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육아휴직 낸다니 ‘집에 돈 많은가봐?’라더라

현실적인 문제에 관하여.

by 빨양c


“여보.. 이번 달은 월급이 반도 안 들어왔어..”

엄마의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 그래.. 나도 세금 다 떼면 백만 원도 안되네.. 현타 오네 진짜...”

웬일로 풀이 죽은 아빠의 목소리도 들린다.

“근데 이상해. 나는 아직 육아휴직이 아니고 출산휴가여서 세 달 동안 월급 100%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휴가로 분류되니까..”

엄마가 의아하다는 듯 말한다.


“응? 이상하네 그건.. 회사에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는 게 낫지 않겠어?”

“아니.. 지금도 눈치 보이는데 돈 적게 들어왔다고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곤란해한다는 건 알겠다.


“음.. 그럼 잠깐만. 내가 한번 알아볼게.”

아빠가 그렇게 한참을 초록창을 검색한다.

“아! 여보 내가 찾아보니까 출산휴가는 처음 두 달은 월급 100프로 나오고, 마지막 세 번째 달은 원래 안 나오는 거래. 근데 고용보험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는 지원해주는 개념인가 본데? 아마 여보 회사도 그 돈에서 세금 떼고 입금해줬나 보다..”


“휴.. 그런가. 고정 지출은 계속 있고.. 힘드네.. 그래도 축복이 영유아 수당으로 40만 원 정도 들어와서 다행이야.. 우리 축뽁이가 복덩이지.. 정말..”


“그러게.. 이거. 진짜 우리 같은 사람은 무서워서 애 낳겠나 정말..”


잠결에 엄빠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 나는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다. 물론 눈은 감고 자는 척했지만.

세상에 현생 한 것도 너무너무 좋구, 우리 엄빠가 내 엄빠 여서도 너무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그들도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안 좋다.

아빠의 말대로 돈을 벌려면 회사를 나가야 하는데, 아기를 낳으면 회사를 갈 수가 없다.

특히 우리 집처럼 엄빠 모두 육아휴직을 내버리면 생활은 많이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 한 명만 내라구요? 엉덩이 대세요 퉤!

어느 집이든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법.

“이래서 사람들이 나 육아 휴직할 때 집에 돈 많냐고 농담한 건가 봐. 그때는 뭔 소린가 했는데. 이거 모아둔 돈이라도 좀 있어야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도 낼 수 있지..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라니 말야..”

아빠가 말한다.

“늘 여보한테 고마워.. 회사에서 눈치도 많이 줬을 텐데 나랑 축뽁이 위해서 이렇게 휴직하고 같이 돌봐줘서.” 왜인지 미안함 섞인 엄마의 목소리.

“응? 아냐 아냐. 나도 쉬고 좋지 뭐. 근데 그만둘 때 저런 말 하면서 눈치 주는 사람 꼭 있더라.

그래도 나름 제일 친하다고 믿었던 내 옆자리 직장 선배는 나 육아휴직 쓴다니까 바로 나한테 그러지 말고 산후도우미나 베이비시터 구하면 안 되냐고 쏴 붙이더라고. 생판 모르는 남한테 핏덩이같은 내 자식 맡기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 그것도 본인도 자식 낳아 키워본 사람이 말야. 참.. 그리고 또 뭐라더라? 나더러 당장 인사 팀가서 대체자 구해달라고 말하라고 난리를 치던데. 뭐, 업무 공백 생기면 본인한테 일 넘어올까 봐 그런 건 알지만, 그저 본인한테 피해 안 오게 하려는 그 모습이 참.."


"뭐.. 어쩔 수 없지. 그 사람들도 본인들 힘들어질까 봐 그런 거니까.."


아빠는 그런 눈치와 인간관계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나를 위해 육아휴직을 낸 모양이었다.

그래도 현생 하기 전에 삼신 통해 본 영상에서는 나름 출산하면 보조금이 여러 가지 있길래 참 좋다 생각했는데, 현실 부모가 느끼기엔 역시 부족한 모양이었다. 엄빠들이 이렇게 사회적인 눈치, 현실적인 돈 문제 앞에 걱정부터 해야 하니 어떻게 아이를 더 나을 수 있을까.

“그래도 감사해. 축뽁이 덕분에 출산지원금이랑 보조금, 영유아수당 같은 게 들어와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 거기다 전기세 할인까지. 이거라도 어디야.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엄마의 착잡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한 30일만 더 어렸어도 내 덕분에 조금이라도 나은 거니까 행복해하라고 생각 없이 웃었을 거 같은데, 그래도 나름 0 춘기를 지나고 있어서인지 엄빠의 고민이 조금은 이해가 돼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이번 달 끝나면 나 출산휴가 끝나고 복직하니까 그럼 좀 나아질 거야. 힘내자 여보.”

그럼에도 애써 밝게 아빠를 향해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데 복직이 뭐지?

“야 솜뭉치 일어나 봐. 나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다. 딱 말해봐. 복직이 뭐야?”

솜뭉치가 갑자기 까만 정장을 입는 시늉을 하더니 전철을 타는 직장인을 흉내 낸다. 신기하게 솜뭉치는 그저 공중에서 버둥버둥대는 것 같은데, 뭘 표현하는지 잘 이해가 된다.


그렇군. 엄마가 다시 직장에 가는 거구나.

'응?? 엄마가 다시 직장에 간다구??? 그럼 나는?? 엄마랑 빠이..? 나만의 엄마 쭈쭈도 빠이..?!'

나는 순간 이제 엄마랑 아빠랑 앞으론 이렇게 행복하게 같이 있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마음에 울음이 차오른다.

“그래 여보. 여보 말대로 이제 복직도 하고, 그래도 내가 휴직 1년 냈으니까 애기 봐줄 사람 걱정도 없고. 우리 정도면 다행이지.. 힘내자 우리.”

'허얼.. 이건 또 뭔 소리래? 아빠랑 단 둘이 1년 동안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너무 당황해서 아까 먹은 분유를 뿜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아빠랑 단 둘이 있어야 하는 건 더 시룬뎀 ㅜㅜ!!


"응애애애애애애애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

라디오에서 ‘대낮에 한 이별’이란 노래가 나온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그게 대낮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나는 갑자기 울음이 난다.

흘러나오는 노래에서 '햇살이 너무 밝아서 눈물이 안 난다'란다.

나도 눈물이 안 난다. 분명 우는데 눈물이 안 난다. 내 눈물샘은 언제쯤에나 빵 뚫릴까.

엄마의 복직 소식에 이제 엄빠와 같이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맘이 너무나 싱숭생숭해진다. 킁.


★축뽁이의 1분 육아꿀팁!
Q. 출산지원 보조금엔 어떤 게 있을까??(2022년 기준)
A뽁.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의 경우는 일단
1. 첫 만남 이용권이라 해서 200만 원을 받았어요! 쌍둥이라면 400만 원이라나? 하지만 축뽁이는 쌍둥이 시려. 나만 사랑받꼬파 헿.
2. 위에서 엄마가 말했던 영유아수당을 받았어요! 영아 수당 30만 원+아동수당 10만 원 총 40만 원! 이건 일정 나이까지 매달 들어오고, 나중에 유치원 가게 되면 유치원비로 내게 된다나 봐요~!
요기까지는 국가에서 주는 거라 큰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3.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출산축하금이라고 해서 50만 원 정도 지역화폐로 들어왔대요. 이건 엄마랑 아빠가 내게 모유로 다 간다는 핑계로 자기네들 먹고 싶은 치킨, 피자, 빵 사 먹대요 흥. 나도 나중에 같이 먹을 테야 앙~ 요고는 지역자치단체별로 다르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옹!
4. 2023년부터는 부모수당이라고 해서 최대 월 70만 원(만 1세 미만) 그리고 2024년까지 이걸 100만 원까지 확대하려고 한다니요. 요건 아직 계획 중이라니 참고만! 알아쬬?

에효. 나라에서 나름 열심히들 뭔가 주시는데 여전히 우리 초보 엄빠들, 특히 같이 육휴(육아휴직) 낸 초보 엄빠들은 힘드시죠..? 그래도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까지 젖 먹던 힘을 합쳐서 파이팅!!
오늘도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고마워요 엄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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