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낭만 브레이커 아빠! 으휴!
‘어?!! 뭐야 이거?’
거울 속 내 모습이 분명 뭔가 달라져 있었다.
음..눈코입은 그대로구.. 내 귀여운 볼따구에 그때 그 스크래치는 사라진 지 오래구..
아빠가 100일 되면 빡빡이로 밀어버린다고 하도 말해서 늘 두 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머리카락도 그대로 있다.
‘음.. 뭐지.. 분명 뭔가 바뀌었단 말이지..’
그렇게 거울 속 내 모습을 차근차근 뜯어보던 나는 문득 돌린 시선에 나를 어깨에 들쳐 멘 아빠를 보고서야 뭐가 바뀌었는지 알아차렸다.
“응앵?!!!! (헉. 아빠 미카엘이야?)”
내 말에 왜인지 아빠 머리 위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던 솜뭉치가 움찔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었겠지?
거울 속 아빠를 봤는데 나도 모르게 꿈속에서 봤던 그 미카엘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꿈속에서 미카엘을 둘러싸고 있던 밝은 연둣빛을 띤 하얀색 옷과 비슷한 형광옷을 아빠가 입고 있었다.
‘에이. 하긴 꿈속 일인데 아빠랑 뭔 관계가 있겠어. 그나저나 아빠 옷 색깔 되게 특이하네. 초록 형광색 티셔츠라니.. 나이는 생각 안 하시나... 응? 어?? 나 색 보여?’
그랬다.
거울 속 나를 보고 갑자기 어색했던 이유는 내 눈에 색이 보여서였다.
그동안 내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은 검은색이고, 얼굴은 조금 진한 흰색이고, 눈동자는 다시 검은색, 흰자는 다시 흰색, 배냇저고리랑 기저귀도 온통 흰색. 심지어 맨날 올려다보고 있는 천장도 지루한 흰색.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천장 볼 때 심심하지 말라고 아빠가 당근으로 타이니 모빌을 갖다 줬는데, 그마저도 검은색 부엉이 인형, 흰색 무당벌레 인형 등등 온통 희고 검은 것들만 둥실둥실 떠다녔었는데.
심지어 저 솜뭉치도 흰색이야!!
그런데 지금 보이는 내 모습은 얼굴은 귀여운 살색, 머리카락은 배냇 털답게 아직 새까맣지 않은 진한 갈색, 얼마 전 생긴 눈썹도 검은 갈색, 그리고 아빠가 말한 대로 아까 새로 입은 내복에는 노란 계란 프라이.. 가 아니고 노란 꽃잎들이 박힌 하얀색, 그리고 아까 쉬야를 좀 했더니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 표시로 색이 변한 파란색 두줄 샤샥.
'와. 내가 이렇게나 다양한 색을 가진 아기였다니!'
새삼 내 모습이 신기해 나는 한참을 멍하니 거울 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꿈속에서 염라의 검은 옷색, 삼신의 머리 색, 미카엘의 빛나는 하얀색 등을 이미 경험했던지라 색이 보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현생 한 몸에서는 온통 세상이 까맣고 하얗게만 보였을 뿐이었다.
엄마가 예전 조리원 있을 때 직접 만든 흑백 초점책을 내 눈에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나면 색을 볼 수 있게 되겠지만 신생아 때는 흑백으로만 볼 수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초점책도, 모빌 인형도 온통 검고 하얀 것들만 메달아둬서 한동안 내가 색을 보게 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지냈나 보다.
그때 처음 초점책 보여줄 때 이런 거 말고 엄마 아빠 눈으로 내 눈을 자주 맞춰주면 그들의 눈동자가 검은색이고, 흰자가 흰색이어서 초점책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어른들은 우리 신생아가 아닌 망할 휴대폰이랑만 눈을 맞춰서 화가 난다고 조리원 입소 동기랑 궁시렁댔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제 나도 드디어 색이 보이나 보다!
색이 내 눈동자에 그려진다는 그 첫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아빠의 어깨에 매달려있는 신세였지만, 젖 먹는 힘을 다해서 예전 아빠가 낮과 밤을 설명해주던 창가로 눈길을 돌려본다. 세상은 어떤 색일까 궁금했다.
“와!!!! 세상이 이렇게나 컬러풀한 곳이었다니!!”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천장을 온통 눈부시게 새파란 색으로 덮고 있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 외롭지 말라고 같이 떠다니는 하얀 구름들. 그 아래로는 칙칙한 회색 거리에 휘날리는 초록잎으로 세상에 초록물결을 채우고 있는 가로수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현생 전 저세상에서 봤던 칙칙한 색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창밖 현생은 정말 내 짧은 신생아 응애어(語)로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눈부신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 눈부신 현생 앞에, 저세상 그때 삼신 앞에서 현생 하지 않겠다고 징징대던 내가 현생 하겠다고 한 결정이 너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눈부신 아름다움을 직접 이 내 두 눈동자에 담을 수 있으니!
“응? 축뽁이? 어? 장모님! 얘 이거 눈물 흘리는 거죠? 축뽁이 눈물샘 이제 열렸나? 근데 왜 울지? 노란 계란 프라이 옷이 맘에 안 드나?”
눈치 없는 낭만 브레이커 아빠 같으니.
그동안 무채색으로만 가득했던 칙칙한 세상이 처음으로 색을 입고 내 눈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있었나 보다. 나도 어느덧 눈물샘이 열릴 정도의 세월을 산 신생아란 생각에 괜히 스스로가 기특해진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제 곧 100일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100일에 대한 삼신과의 계약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갑자기 가슴이 찡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래서 눈물이 났던 건지, 아니면 눈부시게 빛나는 색을 가진 세상을 처음 본 감동의 눈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흐르는 눈물도 잊은 채 눈부신 창밖 세상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축뽁이의 1분 육아 꿀팁!
Q. 신생아의 색깔 구분과 시력 발달!
A뽁. 갓 태어난 신생아는 색을 구분하지 못해요. 색의 대비가 강한 강한 흑백도 간신히 구분하는데 생후 2-3개월이 지나면 빨간색, 노란색 등의 원색 구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6개월 정도 되면 색 구분이 완전해지고 대략 만 6세 정도가 되면 완전한 시력을 갖게 된다고 하네요!
아! 돌 이전까지는 스스로 발광하는 전등이나 휴대폰은 보여주지 않는 게 아이 시력 발달에 좋다고 하니 우리 초보 엄빠들 명심하세요! :) 오늘도 퇴근없는 육아에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계속,
※다음 이야기 링크 요기 콕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