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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맑음 Jan 16. 2023

오늘도 무사히

아침의 기도


눈을 뜨면 먼저 시간을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시간 계산을 한다. 지금 일어나면 출근 준비에 몇 분, 지하철을 타러 가면 몇 분, 사무실에 도착하면 몇 분. 그렇게 시간을 계산하고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한다. 아침에는 생각이란 걸 하면 안 된다. 특별하게 챙길 것이 있지 않는 한, 그저 눈을 뜨면 지금부터 사무실 도착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보고 날씨나 그날 동선을 고려해서 차를 가져갈 것인지, 지하철을 탈 것인지, 아니면 걸어갈 것인지 결정한 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떴고, 제일 먼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고, 머릿속으로 사무실 도착 시간이 언제가 될까를 계산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세수를 하고 나오니 일곱 시. 오늘은 일곱 시 반 이전에 사무실에 도착하긴 틀렸으니, 애초 출근시간인 여덟 시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겠다. 차를 가져가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주유를 할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뉴스와 함게 출근길 운전에 주의하라는 아나운서의 말에 생각을 바꾸었다.


집에서 나서며 시간을 확인하니 일곱 시 이십육 분. 버스 앱을 켜보니 이십 분 후에나 버스가 도착한다. 그때까지 기다리다 간 지각할 수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 걸어갈까 잠시 고민했다. 출근시간까지는 삼십 분가량 남았는데, 걸어가다가는 일이 분 지각할 수도 있겠다.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사에 들어서서 승차권을 찍고 차단기를 통과하는데 멀리서 열차가 오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 열차 들어오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내가 타야 할 열차가 들어오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일까. 열차 소리만으로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에스컬레이터에 다다르자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두 칸, 세 칸씩 넘어 서둘러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터 중간쯤 내려갔을 때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상행 에스컬레이터로 몰렸다. 내가 에스컬레이터를 끝까지 내려갔을 때 "열차 문 닫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에스컬레이터와 열차의 거리는 두어 걸음만 크게 걸으면 충분히 열차에 탈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무리해서 올라타다 닫히는 열차 문에 끼이는 불상사를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이 초 망설였다. 에스컬레이터 문은 닫히지 않았다. 빨리 발걸음을 옮겨 열차에 올라탔다. 내가 타고도 약 오초는 더 머무른 후에 열차 문이 닫혔다.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는 일곱 시 오십 분이 채 되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 사무실을 환기시키고 가습기에 물을 새로 채워 놓은 후, 내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했구나,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기를.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도 무난하게 보낼 수 있기를.

나도 동료들도 오늘 하루가, 이번 주가 즐거운 기억이 남기를.

내가 담당한 업무가 원만히 진행되기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지금 사는 집도 늘 그렇듯 나에게 여전한 안락함을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오늘 하루를, 새로운 한 주를 보낼 수 있기를.


그렇게 마음속으로 나와 가족과 동료들의 안위를 빈 후에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어내려 갔다.


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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