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서러운 내 눈물샘 이야기

옛다 칭찬 한 사발!

by 빨양c


처음에는 잘 먹혔다.


그저 "으앙" 혹은 "응앵" 두 글자로 저 아빠 사람을 부려먹기 아주 편했다.


배고플 때도 응애!

황금 응아로 기저귀 범벅했을 때도 응액!

에어컨 바람이 세면 춥다고 응앙!

비와서 습하면 웅앵!

아빠 사람이 너무 편하게 자는 거 같으면 으앙! 왜냐구? 이유는 없셩응앵! 헤헿. 단조로운 신생아 삶에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엣헴!


아무튼, 이 응애로 응축된 내가 우는 제스처에 아빠 사람은 참 빠릿빠릿하게 잘도 움직였다.

물론 초보 아빠니까 내 “응애” 소리가 배가 고픈 건지, 응아인지, 추운 건지 그래 아빠 사람 표현대로

“축뽁아..도대체 왜 우는 거니.. 나도 울고 싶다 정말..”

응. 이렇게 이유를 바로 캐치해내지 못해 아쉬운 건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 사람이 기특한 건 기어코 내 울음의 이유를 찾아내서 해결 해주더라.

옛다 칭찬 한 사발. 본격 아빠와의 밀당이야기?헿.


물론 나도 아빠나 엄마나 장모님처럼 저렇게 유창하게 한국어 그러니까 <어른 어(語)>를 구사할 수 있었다면 내 의사표현을 당당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 모르는 신생아인 걸!

파. 워. 당. 당!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는 그저 응애. 그래, <응애 어(語)> 일뿐.

억울하면 아빠 사람이 응애 어를 배우라구.

아! 예전에 솜뭉치가 알려준 적이 있다. 아빠도 그렇고 어른들도 기억하지 못할 옛날 언젠가는 응애 어를 누구보다 유창하게 구사했었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응애 어를 잊고 세상 탁한 어른 어만 하게 되었다나.

응애 두 글자로 해결되는 응애 어만큼 편한 것도 없는데 어른들은 왜 굳이 어른 어로 뒤덮인 세상을 만들었을까? 아빠 사람도 이 응애 어를 쓰면 서로 의사소통도 잘되고 얼마나 좋을까. 아쉽다 아쉬워!

그렇게 나는 응애 어에 자못 만족하며 신생아의 날들을 즐기고 있었다.

음.. 그나저나 아까 모유를 좀 급하게 삼켜서 그런가.. 트림을 두 번 했는데도 속이 좀 불편한 걸..

이럴 땐 모다? 응애 어!

“응애~~~~~~~~~~~~~~~~~~~~~~~~~~~~(아빠 사람 나 속이 불편해요오오오오오 어서 해결해줘어)”

나는 아빠 사람이 이번 응애 어의 이유를 한 번에 캐치해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응애를 날려주었다. 그랬더니 이게 웬걸?

“요요요. 눈물도 안 나오는 가짜 울음 또 하네 축뽁이! 이젠 아빠도 다 구분할 줄 안다 요 녀석!”

아빠의 어느때보다 낯선 어른 어가 들려온다. 그러더니 나를 쳐다보고 흐뭇하다는 듯 므흣한 웃음을 날려주더니 샥. 모른척하는 게 아닌가?

‘어? 감히 모른 척 해? 엉? 가짜 울음은 또 뭐야?’

속만 불편했었는데 아빠의 저 말에 갑자기 기분이 매우 안 좋아진다. 매.우.!!!


“솜뭉치!!!!!!!!!!!!!!!!!!!!!! 헤이 솜뭉치!!!!!!!!!!!!! 고만 자고 욜로 텨와바. 아빠 사람 저거 왜 저래? 가짜 울음을 구분할 줄 안다는 이상한 소리 해대는데?”

솜뭉치는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듯 어깨를 의기양양 추켜 올리더니 언제 녹음했는지 모를 아빠 목소리를 틀어준다. 아까 내가 자는 동안 엄마랑 대화한 내용인가 보다.

“여보 여보! 내가 아까 너튜브를 보는데 아기들이 가짜 울음이 있고 진짜 울음이 있대! 눈물이 안 나면 가짜 울음이래! 근데 나 이제 축뽁이 가짜 울음 뭔지 구분할 수 있을 거 같아ㅎㅎ 대단하지?”


‘이게 무슨 소리야? 가짜 울음이 어딨어. 내 모든 응애 어는 항상 진실됐었다고!!! 아 물론, 아빠 놀리려고 몇 번 응애 어를 남발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가짜 울음은 아니라구우..’

“그리고 눈물이 안 나면 그건 완전 가짜 울음이래! 아기가 그냥 관심 끌려고 우는 거!”

내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지 솜뭉치는 잘도 아빠의 목소리를 끝까지 틀어준다.


분하다. 매우 분하다!!!

너머너머 분해서 변비임에도 불구하고 황금 응아가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응애 어를 할 때 눈물이 안 나긴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얼마 전 예방주사 맞으러 병원에 끌려가 주사를 꽁 맞았을 때도 엄청 큰 소리로 응애 어를 소리쳤음에도 눈물은 안 났던 것 같다.


‘정말 가짜 울음 진짜 울음을 저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근데 나 진짜 필요해서 울었을 때도 눈물 안 났는데.. 눈물 안 났어도 그건 진짜 울음인데.. 저 너튜브 정보는 틀린 게 분명하다. 눈물이 나고 안 나고로 가짜 울음 진짜 울음을 구분하려는 발칙한 생각을 하다니!! 솜뭉치 저게 맞아? 아니지 그치?’


내 궁금증을 저 바보 아빠와는 달리 정확히 캐치한 솜뭉치가 영상 하나를 틀어준다.

영상에는 신생아는 아직 눈물샘이 발달하지 않아 눈물관이 아직 안열려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눈물로 가짜 진짜 울음을 구분하는 건 위험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마사지를 해줘야 하고, 아기가 울면 반드시 아이가 왜 우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빠가 즐겨보는 너튜브 채널인 거 같은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솜뭉치가 끌고 온 것 같다.

근데 영상 공개 예정일을 보니

‘뭐..? 한 달 후? 대 환장.. 그럼 한 달 동안 아빠 사람은 내 응애 어를 가짜 울음이라고 날 방치할 거 아냐?’그 전에 내 눈물샘 뚫리겠 야! 어후 화나!‘

기가 막힌다.

이래서 제대로 된 육아 정보가 중요하고, 그런 정보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야 솜뭉치. 나 못 기다려. 니가 알아서 아빠 사람한테 눈물샘, 눈물관 내용 전달해. 나 한 숨 자고 날 테니 그때까지 해결해놔라 알았지? 팍. 아 화나!!!”

나는 화가 나서 응애! 하고 빽 소리친다.


“요 녀석 요 녀석. 아빠는 이제 더 이상 너의 가짜 울음에 속지 않는 단다 아~ 요 귀여운 녀석.”

그런 내 응애 어에 아빠의 약 올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으으!! 화가 매우 난다. 매.우.!


★축뽁이의 1분 육아 꿀팁!
Q. 신생아는 눈물을 흘리지 않나요?
A뽁. 3개월 이내의 신생아는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답니다. 물론 눈을 보호하기 위한 눈물은 맺혀있을 수 있지만, 통증이나 자극에 의해 소위 "운다"는 표현으로 나오는 눈물은 2-4개월 사이 이까지 안 나올 수 있다고 해용! 신생아가 우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눈물이 안 난다면 신생아 눈물샘 폐쇄증처럼 눈물관이 막혀있을 수 있다고 하니 해요! 그러니 아이가 운다면 눈물이 나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시는 게 중요해용! 우리 못난이 아빠처럼 가짜 울음이라고 비웃고 마는 건 금물!
아 그리구 눈물관이 막혀있어도 요새는 거의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초보 엄빠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토닥토닥. 눈물 흘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우리 아기들을 보살펴 주셔서 감사해요!!! 알라뿌. 핫트핫트트!


계속,


keyword
이전 21화21*. 왜 엄빠는 내게 수갑을 채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