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육아? 군대 말전 불침번 무한반복하는 기분이래

군필자 초보아빠들은 공감할걸? 아빠가 말했다.

by 빨양c

“와.. 축뽁이 이제 머리 무게도 장난 아닌데?”

싱크대에 욕조 2개를 받고 조리원에서 배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머리를 감기고 목욕시키며 아빠가 말한다.


난 이미 눈이고 코고 입이고 온통 물이 들어차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코에 물이 들어차는 게 너무 싫어서 빼액! 하고 울어재꼈는데, 이제는 거의 해탈의 경지다. 뭐. 물을 집어넣으면 빼주겠지 닦아주겠지 이런 느낌이랄까. 그렇게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0세 신생아를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아빠.. 너란 사람..증말!!

그렇게 아빠와의 뜨거운 목욕을 마치고 엄마의 기분 좋은 로션 오일 범벅 마사지를 받은 후 분유 한 사발 드링킹. 내 귀여운 위도 제법 커졌는지 이제 120ml 정도는 순삭이다. 분유 순삭 헤헿! 그리곤 나를 포대기라 불리는 싸매는 천대기에 날 집어넣고 아빠가 나를 앞으로 들쳐업는다.

“축뽁아~아빠 심장 소리 들으면서 이렇게 마주 보고 잠잘 수 있어서 좋지?”

“...”

곤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묵묵히 자는 척했다.

“옛날 아빠 때는 포대기 뒤로만 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이렇게 앞으로도 할 수 있네. 육아 템이 나날이 발전하는구만.”

아빠가 '라떼는..'을 시전 한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라떼는 얘기를 엄청 싫어한다던데, 나는 아빠의 이런 얘기가 재밌다. 아빠가 엄청 옛날 사람인 거 같아서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달까. 헤헿.

“축뽁이~ 아빠가 오늘은 어떤 태담 해줄까.. 동화? 시? 에세이?

음.. 아니다! 오늘은 말 나온 김에 아빠 옛날 얘기를 쫌 해줄게.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인 거 알지?”

‘맨날 비밀이래. 엄마도 다 알고 있는 거 같던데 흥. 그래도 아빠 얘기는 재밌으니까 어디 한번 들어나볼까’

“아빠가 옛날에 군대에서 근무를 했었어. 군대에는 군인들이 돌아가면서 1시간 반? 2시간 정도씩 밤에 잠을 안 자고 불침번을 서요. 불침번이 뭐냐면, 적군이 우리나라에 몰래 쳐들어오지 않게 잠 안 자고 감시하는 거야. 실제로 적군을 본 적은 없지만, 그때 불침번 설 때 뭐가 제일 힘들었게~?”

“응앵...끙냠꿍냐...(어떻게 이제 막 시작한 얘긴데 잠이 오는 거지.. 남자들 군대 얘기 완전 노잼!!)”


“뭐냐 하면.. 잘 자다가 중간에 깨서 두 시간씩 멀뚱멀뚱 가만히 서있어야 했던 거였어.

그중 더 최악은 말전 불침번 근무였지. 말전이 무슨 뜻이냐면, 예를 들어 새벽 4시-6시 근무면 말번 근무, 마지막 근무라는 뜻이지. 군인은 무조건 6시 기상이니까 말야. 그 말번 근무 바로 전 시간대인 새벽 2시-4시 정도에 근무하는 걸 말전, 마지막의 바로 전 근무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시간대 근무하는 걸 군인들은 제일 힘들어하지.”


'아하아아아푸우움. 하품!! 군대 얘기 진짜 재미없다.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지.. 나 이제 잠들 거 같으니까 아빠 사람 이제 그마안..나 재우려고 일부러 재미없는 얘기 하는 건가.. 힝... '

“왜냐하면, 새벽 4시에 불침번 근무를 마치면 잘 수 있는 내무실로 복귀하는데, 총 반납하고 옷 갈아입고, 또 근무의 묘미인 뽀글이라는 라면을 꼭 한 사바리 때려줘야 하거든. 그럼 시간이 어느새 5시를 훌쩍 넘게 되는 거지. 근데 기상은 6시랬지? 그렇게 1시간도 채 안 남은 시간을 자기도 애매하고, 깨어있으면 또 그날 하루가 온종일 몽롱한 피곤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말전 근무를 최악이라고 하는 거지! 당연히, 군인 아빠도 그 말전근무를 너무 싫어했고.”

‘아 그렇군요 아빠 사람.. 그래서 이 이야기에 재밌는 포인트는 언제 나오는 거죠?’

나는 거의 비몽사몽 녹다운 상태가 되어 아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빠 얘기가 재밌어서가 아니다. 원래 신생아는 목욕하고, 위가 빵빵하게 배부르면 이렇게 스르륵 잠이 온다.


“근데 말야.. 지금 축뽁이 육아하는 게 딱 말전근무를 24시간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애. 잠을 거의 못 자고 두 시간 간격으로 잤다 깼다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지. 그것도 예전 드래곤 볼이라는 만화책에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고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가는 공간이 나온 적이 있거든? 그 방에 갇혀서 말전 불침번을 무한 반복하는 기분이란 말이지. 응. 아빠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는 말이야.”

이렇게 말하다 아빠는 쩌어어어억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응?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잠이 갑자기 확 가시네 이거? 결국 자기 힘들다는 얘기 하려고 구구절절 10년도 넘은 군대 얘기를 꺼냈다구? 하!! 이거 신생아로서 킹 받네! 아빠 사람!! 따지고 보면 내가 낳아달라 했냥!! 지들이 좋다고 만들어 세상에 내보냈으면서 이젠 힘들다고 요요요 요딴 말을 행?? 빽!!!’


“응애애~~~~~~~~~~~~~~~~~~~~~~~~~~~~~~~~~~~~~~~!”

나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 단전에서부터 기를 모아 소리를 빽 지르고 울음을 터쳐주었다.

“응? 갑자기 왜 울지? 설마 내 얘기 알아들었나? 하하;; 아냐 아냐 아빠 행복해 진짜야~”

아빠는 빠르게 내 엉덩이를 토닥이며 나를 달래려 노력하였다.


'흥. 어딜 그렇게 얼버부리려고? 오늘 밤 고생 좀 시켜야겠어응앵!'

나는 아빠의 말이 괘씸해서 밤새 칭얼칭얼 대기로 결심하였다. 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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