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며 살기

by 정소민

얼굴은 갸름하고, 목은 사슴처럼 가늘고, 등은 군살 없이 매끈하고, 배는 슬림하고, 다리는 적당한 근육에...

참 잘 빠졌다. 대략.. 20대 후반? 요즘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이다.


헐.. 정말?


물론, 거울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턱은 쳐지기 시작하고, 목엔 주름이 가득...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나잇살이 군데군데 붙었다.

딱.. 50살 언저리의 아줌마...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거울로 마주하는 모습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믿을 수 없어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살이 좀 빠진 것 같지 않냐?’ ‘근육이 좀 붙은 것 같지 않냐?’

‘건강하게 보이지 않냐?....’ 마지못해 ‘그런 것 같기도 하고’라고 하거나..

‘아니.. 잘 모르겠는데.. 몸무게 빠졌냐’며 되레 묻기도 한다.


믿을 수 없다. 분명.. 슬림한 몸을,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몸이 받쳐주니 전에는 입기가 민망한 옷도 과감히 입을 수 있게 됐는데 나만 느끼는 건가?

요즘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해서 머리가 좀 이상하게 됐나?

운동으로 체력이 올라가니..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나를 과대평가했나 보다.


하지만... 내 눈이 완전히 착각하는 건 아니다.

지방이 있던 자리에 근육이 좀 붙었고, 몸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까지도 가볍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전에는 갖지 못했던 자신감이 들었다.

거울에선 나타나지 않고, 남들은 알지 못하는 커다란 변화를 나는 분명히 느낀다.


그래도 착각이라고? 그러면 또 어떠랴?

착각해서 즐겁고,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거울을 안 보고 살면 되지.

이전 11화스타일의 완성, 츄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