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가 자리를 잡고 탄탄해져서 이제 좀 반지르르한 사람 얼굴 됐다'
“여봐 사위. 딸내미가 귀찮다고 안 먹겠다 해도 자네가 세끼를 꼭 챙겨줘야 하네. 할 수 있지?”
“아고~장모님! 걱정 마십셔!! 요 한우 사골 미역국은 한 달 넘게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가 않네요!! 이 더운 여름날 사골 끓이시느라 장모님 땀과 눈물이 녹아있는.. 흑흑”
흑흑? 뻥 안치고 진짜 입으로 “흑흑”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울면 저렇게 작위적인 흑흑이란 소리는 안나지 않나? 에잉~~ 저런 가식 쟁이 아빠 사람!
어젯밤 염라 꿈 때문인지 몸이 찌뿌둥해 오늘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낮밤 구분한다고 아빠가 아침 되면 라디오를 틀어서 일찍 깨긴 하는 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민아정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아직 눈 뜨기는 귀찮아서 주먹 고기 쪽쪽 빨면서 아직 자는 척하고 있는데, 장모님과 아빠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둘이 속닥속닥하길래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나 슬쩍 엿들어보니,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내용인가 보다.
‘음.. 엄마 모유 맛에서 나는 찐한 고소한 맛이 저 한우 사골 미역국인가 보군?’
여기서 그동안 숨겨왔던 내 몸무게를 잠깐 공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처음 태어날 때 3. 몇몇 kg,
산부인과에서 5일 머물고 조리원 옮길 때 2.9kg,
조리원 열흘 생활 마치고 장모님 집으로 올 때 3.3kg이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 첫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가서 쟨 무게가 5kg이었다.
미역국 얘기하다 난데없이 왜 몸무게 공개냐궁?
장모님 집에서 머문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무려 2kg 정도 살이 급 붙었다는 얘기다.
조리원 나올 때만 해도 몸무게가 늘지 않아서 엄빠가 늘 걱정하는 말투였는데,
5kg 몸무게를 보고 어찌나 그렇게 기뻐하던지.
내가 뚱뚱보가 돼서 엄빠가 행복할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먹겠어요 오호호홓.
그리고 내 생각에, 그리고 엄빠도 맨날 말하는 게 그 비법은 삼시세끼 반. 드. 시. 챙겨 먹기!
내 에세이를 봐오신 우리 사랑스러운 구독자 여러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글에 밑줄 안친다. 그만큼 저 밑줄, 반. 드. 시. 가 중요하다는 말씀!
'에이 결국 모야. 밥 챙겨 먹으란 얘기야? 에잉. 뻔하네. 너 구독 취소'
독자님들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솜뭉치의 수작인가?
그러지 말자 우리.. 나한테 왜 그래 T_T
물론 우리는 잘 안다. 아니 우리 엄빠분들은 나보다 세월을 많이 견디셨으니 더 잘 아실 거다.
삼시 세끼 챙겨 먹는 거 중요하다는 거.
그리고 이건 더 잘 아실 거다.
그렇지만 뜻대로 잘 안된다는 거.
정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지만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을 수 있다.
이 삼시 세 끼에 +플러스 팁 하나 더 드리자면,
바로 저 “한우 사골 미역국!”
써놓고 보니 이름부터 뭔가 웅장한 미역국 느낌!
이거 정말 강추다.
10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엄빠는 매일 삼시 새끼, 아니 아니, 세끼를 저걸 먹고 있다.
장모님은 교대근무를 그렇게 하시면서도, 아침이건 밤이건 한우 무릎팍을 어디서 그렇게 구해오시는지 보글보글 계속 끓이신다. 가스레인지가 불쌍할 지경 T_T 힘내 가스레인지야..
그리고 내가 태어난 지금 이 계절은? 한여름!! 그것도 슈퍼초울트라 완전 킹 받는 핵 더위로 가득한 그 여름.
응. 나는 출산의 초 비수기인 7월 4일에 태어났다.
이 한여름에 사골 끓여보신 분? 그 사골을 하루 종일 그렇게 거의 한 달 넘게 끓여보신 분?
정말 고된 일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 장모님은 날 위해, 엄빠를 위해 그렇게나 한우 무릎팍을 끓이신다.
그리고 놀랍게도 엄마가 그걸 먹고 내게 주는 모유에 완벽하게 그 영양분이 내게 전달된다.
아기 낳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2kg 간신히 넘어 3kg로 태어난 건 비교적 가볍게 태어난 아이다.
그래서 우리 엄빠는 내가 골골골 하는 약골로 자랄까 봐 늘 걱정하셨는데,
장모님의 저 한우 사골 미역국을 거의 두 달 넘게 먹으니 내 몸이 절로 튼튼해지더라..
그래 사랑하는 나의 장모님 표현으로,
'오장육부가 자리를 잡고 탄탄해져서 이제 좀 반지르르한 사람 얼굴 됐다'
음.. 이건 뭐랄까..
그래! 소 한 마리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 헤헿. 덕분에 나는 튼튼이가 되었다.
그리고 현생 전 삼신이 보여준 영상에 의하면 나는 당분간은 계속 요 귀여운 배불뚝이를 자랑하는 아가로 머물게 될 예정이다. 분명 영상에서 내 살아갈 삶을 다 봤었는데 요새는 기억이 잘 안 난다. 확실히 100일이 다가올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 기분. 현생 계약서에 쓰여있길 100일 시점에 저세상과 그 영상 내용 기억이 모두 사라진댔지. 흠. 좀 아쉽긴 하다.
아무튼, 내가 우리 초보 엄빠에게 오늘 꼭 드리고 싶은 말씀!
삼시 세끼를 꼭 챙겨 드세요.
가능하면 저처럼 한우 사골 꽉꽉 끓여서.
한 여름에 맨날 끓인 저희 집처럼 조금 힘들고 귀찮으실 수 있지만 그래도 요때 진짜 잘 드셔야 돼요.
그래 이건 아빠들이 한번 끓여줘 보자! 엄마들은 힘들어 진짜야. 아기 안 낳아봤으면 쉿. 입 오므리고 당장 한우 무릎팍 사러 나가세요. 헤헿. 저 잘했죠 엄마들!!? 그럼 어서 아래 라이킷 눌러줘어이이잉~(하트)
'난 모유 안 해서 먹어도 소용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신 분 잇누오세요. 엉댕이 맴매 좀 해드려야겠다.
그러지 마세요. 모유 안 주신다 해도, 삼시 세끼 챙겨 드시면 엄마도 기운이 나실 거고, 결국 그 기운이 나야 여러분의 소중한 아가도 잘 돌봐주실 수 있는 거니까.
제가 우리 엄빠 얘기를 들어보니, 애기 낳기 전에는 다이어트한다고 야채랑 과일, 고구마 한쪽, 감동란 한 개 뭐 이런 식으로 먹어도 생명을 부지하는데(?) 문제없었다고 하던데,
우리 엄빠 여러분.
육아 지금 하고 계셔서 잘 아시죠?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니게 너덜너덜해져 있고, 어른이니까 멘털 잡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미 제정신 부여잡기 힘든 상태인 거.
토닥토닥. 저도 잘 알아요.
근데 그런 상태에 밥도 잘 안 챙겨 먹었다간, 신생아보다 더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실 수도..
그리고 그건 모다?
신생아를 돌보지 못하니 우리, 그래요 여러분의 그 소중한 아가에게도 당연히 안 좋죠.
신생아인 제가 딱 말씀드릴게요.
눈 뜨지 않고 있다고, 아직 속싸개 갇혀 누워만 있다고 아무것도 모르지 않아요.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엄빠 건강도 꼭 챙기세요!
자. 그럼 이제 아빠 여러분은 한우 무릎팍 사러 나가시고(요새 한 2-3만 원어치면 충분합디다),
엄마는 음.. 그냥 쉬세요. 엄마는 쉬어야 해. 아빠들아 어서 움직여라 음하하하핳. (사악)
오늘도 고마워요. 엄마,
그리고 당연히 아빠두징(삐지지말기!)
“응? 축뽁이 깼어? 뭐라구 혼자 이렇게 꿍얼꿍얼하는 거 같지~?”
드르렁 쿠울 드르렁 쿠울.
아빠가 입으로 흑흑 소리를 냈듯이 나도 최대한 입으로 드르렁 쿠울이라 소리쳐본다.
저 아빠 사람 또 너튜브에서 이상한 거 보고 저한테 실험하려고 하는 눈치니
저는 이만 자는 척하러 쓔웅~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