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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Mar 28. 2020

독일의 재택 학교 수업은 새로운 기회일까?

코로나의 시대에서 공교육의 장단점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독일에서도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여가를 위한 외출은 금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아니 전 세계의 학부모들에게 난관이 닥쳤다. 교사 및 교수의 입장도 다급한 건 마찬가지다. 당장 나 자신만 해도 갑자기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하며, 영상 수업 자료를 만들기 위한 조언과 토론이 우리 대학의 일원 사이에 하루 여러 개의 단체 이메일로 바삐 오가고 있다.


나는 아이가 없지만 대학 교육 말고도 어린이 및 청소년 공교육에 관심이 많다. 자연히 독일과 한국의 차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지그시 관찰하게 된다. 여기서 내가 관찰하기 위해 쓰는 "안경"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용도에 따라서 골라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대외적으로 왈가부할 수 있는 영역과 그러면 안 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한국 TV프로 중 "공부가 머니"를 시청한 적이 있는데, 의욕만 많은 학부모와 그에 상응하는 괴상한 전문가 의견을 관람하며 머리가 띵할 정도로 화가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교육에 가지는 내 관심이 학부모를 향한다면, 잘못하면 오지랖이 될 수 있다. 내가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은커녕 식물도 제대로 못 키우는 내가 훈계하는 입장이 될 수는 없다. 독일인의 시야로 어림잡아 비교할 수도 없다. 한국의 용광로 같은 사교육 시장과, 국제적으로 튀는 학구열과, 실제로 나에게 피부로 다가오는 아이 교육의 문화 차이 등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서, 철저히 그 속에서만 길을 찾아야 할 때 자율적 나침반을 가지기란 극단적 선택에 준할 것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공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건설적으로 발언하기에 적합한 또 다른 "안경"들이 있어서, 어린이와 청소년 공교육이라는 주제를 볼 때 두 가지 입장을 취한다. 1) 유치원부터 독일 공교육을 전부 거치며 체험한 문제들, 즉 학생의 학업적 성취 가능성 분포 중 가장 상위와 가장 하위 집단의 보조 부족, 그리고 그중에서 해당 국가의 특수한 공교육 제도의 몫을 따져보는 입장 2) 그런 과정들을 한참 지나왔지만 직접적 영향의 생생한 거울과도 같은, 독일인과 외국인 대학생,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입장.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오늘의 기사는 독일 교사가 얘기하는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일상, 즉 재택 수업의 첫 실행 체험에 대한 인터뷰를 발췌해서 번역하겠다. 핵심은 이러한 수업 방식의 목적이 교과과정 수행 말고도 더 있는지와, 교사 자신의 사용자 체험이 매끄러운지와 (이는 직접적으로 학생에게 영향을 끼치니), 정상시에 학생들이 겪는 문제점들 중 어떤 것들이 재택 수업으로 인해 한편으로 해소되고 다른 한편으로 악화되는지, 그리고 악화되는 집단의 특징이 무엇인지이다. 인터뷰된 교사는 Gesamtschule에 종사함으로써 한국으로 치면 인문계, 실업계를 5학년부터 졸업반까지 일부 일체화해서 만든 학교 형태이다.


그녀는 아직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잠시 들린다. 체육관 뒤에 학생들과 함께 가꾸는 벌집이 있다. 지금처럼 봄이 되면 벌들이 무리 지어 나오는 현상을 관찰할 때인데, 그녀 말고는 올해 청중이 없다. 벌들은 퍼져서 날아가고 아이들은 집에 있다.

할 스텐 베르그 씨는 17년 차 교사다. 하지만 현재 전국의 교사와 마찬가지로 재택근무하며 수업을 행하고 있다. 그녀는 집에서 인터뷰를 전송하며 요즘 그녀 자신이 배울 것이 넘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범한 실수는 아이들에게 답을 요구하는 숙제를 보냈다는 것이다. 보통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들이니 말이다. 학교가 건재할 때 내주는 문제들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 당장은 가정에서의 관계의 과제가 천 배 더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학적 의미에서 "해결 지향적"이 아닌 "상황 지향적" 과제들을 내준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1. 요즘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 거야.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있을 거야. 너의 생각들을 몇 가지 정리해서 플래카드를 만들어 봐.

전 세계는 지금 거대한 규모의 사회 실험 중이다. 독일만 해도 모든 학교 계열과 형태를 통틀어 약 1천1백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집에 갇혀있다. 출석 의무 대신 출석 금지다. 많은 이들에게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의 세계관 변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갑자기 수업 발표가 강요되지 않으며, 자율적 능력이 강한 학생들은 재택학습을 하며 본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팀워크에 뛰어난 학생들은 쓸쓸함을 이겨내야 한다. 짝사랑하던 학생들은 님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체육수업도, 쉬는 시간에 서로 뒤엉키는 것도, 몰래 구석진 곳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없다. 땡땡이도 못 친다.

할스텐베르그 씨의 과목은 국어 (독일어)와 역사고 그녀의 직장인 학교의 학생 수는 1500명이다. 학생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들의 작은 표본과도 같다. 전국의 약 백만 명에 달하는 교사들을 대표해서 현재 상황의 장기적 결과에 대해 답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거듭 "자율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자율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전국의 1천1백만 명의 학생들이 좋은 나쁘든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녀의 학생들 중 일부는 평생 치맛바람에 감싸여 자랐다. 그들의 부모는 때로는 공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현재 집에 있기 힘든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저녁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한다. "저는 놓아주어야 했어요. 그랬더니 어떤 줄 아세요? 아이가 알아서 하더라고요!"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학우와 교사 앞에 서서 뭔가를 실행해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현재가 호황기다. 그리고 아침잠이 필요한 아이들, 혹은 "내면의 상상의 나래가 강한" 아이들도 그렇다. 또 "학교에서 가끔 크게 반항하는"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들은 현재 본인의 속도에 맞춰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지금까지의 상황이 행복으로 가는 세계관 전환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류의 가정들도 존재한다. "그곳의 세상은 달라요. 그곳의 학생들에게 학교란 방어막이고, 받아주는 그물이고, 보호처예요."

꾸준히 교감해주어야만 잠재력을 펼치는 일부 남학생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그런 아이들은 2분마다 눈을 맞춰주고, 웃어주고, 칭찬해주어야만 "자율성"을 유지한다. 그들에게 그녀는 지금 전화를 걸어주는 수밖에 없다. 연락이 끊기기도 한다. "그런 애들은 손에 더 이상 잡히지 않아요."

이혼가정의 자녀들도 있다. "그중 조부모와 살고 있으며, 조부모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구조한 그들에게 병을 옮길까 봐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있어요."

그리고 가정에서 사랑을 못 받거나 이미 포기된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그녀는 안다. 그들에게 가정이란 좋은 장소가 아니고 때로 끔찍한 곳이기도 한다. 현재 외출금지 사태에서 잊혀지는 작은 맹점들 중 하나이다. 이런 때에도 혼자서 돌아다니는 청소년들의 사정은 무엇인지 말이다.


"밖에 있다는 것은 곧 "집이 아니다"라는 것도 뜻하니까요."


2. 우리 반 단체 톡방에서 설문조사를 해서 다음을 물어보세요. a) 현재 친구들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 (1등, 2등, 3등) b) 어떤 집안일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지? (1등, 2등, 3등) c) 심심할 땐 이걸 하면 직빵이다!라는 추천이 있는지? (1등, 2등, 3등). 이렇게 알아낸 정보를 수학 시간에서 배운 지식으로 적절하게 정리할 수 있어요. 막대 차트, 파이 차트,... 무엇이든지!

교사들은 더 이상 빨간펜으로 오답을 표시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대답이든 환영이다.

아이들은 작은 어른들처럼 책상에 자리를 잡는다.

학부모들은 연락을 해서 다음 숙제의 제출 기한을 더 짧게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더 타이트한 틀을 짜서 아이들을 좀 더 통제하고 학부모의 돌보기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교실이 사라진 지금, 모든 것을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 주제는 너무 커서 교사 단 한 명의 경험에 비추어 축약하기 어렵다고. 아이들의 일상에 하루아침 사이에 국가의 존재가 사라졌다. 1천1백만 명 국민의 삶에서 국가가 자취를 감추고 달리 방도가 없었다. 심리학자들은 차후의 영향들을 밝혀야 할 것이며 교육학자들도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시간이 없다. 아직은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기 이르다. 대신 기록은 가능하다. 지금은 국가가 수천 명의 교사의 형태로 각자의 집에서 존재하며 그녀가 그렇듯이 하루에 많은 양의 음성 메시지와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매일을 시작한다.

아이의 일상을 어떻게 규칙적으로 만들죠? 점수는 이제 어떻게 채점되나요? 꿀벌들은 잘 있나요?

"대부분의 전화통화는 학부모를 제지시키는 내용이에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보다 더 대화하고 싶은 부모들과 특히 그들의 자녀들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떤 가정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은 있지만 프린터가 없다. 어떤 부모는 그녀가 추천하는 온라인 수강 프로그램에 자녀를 등록할 지식이 없거나 마음이 없다. 반면 여유 있는 집안들의 학부모는 연락이 와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제품을 지양하고 싶다"라는 말도 한다.

이전보다 훨씬 더, 교사란 학교 일상과 개인 일상을 연결하는 역할로서 극한에 밀렸다.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3. 지금쯤 학교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다시 개학하면 무엇이 제일 기대되니? 선생님은 말이야, 너희를 빨리 다시 보고 싶구나!

개학을 앞두고 결심한 것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올해 초 갑자기 수업이 중단됐듯이 갑가지 재기하지 않을 거라고. 아무리 놓친 시간을 다시 쫒아가야 한다고 해도. 아무리 교과과정의 진도에 뒤쳐졌다고 해도. 수학여행쯤이 좋겠다. "공동체를 강화하는 활동이요. 모두가 자신이 "중요하고 여기에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걸 느껴야 해요. 그런 다음에야 모든 학생을 눈높이 교육으로 보강해야 해요. 질리도록 들은 문구이지만 지금처럼 잘 맞던 때가 없어요."

현재 아이들의 눈높이, 즉 개인적 사정과 상황이 어디쯤에 있는지는 지난 몇 주간 육안으로 관찰하고 판단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눈빛이나 산만함을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으로 조각조각 유추해야 한다. 이미 그녀의 숙제에 대한 답안지들이 몇 개 도착했다.

1. 마음에 드는 것들: 푹 자기. 인터넷 마음껏 하기. 아빠랑 시간 보내기. 학식보다 맛있는 밥. 마음에 안 드는 것들: 체육시간. 놀기. 친구 만나기.

그녀가 가장 처음 받은 답장들이다. 그녀가 교사로서 가장 덜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의 답변들이다.


어린이, 청소년 공교육의 주제는 항상 마음이 아리면서도 정말 거대한 주제다. 거대한 이유는 국가 제도와 자원, 그리고 학생과 가정의 다양한 배경과 상황들이 하나로 모여서 시스템을 이루기 때문에. 마음이 아린 이유는 어쩔 수 없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가정의 상황들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코로나는 말할 나위 없이 위기지만 새로운 기회 또한 되면 좋겠다.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 지금, 이런 방식에 상응되는 장점을 지닌 학생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나만 봐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걱정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시에도 결핍된 문제들 중 현재 악화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고 이에 대해 교사와 교수, 학자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사에서 말했듯이 이것은 장기 프로젝트이다. 이전에 드러나던 문제들 중 어떤 것들이 현재 상황 탓에 더 부각되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은 오히려 더 음지로 후퇴하여 보이지조차 않게 되는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예방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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