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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둘셋 May 06. 2024

19. 글을 마치며

드디어!

 아빠, 택씨에 관한 기록은 이렇게 마무리하기로 한다. 택씨가 이 글들을 읽은 이후에 택씨가 직접 밝히는 비하인드 스토리 한편 정도가 추가될 예정이니 깔끔한 20화 완결을 맞이할 수 있겠다.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두 달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벌써 해가 바뀌고 5월이 되었다. 작년 10월에 글쓰기를 시작하였으니 장장 8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몇 화 정도로 구성을 해야겠다는 큰 그림 따위는 없었다. 원래 나의 성향이 추진력과 실행력은 좋은 반면 신중함이나 계획성은 없기 때문이다. 아빠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10화 정도 쓸 수 있겠다 했는데 쓰다 보니 생각나는 게 많았다.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하는 중에 또 다른 일화가 생각나고, 그러면 또 글을 쓰고, 이제 끝낼까 하면 또 다른 얘기가 생각나고, 그럼 또 쓰고 이런 식으로 써 내려갔다. 그래서 사건의 순서가 없고 시간이 뒤죽박죽이기도 하다. 정말로 내 머릿속에서 기억나는 순서대로 썼다.  


 쓰다 보니 내 얘기를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때의 나의 생각과 지금의 나의 생각, 그때의 나의 관점과 지금의 나의 관점이 들어가다 보니 이 글은 아빠에 대한 글이면서 동시에 나에 관한 글이 되었다. 아빠의 삶을 관찰자로서 쓰고 싶었지만, 내 삶과 분리시켜서 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고, 결국은 아빠와 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다. 인간은 입체적이니까 이런 면도 쓰고, 저런 면도 써야겠다면서 내가 본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그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일들이 아빠는 다 기억이 날지도 궁금하다. 그냥 이런 아빠의 모습들이 지금의 첫, 둘, 셋은 만들었다면 너무 결과론적일까?


 내가 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래, 우리 아빠는 이랬었지, 그래서 나도 이렇지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부모를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나의 성장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나는 택씨처럼 누군가에게 요리 해먹이기를 좋아하고, 운전을 잘하며, 친구들과 거의 매주 모임이 있고, 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며, 낭만 없이는 죽고 못 사는 이 집의 가장이다. 아마도 딸 셋 중에 내가 제일 아빠를 많이 모방했을 것이다. 그리고 별 걸 다 닮았다고 생각했다. 택씨의 유전자는 훌륭하게 보존되었다.


 이 글은 별 홍보도 없이 혼자만의 프로젝트로 조용히 진행했다. 인스타에 홍보라도 해볼까 했지만 내 인스타도 아빠가 보고 있어서 링크 한번 걸지 못했다. 평균 독자 10명을 기록하며 열심히 써 내려갔는데, 그래도 그 10분의 독자들이 힘이 되었다.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올린다. 사실상 일기 외에 마음먹고 써보는 첫 번째 글이라 읽을 만 한가, 지나치게 감성적이진 않은가, 내용이 너무 부산스럽진 않은가 등등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늘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무사히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이제 이 글은 셋의 편집을 거쳐, 잔보(@ninano_boram)의 일러스트를 덧입어 택씨의 생일선물로 곧 전달될 예정이다. 부디 택씨를 즐겁게 할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택씨의 반응을 담은 후기로 또 찾아올 테니, 기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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