜 그래?"

난 의심의 눈초리로 솜뭉치를 째려본다. 하얀색이던 녀석이 좀 빨갛게 바뀐 거 같기도 하다.


“여보 여보 얘 또 배냇짓한다. 너무 귀엽네 우리 아기~! 아빠 닮았나아”


'응 그건 아닙니다 어르신.'

빽 소리쳐주고 싶다. 솜뭉치랑 눈싸움하는 내 얼굴 표정을 보고 아빠는 여전히 배냇짓을 한다고 생각한다. 후. 여전히 순진한 사람.


그나저나 저 솜뭉치가 매우 수상하다.

그래. 저 딸꾹질하는 표정은 지난번에 아빠 태담 하는 거 몰래 녹음해다가 너튜브 스타 되겠다고 나댈 때랑 비슷한 느낌인데.. 저 아기 얼굴 만드는 거랑 솜뭉치랑 무슨 상관이지?

내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솜뭉치는 슬며시 내 눈빛을 피해 벽장 뒤로 숨으려는 듯 뭉실뭉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야야. 딱 서 거기. 너 일로 와바. 너 저 사진이랑 무슨 관계있지? 가만 생각해보니 그러네.

어떻게 저 초음파 사진 따위로 현생 후 얼굴을 미리 만들어 낼 수 있냔 말이지.. 그것도 이렇게 판박이로 똑같이 말야. 아무리 과학이 발전했다 해도 이런 건 삼신이 너 너튜브 부업하듯 뭐라도 하지 않는 한..”

말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 순간 솜뭉치가 나에게 지도 않은 본인 입부분을 가리키더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허허. 내 신생아로 살다 살다 이제 솜뭉치가 “쉿” 조용하라는 꼴도 보고.. 이제 분유 뗄 때가 됐나 이거'


음. 삼신의 부업..? 분명 이 부분에서 저 솜뭉치가 나한테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저 얼굴 예측도 천기누설, 모 그런 거 아냐?

아직 태어나지도 않는 애 얼굴을 미리 보여준다는 게. 그것도 아무 얼굴이나 막 엉망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말 어느 정도 비슷하게 태어나잖아? 지금 이 사진랑 나랑 똑같은 게 바로 그 증거고.

이거 이거 냄새가 나는데. 저세상 누군가가 장난질 치지 않는 한 이런 게 가능할 수가..?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잔뜩 눈가에 머금고 실눈으로 솜뭉치를 쫓으며 곰곰이 생각을 이어갔다.


“솜뭉치. 저거 정말 삼신이랑 뭐 있는 거야? 삼신할매의 은밀한 취미생활 모 그런 건가? 굳이 왜? 출생률 떨어진다고 그렇게 바쁘다면서.”

솜뭉치는 아까보다 조금 더 빨개진 하얀색을 띠고 있다. 마치 내가 당장이라도 삼신 호출할까 봐 겁이라도 난다는 듯. 흐음. 궁금하긴 한데. 이거 삼신 콜 해봐?

내 생각을 읽었는지 솜뭉치가 저 멀리 분유 타고 있는 아빠에게 잽싸게 슝 날아가더니 얼마 남지 않은 아빠 머리 위 숲 속으로 숨는다. 아 탈모의 숲이여.. 힘내 아빠..


’저거저거 왜 맨날 저리 지 맘대로 일까 정말. 누구 닮아서 쯧쯧.'


“축뽁이 분유 먹자~ 엄마 힘드니까 이번 타임은 쉬게 이번에는 모유 말고 분유로만 120ml 먹자. 다 먹을 수 있지?”

젖병 속 거품이 안나게 하기 위해 아빠가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는 손동작으로 젖병을 돌돌 돌리면서 말한다. 솜뭉치도 그런 아빠를 따라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하고 앉았다.

아빠가 냅따 내 입에 젖병을 쏘옥 꽂아 넣는다.

'아 너모너모 궁금하다. 저 <아기 얼굴> 저거 분명 저세상 누가 장난질 치는 거 같은데. 너무너무 궁그매앵..삼신 콜 해야 하는데... 잠들면 안.. 쿨쿨'

분유의 힘은 무섭다. 입에 꽂아 넣고 뱃속 위 속으로 분유가 와르르르 쏟아지자마자 나의 배는 빵빵해지기 시작하고, 그에 비례해 급격히 잠이 쏟아진다. 아- 이 신생아의 흔한 생체 본능이란..

잠결이지만 아빠 머리 뒤에 숨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솜뭉치 녀석이 얼핏 보인다.

'저 얄미운 거.. 언젠가 이 부업하는 것들 내가 다 밝혀낼.. 쿨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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