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왜 엄빠는 내게 수갑을 채우나?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by 빨양c


지난 번 내 주먹고기를 방해하는 손싸개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한다.


언젠가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낮밤 구분이 가능해졌을 때 즈음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신생아의 눈에 아 저 몸뚱이는 아빠 사람이구나, 저 날씬이는 엄마구나 하는 구분이 되기 시작했을 때 부터였을까?

그렇게 홀연히 나타난 이 손싸개 녀석들은 마치 수갑처럼 내 앙증맞은 손가락들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나는 손싸개가 싫다. 응 매우 싫다! 근데 엄빠는 이거 해야한대.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꺅!!!여보!!! 얘 얼굴좀 봐!!”

등센서의 발동으로 밤새 칭얼대는 나 덕분에(?) 오늘도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엄마가 나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으응? 츄릅. 무슨일이야? 왜그래?”

으이구. 어쩜 신생아인 나보다 저렇게 잘 잘수 있을까. 가끔보면 아기태교에 좋은 음악 틀어놓는게 본인 숙면을 위한 용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침 웅덩이를 만들면서 자던 아빠가 잠결에 말한다.

“축뽁이 얼굴좀 봐!”

당황한 목소리 가득한 엄마가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내 얼굴에 무슨 일이 났길래? 얼굴 얘기만 아니었어도 그냥 잠을 이어갔을텐데 내 얼굴얘기라니 얼결에 잠에서 깨 이게 무슨 소린가 가만히 들어본다.

“허억. 이 상처들은 뭐야? 아주 후벼팠네 후벼팠어!!”

아빠도 놀랐는지 백 소리친다. 아빠의 큰 목소리에 놀란 나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 칭얼대기 시작한다.

‘뭐지? 내 힙한 얼굴에 무슨일이 있는거지? 헤이 솜뭉치. 내 얼굴 비춰봐바!’

내 옆에서 잠에서 덜 깬 솜뭉치가 귀찮다는 듯 얼굴을 비춘다.


“응애애애애애앵~~~~~~~~~~~~~~~~~~~~~~~~(내 힙한 얼굴 누가 죄다 파놨엄!!!!!응아앙)”


울음 폭발!!눈물샘도 폭발!!!!!!!!!!시키려고 했는데 왜 난 눈물이 잘 안날까. 흑흑.

이러니 내가 울어도 저 아빠사람이 맨날 가짜 울음이라고 무시하지.. 난 언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인가. 이건 나중에 따로 에세이 하나 써야지. 제목은 서러운 내 눈물샘 이야기.

아무튼.

내 귀엽고 깃털이 내려앉아도 스르륵 미끄러질 정도로 뽀얗고 매끄러운 얼굴.

오른쪽 눈 바로 밑에 볼록 튀어나온 내 볼에 강렬한 손톱 스크래치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마이갓!!!!!!!!!어떤 놈이야 이거!!!!!!

물론. 힙한 나의 멋을 위해 이깟 스크래치쯤 쿨하게 웃으며 참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 허락이 없이 무려 다섯 스크래치가 나 있으니 화가 나지!!!

그것도 비겁하게 내가 자는 사이에?? 화난다!!!! 범인을 잡아야한다. 내 오른쪽 볼따구를 다섯 개나 긁어놓은 범인!! 내 이 범인을 기필코 잡아서 수갑을 채워 콩밥을 맥이고 나도 똑같이 어흥 긁어버려...


“응앵..?(엄빠 나한테 왜이래..?)”

엄빠가 갑자기 내 손을 오른쪽 왼쪽 한쪽씩 잡더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손싸개로 내 손을 봉해버린다.

마치 범인 너 잘 걸렸다는 듯이.


“축뽁이.. 안되겠네.. 얼굴을 이렇게 긁으면 어떡해.. 당분간 손싸개 해야겠다. 착하지 울애기

분명 걱정하는 멘트인데 이상하게 놀리듯 듯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꼭 본인들 원하는 거 할 때 '착하지?'라고 붙이더라. 얄미워얄미워. 그래야 한다면 난 착해지지 않을테야!!흥.

난 소리쳐 보지만 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범인을 검거했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손싸개를 씌운다.

난 주먹고기를 들어 반항해 보지만, 강력한 엄빠라는 공권력 앞에 신생아의 손엔 수갑이 채워진다.

‘범인이 나였다니... 내가 범인이라뉘!!! 난 아니라구!!!억울해!!’


'억울하지 않은 인생사가 어디 있겠나'

왜인지 어디선가 삼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솜뭉치 통해 삼신이 날 놀리러 왔나 솜뭉치를 째려봤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럼 뭐지?

아무튼,

수갑을 풀어달라고 나는 소리쳐 보지만 그들의 귓가엔 닿지 않는 모양이다.

솜뭉치가 딱하다는 듯 1초 내려다보곤 관심없다는 듯 잠을 청하러 둥실둥실 도망간다. 저 얄미운 것..


“흠..그나저나 축뽁이 힘이 많이 쎄졌네. 모로 반사 이불도 들어내고 얼굴을 긁다니 말야. 이제 제법 신생아 티가 벗겨지는데?”

범인이 된 내 속도 모르고 엄빠의 만족스럽다는 대화가 들려온다. 흥. 그렇게 *터미타임을 해대니 내 어깨 힘이 쎄질수 밖에!!


“우에에에에엥...”

나는 전략을 바꿔 더이상 개기지 않고, 엄빠가 이 수갑을 풀어주길 동정심에 호소해보기로 한다.


“요요요. 눈물도 안나오는 가짜 울음! 또하네 축뽁이! 이젠 아빠도 다 구분할줄 안다 요녀석!”

아빠가 응애하는 나를 달래려 본인 어깨에 들어올리며 다독인다.

아빠가 너튜브에서 '신생아 가짜 울음, 진짜 울음 구분하는 법!'이라는 거지같은 영상을 보더니 계속 저 소리를 한다. 눈물이 안나면 가짜 울음이래나.

“아냐아냐 아빠 사람 그거 아냐. 내가 눈물을 못흘리는 이유는..."



★축뽁이의 1분 육아 꿀팁!
Q. 터미타임이란?
A뽁. 신생아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0세들은 목가누기를 하게 되는데요, 터미타임이란 바로 이 목가누기를 위해 목과 어깨 힘을 기르기 위한 연습이랍니다. 안전한 쿠션을 바닥에 깔고 아직 목도 못가누는 신생아를 그냥 엎드려놓고 팔로 얼굴을 바쳐들게 하는 자세를 하면 되는거죠. 저는 아빠 배 위에서 했는데 물렁물렁 푹신해서 좋았답니다. 아직 저도 목을 완벽히 가누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00일 전에는 가눌 수 있을 거라고 아빠가 알려줬어요. 별 믿음은 안가지만..또르르.
참 별게 다있죠? 우리 엄빠들 때는 이런거 없이도 잘만 기어다니고 걸음마하고 그랬던거 같은데 말이죠? 헿. 그럼 오늘 축뽁이의 육아 꿀팁은 여기까지! :) 감사해요!


계속,


keyword
이전 20화20*. 쪽쪽이는 넣어둬! 하늘 향해 주먹 고기! 얍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