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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오 Oct 08. 2021

근대 철학은 데카르트와 함께 시작되었다.

데카르트의 절대적 의심과 본유관념 및 실체 개념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소위 포스트모던 철학이 한 때 서구 사상을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 철학의 전통은 데카르트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온다. 심지어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의 존재론조차도 데카르트의 사고, 에고 코기토 (Ego Cogito = I think)의 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두 철학은 데카르트와 근대 철학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이 데카르트와 근대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은 "내가 생각한다"는 전제가 없다면 모든 철학이나 사상은 독단적인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에고 코기토의 원리는 주관 혹은 주관성의 원리와 동일하다. 사람들은 주관성이나 주관-객관 관계의 개념을 쉽게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이 철학의 틀은 쉽게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더하여 데카르트는 철학 역사상 처음으로 정신, 영혼, 이성, 또는 지성으로 종종 표현되는 인간의 마음을 간결하게 파악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사고(思考) 혹은 생각(Thinking)의 기능으로 정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단지 생각하는 존재이다, 즉 마음(mind), 영혼(soul), 지성(intellect), 이성(reason), 이런 단어들은 내가 이제 막 그 의미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고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진실하고 실존하는 존재이다. 
- “제 일철학에 관한 성찰” Meditations on First Philosophy 중 두 번째 명상

이전에 사람들은 정신, 영혼, 마음, 지성, 이성 등에 대해 이리저리 이야기했지만 데카르트 이전까지는 이러한 것들의 본질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러한 것들의 의미는 문맥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의 내면에 대한 데카르트의 정의(定義)를 알면, 인간 정신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진다: 하나의 사고하는 존재(a thinking thing)이다. 게다가 데카르트는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 (the image of God)"을 따라 인간을 만들었다는 "하나님의 형상"을  '나는 생각한다'(ego cogito) 원리로 해석했다.

하지만 신이 나를 창조했다는 사실은 내가 어떻게 그의 이미지와 유사성을 따라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믿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유사성을 내가 나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인식한다.
- 세 번째 명상: 하나님

이 구절의 의미는 이러하다. 창조자가 피조물을 만들 때는 자연히 창조자의 이미지(형상) 혹은 창조자와 비슷함을 토대로 만들었고 그 이미지 혹은 비슷함이란 바로 나의 본질인 사고(I Think)라는 것이다.

 

절대적인 의심을 통한 “생각하는 나”의 발견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나(I-Think)” 원리에 대한 발견은 끈질긴 의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하나의 “앎”을 찾고 싶어 했다. 확실한 인식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오류와 실수의 하나하나의 모든 가능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하늘이나, 산 혹은 나무 같은 감각적인 현실을 의심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신체마저 의심, 부정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이런 의심을 필자는 절대적 의심이라고 규정한다. 한 마디로 최고로 극단적인 의심이다.

눈, 머리, 손 등등은 가상(假想)일 수 있다.
- 첫 번째 명상

자신의 머리나 손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내 몸을 의심할 수 있을까? 내 손과 발이 환상적일 수 있을까? 어떻게 데카르트는 자신의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절대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데카르트가 자신의 신체를 불신하는 것은 소위 "환상 사지" 감각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글에서 "환상 사지(phantom limb)"를 언급했다. 참고로 이 현상은 최근 “뇌과학(腦科學 = brain science)”의 중요한 주제다.

사지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은 가끔 “없어진 팔·다리의 통증”을 느낀다고 들었다. - 여섯 번째 명상

환상사지 감각: phantom limb sensation
“유령 팔다리” 혹은 “환상 사지 현상”은 절단되거나 없어진 팔다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감각이다. 이 증세를 앓는 사람들 중 상당한 비율은 고통스러운 유령 팔다리 감각을 경험한다. 
[환상 사지, 위키백과]

이 관점에서 데카르트의 “자신의 몸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가설이 이해될 것이다. "뇌·과학과 라마찬드란 박사(Dr.Ramachandran)와 관련된 “환상사지” 혹은 “유령 팔다리” 이야기는 여기서 더 이상 논의하지는 않겠다. 하여간 뇌·과학에 의하면 우리의 뇌 속에 유령이 있다고 한다. Phantoms in the brain. 


필자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단지 자신의 몸을 부정하는 “사고 실험”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데카르트의 철저하고 극단적인 의심 방법은 뇌·과학과 관련하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두뇌에 대한 설명하고 있는 라마찬드란 박사

두 가지 실체로서의 마음과 물체(mind and body)


외부 세계에 대한 철저한 불신과 심지어 인간 자신의 신체의 불신, 부정을 통해 데카르트는 '나의 본질은, 비록 내게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육체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본질이 아니라 오직 “나는 생각한다(I-Think)”는 사실에 있다'라고 말한다.  


비록 바깥 세상이 꿈과 같은 착각이고 내 몸도 “유령 팔·다리”와  같은 착각일지라도,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내 마음은 환상일 수 없다. 내가 생각한다는 그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것은 지식과 진실을 깊이 조사하기 위한 말하자면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의 받침점”이다. 데카르트의 말에 따르면, 사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정신은 그의 몸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늘어나지(연장되지) 않고 생각하는 어떤 것으로서 나 자신에 대한 생생하고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늘어나기(연장되기)는 하나 사고하지 않은 것으로서의 물체에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 즉 사고하는 나는 몸으로부터 정말로 구별되고 그것 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 여섯 번째 명상 

사고로부터의 물체의 분리 가능성을 통해서 두 가지의 실체 즉 정신과 물체 개념이 확립되어진다.


데카르트의 관념(Idea) 이론


데카르트는 마침내 궁극적인 존재, 즉 사고하는 존재를 발견한 후 우주, 즉 바깥 세계와 신(神)을 세우기 위해 전진한다. 그는 감각적 관념이 현실에 부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전에는 무시했던 관념의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감각적 관념의 오류에 대해서 하나의 예만 살펴보겠다. 가령 우리의 별에 대한 관념은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이다. 그러나 천문학적 지식에 따르면 그 별은 실은 엄청나게 큰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감각적 관념들은 기만적일 수 있다. 심지어 나의 살과 피에 대한 생각조차도 환상적일 수 있다”라고 부정했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이들을 다른 차원에서 긍정하려고 한다.

 

데카르트 관념(idea)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다음과 같다. 관념은 주관적인 사물입니다. 그것은 객관적인 사물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는 "관념들(Ideas)은 내 (마음) 안에서 살아있다(일어난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관념(idea)은 생각(thought)과 같은 단어다. 관념이란 달리 말해  "정신적인 사건(mental event)"이다. 


명백하게 확립된 사고원칙(나는 생각한다)에 근거하여  데카르트는 관념(idea)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① 본유관념(innate idea), 
② 감각적 관념(sensory idea)  
③ 인위적 관념(inventive idea) 

Descartes에 의하면  모든 관념은 내재적–나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나의 생각이며 "정신적 사건"이지만, 각각의 관념들의 기원은 다르다고 한다. 

①본유관념은 나의 본성(my nature)에서 유래하고, ②감각적 관념은 외부의 것에서 유래하고, 

③인위적인 관념은 나의 의욕이나 상상에서 유래한다.


내가 볼 때, 사물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이해는 순수하게 나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그것이 본래적(innate)이라는 것을 의미이다. 소리를 듣거나 태양을 보거나 불을 느끼는 것은 나의 외부의 것들로부터 온다. 그리고 세이렌, 히포그리프 같은 것들은 나 자신의 발명품이다.
- 세 번째 명상 
세이렌 -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악한 요정들

본유관념은 나 자신의 본성에서 나오고, 나 자신의 본성이란 다름이 아니라 “생각하는 나(I-Think)”와 같은 것이다. 단지 본유관념은 에고 코기토(I-Think)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나” 혹은 “사고하는 사물(Thinking-Thing)”이란 말도 사용한다. 나는 사물(Thing)이고 존재(Being)이며 또 실체(Substance)인 것이다. 후대인들이 본유관념을 오해한 나머지 많은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본유관념은 진리 개념을 포함한다. “생각하는 나(Thinking-I)”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세상을 의심, 부정한 것도 진리 개념 혹은 “~이 옳다. ~이 거짓이다” 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생각 혹은 사고는  실체와 진리를 전제로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고하는 존재가 일종의 실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연장된 물체는 또한 실체 개념의 일종이다. 물체(Body) 개념은 기하학이 보여주는 명석, 판명한 진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에 의해서 두 번째로 확실한 존재로 인정이 된다. 


데카르트의 물체 개념은 질량, 운동 등을 가진 물리학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평행선이나 삼각형 등에 의해서 구체화되는 순수한 공간 개념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이런 실체를 연장된 물체(Extended Body) 혹은 연장 실체라고 한다. 


지금까지 데카르트의 주장은 매우 일관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본유관념을 더 발전시킨다. 여기에 비약이 있다. 


그는 이제는 사고 실체와 연장 실체를 모두 “유한한 것”으로 규정한다. 

즉, “유한한 사고 실체”, “유한한 연장 실체”이다. 그러나 신에 대해서는 위의 두 가지 유한한 실체와 달리 “신은 무한한 실체이다”라고 한다. 이런 관념 역시 본유관념이다. 문제는 관념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존재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서 그는 중세 철학자 안셀무스(Anselm)의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Ontological Argument of God’s Existence)을 사용한다.


#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


신의 관념에서 신의 실재를 도출하는 증명. 그것은 처음에 안셀무스(Anselm)에 의해 주장되었다. 나는 “신(神)은 가장 위대한 존재이다”라고 하는 신(神)의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만약 신이 단순한 나의 관념에 불과하기만 하고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장 위대하다”라는 신(神)의 관념에 불일치한다. 따라서 신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이런 종래의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과 주장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관념의 반영 이론(representation theory of ideas)과 원인과 결과의 원리와 같은 이론들이다. 더 이상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필자의 견해로는 데카르트의 관념 이론에는 약간의 불일치가 있다: 즉 관념의 3가지 분류와 그것의 반영 이론은 매끈한 연결이 어렵다. 


그리고 본유관념의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출생 이전의 의미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존재(Thinking-Thing)는 그 자체 안에 실체 개념과 진리 개념을 포함한다.


결론 


데카르트에 의해 발견된 “나는 생각한다(I-Think)”원리는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 된다. 데카르트는 절대적인 의심이라는 “사고 실험”을 통해 바로 이 지점에 도달했다. 그는 하늘, 나무 등 감각적인 현실을 의심했고, 심지어 자신의 몸, 살과 피를 의심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런 극단적인 데카르트의 의심이 최근 뇌과학의 핫이슈인 “환상 사지(Phantom Limb)”으로 인해서 가능해짐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신체가 정신과의 분리됨을 예시하는 것이다. 


정신 혹은 마음의 본질적인 기능은 생각, 사고하는 것이다. 또 사고는 마음의 능력의 일반적인 용어이다. 마음은 의심하고, 이해하고, 확신하고, 부정하고, 원하고, 거부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데카르트는 주로 생각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사고 내지 생각-원칙에 기초해 그는 우주, 즉 세계와 신을 설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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