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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Apr 04. 2020

독일의 학부모 위원회는 수업 방식의 디지털화를 반길까?

코로나 시대가 제시하는 수업 방식 개혁과 학부모

코로나가 임박한 지금 전 세계의 개학이 늦춰지고 있고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이전 글에서 독일 기사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국가가 공교육에 대한 의무를 일시적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그 책임은 각자의 집 안에 흩어져 있는 교사들과 아이들, 그리고 다양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평소에도 약소층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잠깐 다뤘었고 다음에도 또 다루겠다.


다시 모든 학생 전체를 두고 바라보는 코로나의 본질은 "변화"다. 특히 외적 요소에 의한 변화, 즉 천재지변이라든지 사건사고로 인한 변화다. 고로 학생과 가정이 개별적으로  밟아가는 발달의 여정과는 달리, 모든 학생과 가정을 일률적으로 가격하는 변화인 것이다. 충격을 흡수하는 결과는 곧 다시 재각각이지만 말이다. 


가령 아이의 학창 시절이 나름의 학업 "커리어"라면, 그중에 일어나는 변화 (전학, 이사 등)은 아무래도 발생하는 장단점에 대한 학생의 적응을 요한다. 예를 들어 수업 진도 상태가 달라서 성적이 낮아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입시 성적이 중요한 나라일수록, 고학년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결정이겠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학생 가구에게 수업 방식의 전환이라는 충격이 가해진다면, 그리고 그 사건이 불가항력적이라면 오히려 전반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시되는 변화가 다소 실험적일 경우 왜 하필 그 실험을 자신이 속한 현세대에 감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이 일 수 있고, 실제로 정당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정당한 이기주의" 정도가 맞는 표현이겠다. 비슷한 의미로, 정치학을 뒤져보면 유권자의 정책 기반 투표를 연구한 것 중에 더 좋은 표현이 있을 것이다. 혹은,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찬성하는 안건이지만 (기업 윤리라든지, 세계 평화 같은 류의 것들) 실제로 실행하기에는 자원의 한계 내지 관성의 법칙 (그중 게으름도 분명히 끼어 있지만 절대 그것뿐인 건 아니다)이 가로막아 왔다면, 지금이야말로 추진력을 얻기에 제격인 시점일 것이다. 거대한 개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건 주로 실패한다). 일상적 당연함에 발상의 전환이 하나라도 더해진다면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오늘의 기사는 코로나가 던져 올린 작은 공, 그중에서 공교육 학교 수업의 디지털화를 부분 발췌, 번역한 것이다. 특히 독일 대도시의 학부모 위원회 대표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기사다. 위원회와 대표의 사상이나 성격을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어느 정도 논의된 다수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걸 가정한다. 만약 내 가정이 틀리다면 대표를 새로 뽑아야겠지.


Q: 본인이 두 취학 아동의 어머니시죠. 학교 없이 3주를 어떻게 버티셨나요?

A: 중고등학생들이죠. 요즘 재택근무를 하기에 감당됐지만 쉽진 않았어요.


Q: 학부모 위원회가 받게 되는 피드백을 보면 가정들의 홈스쿨링 현황이 어때요?
A: 많은 학부모들에 의하면 과제를 대부분 이메일로 수신한다고 합니다. 그중 어떤 교사가 언제 과제를 내주고 기한은 언제인지에 대한 규칙이 없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집에 프린터나 스캐너가 없는 아이들도 많고요. 기본적으로 저희 학부모 위원회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빠르고 간편한 디지털 수업을 가능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Q: 학교들이 현상황에 매우 다르게 대응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맞나요?

A: 부활절 방학까지 폐교한다는 공식 결정이 3월 13일에 선포된 직후, 학교들은 개별적으로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단기간에 꾸린 해결책을 제공했죠.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어요. 지난 세월 간 정치권이 늦장을 부려온 부분들이 드러나는 순간이죠. 학교와 교사 중에서 디지털 원격 수업이 가능한 건 극소수예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사의 미흡한 준비 탓이고, 그래서 현재 디지털 수업에 대한 벼락치기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한 문제는 통일된 수업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며, 현존하는 인터넷 교육 서버는 커진 수요를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Q: 전화 통화처럼 아날로그 방식도 있죠. 그리고 개인적 이메일 정도는 누구나 가능한 기술이고요. 교사가 더 적극적이어야 하나요?

A: 학부모 위원회가 파악한 바로는 교사와의 교류는 예외적이에요. 어리거나 이민자 출신 학생들에게 중요한 요소이죠. 반면에 교류를 추구하고 정기적으로 전화해오는 교사들도 있어요. 그건 좋다고 보고 모든 학생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해요. 특히 가정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그렇습니다. 


Q: 최근에 모 학부모 단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을 무료로 배포하자는 제안에 학부모 위원회는 반대했죠.

A: 네,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것과, 제품을 떠나서 디지털화란 더 넓은 영역이라서, 예를 들어 집에 인터넷이 없고 각종 기기가 없는 가정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배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Q: 학부모 위원회의 제안은 무엇입니까?

A: 어떤 제품을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중심적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여 모든 교사와 학생 간의 교류를 위해 쓰는지예요. 정보보안에 대한 정확한 규율들을 이미 준수하는 공공 포털이 좋고, 헤쎈 주 (독일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주)의 학업 포털이 그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이곳의 용량을 빨리 높이고 모든 학교에게 연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장기적 솔루션으로 하루빨리 시행되면 좋겠네요.


Q: 방학 동안에 학교, 행정, 교육정책가들은 어떤 과제를 해결하면 좋을까요?

A: 앞으로 며칠간 결정권자들은 지난 몇 주의 경험들을 평가하면 좋겠어요. 학부모 위원회가 요구하는 바는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수업에 대한 통일된 전략으로서, 수업 기획, 피드백 문화, 과제 증명, 채점 기준, 졸업 시험에 대한 것입니다. 한두 가지의 교육 플랫폼에 대한 분명한 추천이 필요하고 정치는 이들을 지원하고 확장해야 해요. 또한 비공개 그룹 내에서의 화상 미팅과 서류 교환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엄수하는 솔루션이 필요해요. 이 모든 것을 개별 가정의 기술적 상황을 고려하며 고심해야 해요. 가정 상황 때문에 단 한 명의 학생도 도태되면 안 되고 교육 정책의 의무는 모든 학생에 해당됩니다.


학부모 위원회가 어떤 권력을 가졌는지 잠깐 찾아보니 교육법에 학부모 위원회의 관활이 명시되어 있고 이는 여러 의견 피력의 방법이 있다는 걸로 표현된다. 여기서 교사진과의 입장 차이는 학생들의 학업적 내지 개인적 발달에 대한 학교의 조치가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일어나는 것이며, 이때 마찰이나 질책이 일어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학부모, 학교, 교사, 정치, 정책 관련 종사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위기론" "지금이면 안된다"식의 말이 이전에도 가장 흔해져 버린 분야 중에서 교육은 탑에 속할 것이다. 그럴수록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한 발자국을 함께 포착하고 진행해야 하고 그것은 열린 마인드와 부분적 양보를 요하는 일이다. 


학부모 위원회를 떠나서, 아이디어의 교섭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마디 남기고 끝내자면, 전문가의 역할은 본인의 시야를 끝내 관철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혼자서 존대한다면 그래도 된다) 타협점을 빨리 찾아낼 정도로 한 분야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세상에 의견은 너무 많다. 의견이 부족해서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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