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 EP.005
아르바이트 관리자에게 한소리 들었다. 사유는 특정 시간의 업무 태도가 좋지 못했다는 것. 일단 억울했지만 죄송하다고 했다. 평소 싫은 소리 듣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무엇이든 알아서 눈치껏 성실하게 임하는 편인데 이렇게 꾸중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쨌거나 관리자 입장에서 나의 업무 태도가 불성실하게 보였으므로 내 잘못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해당 업무를 할 때 주의해야겠다. 그러나 상황적으로 분명 억울한 부분은 있었다. 해당 업무 인계를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것과 원래 내가 해야 했던 업무가 아니었어서 책임감이 다소 결여됐던 상황이었다.
업무를 소홀히 한 내 잘못이 컸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었고 업무 중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니까 당연히 속상했다. 곱씹을수록 내 컨디션만 나빠졌다. 그래서 나는 문제의 원인을 온전히 나 또는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상황 탓으로 돌려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다음부터 잘하자
핵심은 나는 업무 숙지가 덜 되어 있었고 관리자는 그걸 몰랐던 상황이었기에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 버리니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나 또는 남 탓이 아닌 상황 탓으로 돌려버리니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에 대한 적개심 또한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꽤 현명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의 감정 상태와 컨디션은 오롯이 나만이 컨트롤할 수 있으므로 이것을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앞으로 더 키워야겠다.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만을 앞세워 즉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일단은 억울하고 화가 나도 일단 누르고 천천히 문제와 상황을 다시 짚어보며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싶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어언 2달이 흘렀다. 여전히 마음속 한편에 불안함이 있고 이게 맞는 길인가 하는 의문은 들지만, 지금 단계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 될 것이기에 순간순간을 잘 느끼며 흘려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