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 EP.003
초반보다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카운터(계산) 업무. 고객과 직접 대면으로 소통하고 또 돈과 관련된 업무다 보니 늘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과거 유니클로에서 일했을 때에도 결제 업무 초반에 3만원을 고객에게 더 드렸던 아찔한 경험이 있어서 업무를 배우면서도 불안한 감이 있었다.
1시간가량 곁에서 동료가 결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간략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배운 뒤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처음이니까 당연히 미숙했다. 어설픈 내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다 미숙하고 너네는 처음부터 다 잘했냐(?). 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했던 것 같다.
상품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데 한 번에 못 찾고, 쇼핑백 100원 추가 결제는 계속 까먹고 초반 이런 내 모습에 약간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계속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프로세스에 익숙해졌다. 다만, 문제는 현금 결제 시 진행해야 하는 돈 계산이었다. 분명히 POS기에는 거스름돈이 뚜렷하게 명시돼 있어서 확인하고 돈통에서 맞게끔 드리면 되는데. 그게 초반에는 긴장되고 어려웠다. 특히 외국인 손님이 많아 현금 결제가 종종 있는데 10원 단위로 거스름돈을 드릴 때 제일 긴장됐다.
결제할 때 실수를 안 하는 최고의 방법을 하나 찾았는데, 그건 그냥 '천천히 하기' 다. 고객이 기다릴까 봐 빠르게 빠르게 진행하다 보면 꼭 실수가 발생한다. 그냥 천천히 하면 된다. 거스름돈도 천천히 정확하게 세고 드리면 실수를 할 일이 거의 없다. 요새는 업무가 많이 익숙해졌기도 했고, 노하우도 생겨서 다행히도 실수를 잘하진 않는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무엇이든 그냥 하면 늘고, 하면 된다. 그리고 결제 업무를 마치고 나면 은근 성취감이 있어서 좋다. 정산이 맞을 때의 쾌감이랄까? 작더라도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있어서 참 좋다.
하루의 전체 업무 중 결제 업무를 1~2시간 정도 진행하는데, 아직까지는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먼저 인사를 잘하고 친절하게 응대한 탓일까? 대체로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상냥한 분들이 많았다. 감사했다. 사소하지만 결제가 끝나고 "감사합니다"라고 해주시는 고객분들에게 오히려 더 큰 감사함과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 내가 고객으로서 서비스를 제공받은 경험을 되돌아보며 작더라도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0대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이렇게 또 다른 삶의 깨달음과 울림을 준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어언 한 달이 흘렀다. 요즘은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쉴 때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쉬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다음화에서는 요즘 내가 느끼는 일과 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