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신생아에게 요 딴 내복 패션 정도야
“여보세요? 축뽁이 심장 전화기예요?~ 아빠 목소리 잘 들리나요~? 따르릉따르릉.”
“야. 솜뭉치야. 아빠 지금 내 배에다 대고 어디다 전화 걸고 있는 거냐?”
나는 눈도 뜨지 않고 습관처럼 양손 주먹 고기를 쪽쪽 빨면서 아빠의 짓궂은 장난에 대해 솜뭉치에게 불평해본다. 요즘 주먹 고기 중독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른들의 커피 카페인 중독이 이런 걸까.
배고플 때는 물론, 마음이 좀 불안하거나, 아니면 그냥 심심하거나 할거 없을 때도 요 주먹 고기를 쪽쪽해주면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어서 계속 빨게된다.
아! 주먹 고기 하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얼마 전에 아빠가 네일 트리머라고 하는 신생아 손톱을 잘라주는? 아니 잘라준다기보다 손톱을 갈아주는 작은 기계를 당근으로 업어왔다.
예비 초보 엄빠들은 아직 상상도 못 하고 있겠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무려 그 신생아의 쌀알같이 작은 손톱, 발톱도 잘라줘야 한다. 생각해보라. 어른의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손톱 열개, 발톱 열개를 집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아기 손엔 너무 거대한 그 손톱깎이로 자른다?
실제로 아빠가 찾아본 너튜브 영상에는 엄빠들이 신생아 손톱을 잘못 잘라 소아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신생아 손톱 자르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다는 말씀!
하지만 걱정은 노노! 요 축뽁이가 해결책을 드리져! 그것은 바로~~~~! 헷! 네일트뤼머! 뚜둔(하트)
쫄보인 우리 아빠도 당연히 손톱깎이로 깎을 엄두도 못 내고, 네일 트리머라는 걸 찾아내더니 그걸로 내 손톱을 예쁘게 갈아주었다. 어른보다 신생아의 손톱은 얇기 때문인지 잘 갈린다고 아빠가 좋아하던 게 생각난다. 근데 자기 손톱은 왜 갈아보냐궁 힝.
그리고 나도 손톱이 뭉툭 정리되니 모로 반사로 얼굴 상처도 덜 내고, 또 요 주먹 고기 쫍쫍하는데 더 편해서 너머너머 좋다! 대만족!
신생아 손톱깎이에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겁이 나는 초보 엄빠 분들이라면, 요 네일 트리머를 한번 써보시라! 역시 육아는 템빨! 아! 이건 PPL 아니다. 그냥 진짜 신생아로서 써보니 편하길래 추천드리니 오해 마시길 훗! (물론 피피엘은 언제나 환영:)
아무튼, 나는 잠결에 그렇게 주먹 고기를 쪽쪽 빨고 있었다.
아직 배가 완전 고프진 않고.. 그렇다고 또 젖병 꽂아주면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은 그런 애매한 상태. 그래서 눈감고 주먹 고기랑 놀고 있었는데 잠이 좀 깬 걸 눈치챘는지 아빠가 갑자기 내 배냇저고리를 슬쩍 올리더니 아빠 귀를 내 심장에 대고 따르릉따르릉 전화놀이하고 있는 중. 히융..
본인은 나랑 이런 식으로 잘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먹 고기 쪽쪽에 방해만 돼서 슬쩍씩 배에 대고 있는 아빠 머리를 향해 쿵쿵 펀치 해주었다.
뭐. 짧고 귀여운 내 팔이 잘 닿지 않아 아빠는 느끼지도 못한 거 같지만. 힝.
“사위 애기 간지럼 태우면 안 돼~ 그러고 보니 축복이 입고 있는 그 배냇저고리는 작은 거 같은데? 내복 입혀보는 게 어떤가?"
휴일이신지 오랜만에 장모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내복이요? 오!! 그럴까요?”
아빠는 뭐가 신났는지 갑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옷가지를 한 뭉텅이 갖고 나온다.
“어떤 색이 잘 받으려나? 요고는 초록 비행기가 배에 그려져 있고, 요고는 초코색 도넛 그려진 땡땡이 무늬, 오! 이게 좋겠다. 노랑 계란 프라이가 그려져 있는 천사같이 하얀 옷!!”
누워있는 내 발 아래쪽에 앉아 싱글벙글 혼자 신나 떠들어대는 아빠를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본다. 아빠 사람은 참 혼잣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나 재울땐 요상한 자작곡을 계속 부른다. 아무튼 참 재밌는 사람이다.
아빠는 지극히 본인 스타일인 노랑 계란 프라이.. 응? 가만 보니 노랑 꽃이네 이런.
그 옷을 내쪽으로 들이밀더니 아빠의 한쪽 팔로 갑자기 누워있는 내 머리를 들어 올리고 다른 팔로 옷을 낑낑대며 입히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포기하고 한다는 말,
“음. 근데 장모님 이 옷은 단추로 입히는 게 아니고, 옷을 머리부터 해서 목으로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입히죠?”
그동안 배냇저고리를 입어온 나. 배냇저고리는 우리 한복 저고리 입듯 좌우 팔을 먼저 옷에 넣고 앞 쪽 단추나 끈만 묶으면 그만인데, 아빠가 고른 내복은 일반 티셔츠처럼 목부터 집어넣어야 해서 처음 해보는 사람은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나 허둥대며 버둥버둥 대고 있는 아빠. 그 옆에 뭐 이런 게 있나 딱한 시선을 보내고 계신 장모님.
“에이. 그렇게 하면 축뽁이 목 다 꺾이지! 일루 줘보게.”
아빠가 엉망으로 내 옷을 계속 머리에 쑤셔 넣으려 하자 보다 못한 장모님이 드디어 나서 주신다.
오 나의 구세주. 오마이히어로!
그러자 옷이 너무도 쉽게 쏘옥 목부분을 통과하고 양손도 옷 밖으로 뾱뾱! 그리고 내복 바지까지 세트 클리어!
사실 그동안 배냇저고리가 편하긴 했지만, 바지 없이 기저귀만 덜렁 입고 있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힙한 신생아인 나는 거침없는 노란 줄 기저귀로 0춘기 감성을 뿜뿜해냈지만!
요 내복이란 건 바지까지 세트로 되어있나 보다. 바지를 입으니 엉댕이가 제법 따땃해지는 서 같아 아주 만족스러워 내 얼굴에 꺄릉 웃음이 번진다.
“와! 축뽁이 저고리 입을 때는 마냥 신생아였는데 이렇게 내복 바지까지 다 차려 입혀 놓으니 제법 어린이 같네! 아구 이뻐라 내 새끼! 옷이 이렇게 잘 받는 걸 보니, 역시 패완얼이네!!”
들뜬 목소리의 아빠가 감탄한 듯 말한다.
'근데 아빠가 말한 저 패완얼이 뭐지?'
“패완얼이 뭔가?”
내 궁금증을 엿들은 것 마냥 장모님도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 장모님~패완얼 모르세요? 하핫! 요즘 젊은이들 MZ어 좀 공부하셔야겠네!
패완얼이란 바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 바로 요 축뽁이의 얼굴이 절 쏘옥 빼닮아서 내복 패션마저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말 아닙니까 ㅎㅎ”
장모님은 순간 말을 잃으셨고, 나는.. 풉. 나도 모르게 비웃을뻔했다. 본인 얼굴에 저렇게나 자신이 있는 아빠라니. 아주 대애애애애다아아아안 하시군여.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님들께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군 아쉬워! 후!
뭐. 그래도 아빠의 저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아아. 내 얼굴이 아빠를 닮았다는 거에 동의한다는 게 아니구,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
워낙 퍼펙트한 나의 얼굴로 아무 거나 뒤집어써도 패션을 완성시켜버리는 것 보면 말이다. 힙한 신생아에게 요 딴 내복 패션 정도야. 무려 배냇저고리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던 나인걸 헤헿! 힙한 기저귀 패션!
“자, 우리 축뽁이도 한번 볼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신 장모님과 순간 뻘쭘해진 아빠는 나를 핑계로 자리를 옮겨 거울 앞에 선다.
흥. 나는 거울 아니어도 솜뭉치 시키면 볼 수 있는데 굳이.
근데 아빠 품에 안겨 거울 앞에 서있는 내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아. 얼굴이 완벽해서가 아니고. 옷이 너무 잘 어울려서도 아니다.
음.. 멀뚱멀뚱 아빠 어깨에 걸쳐 내 모습을 보는데 그동안 봐왔던 뭔가와 달랐다.
음.. 뭐가 달라진 거지.. 분명 뭔가 이상한데.. 뭐지..
"어?!! 뭐야 이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