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 EP.004
정규직을 퇴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주일에 주 3일 일하고 주 4일은 쉬고 있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 끝판왕인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삶의 만족도가 꽤 높다. 다만 적게 일하는 만큼 소득이 많이 작기도 하고 아직 젊기에 좀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꾸준히 정규직 구직을 하며 4월 초중순까지는 이 여유를 만끽하고 이후에는 투잡까지 구해볼 생각이다. 아무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무기력함도 벗어나게 되고 삶에 활력을 느끼게 되어 이것만으로도 값진 성과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요즘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지금 나에게 일은 단조로운 내 일상에 적당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주어 삶의 활력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며 쉼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일할 때에는 가끔 지루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든 시간들이 분명 많긴 하지만 단조로움 가득한 백수의 시간보다는 조금 더 삶에 활력이 돈다고 할까? 다만, 이 스트레스의 강도가 지금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선이어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더불어 몸으로 일하고 있어서인지 딱 퇴근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도 예전보다 더 크고 자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참으로 좋다.
또 하나, 일을 하니 더 잘 쉴 수 있게 됐다. 일을 안 하는 날엔 온전히 그 쉼을 누리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감사했다. 쉬는 날 운동이나 등산을 가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쇼핑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참으로 귀중했고 행복했다. 궁극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내 삶을 잘 누리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전 정규직으로 일했을 때보다 받는 수입은 엄청나게 줄었는데 삶의 만족도가 지금 더 크다. 왜 그럴까? 물론 많이 쉬어서도 크지만 백수의 시간을 거치고 여러 책을 읽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했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느끼게 된 생각들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항상 미래의 행복만을 쫓으며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늘 내 삶이 불행하고 고통스럽다고 여겼었다. 물론 실질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충분히 삶을 즐기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쉽다. 근데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며 순간순간의 행복과 소소한 즐거움을 잘 느끼며 여유롭게 살고 있다. 물론 불안하고, 남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단은, 지금은 나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좋다. 이렇게 좋은 동기와 삶의 의지가 분명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 본다. 가끔은 일하기 싫고, 몸도 정신도 피곤하고 힘들지만 이렇게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일을 통해 내 삶을 더 잘 누릴 수 있는 지금이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