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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Apr 04. 2020

독일의 코로나 홈스쿨링은 계속될까?

3주 차 홈스쿨링 한 학모부 현장의 목소리

지난번의 기사가 왠지 내게 불만족스러워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더 있어서) 곧바로 다른 기사를 들고 왔다. 항상 그렇듯이 일부 발췌, 번역이다. 작가 엄마가 기고한 기사라서 그런지, 불확실한 시기를 3주째 대처하는 중인 학부모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 아무도 만족스럽게 이해하지 못하는 큰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해 불거지는 불확실성은 어쩌면 자녀의 학교생활처럼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영역일수록 더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나처럼 홀로 매일 재택근무하며 오늘이 며칠인지도 잊어버리는 사람은 모른다. 시간의 흐름은 어른에게 더 빠르다고, 세월이 화살 같다고 한다. 어린이의 시간은 뇌과학적으로도 흡수할 게 많아서 더 느리고 풍성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동시에 그들은 빨리 자라고 성장에 중요한 무수한 골든아워를 발달기 중에 거쳐간다. 홈스쿨링 하는 학부모가 그걸 제일 잘 알기에 교사와 학교, 정부에 대해 "차라리 이랬더라면..." 하는 때늦은 소원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지금이라도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건 다음을 위해서라도 의미가 있다.


나는 음모론 신봉자가 아니다. 케네디가 진짜 살해됐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타이타닉이 정말 침몰한 게 아닌지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하지만 내 두 딸과 함께 홈스쿨링을 3주간 했더니 증상이 나타난다. 나에게도, 내 딸들에게도. 살만 찐 것이 아니라.

홈스쿨링 3주째에 접어들자 든 생각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부활절 방학 후에도 학교가 개학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는 생각이 집념으로 변했다. 여름방학 후에도. 어쩌면 영영.

하지만 우리 학부모들에게는 마지막으로 알려줄 거라는, 그런 생각.

우리는 전혀 소수집단이 아닌데도 말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독일에 1140만 개의 자녀 동반 가구와 260만 명의 싱글 부모 가정이 있다. 그렇다면 몇 쌍의 부모와 몇 명의 싱글 대디, 맘인지는 계산하면 되지만 난 하기 싫다.

난 수학에 잼병이다. 9살, 12살인 내 딸들의 수학 숙제를 검사할 역량이 안된다. 가르치는 건 당연히 마다하고.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교사가 보내준 과제들을 가지 어찌할 줄을 모른다. 이런 새로운 역할에 쩔쩔매지 않는 학부모는 드물다. 교사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이 위로는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에 의하면 이렇다: "물론 지금 교사들은 홈스쿨링 교육학의 면도날 위에서 산책 중이야". 원격 수업에 대한 규정은 없고 트레이닝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4월 초에 전체 평가를 하기로 했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란다.

여름방학까지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라는 말은 도대체 언제 해줄 것일까?


상식적으로 계속 학교를 폐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베를린의 경우 강화된 통행금지는 이미 부활절 방학 끝까지 늘려졌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와 고모를 만나지 못하지만 일주일 후에 일상적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상상하기 힘들다.

현재의 조치들은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수는 계속 늘지만 느려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유의미하다. 집에 콕 박혀 있는 방법은 "먹히고" 있다. 전염병이 주춤하고 있는데 그 누구가 기여하고 싶지 않을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체 왜 아무도 이 말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인가? 왜 아무도 "친애하는 학부모 여러분, 계속 이럴 것임에 준비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가? 친애하는 선생님들이여, 그쪽도 준비해 주세요!

홈스쿨링은 언뜻 듣기에는 괜찮게 들린다. 재택근무도 가끔 하면 재밌다. 그런데 가끔이 3주로 변했다. 이태리에는 3월 초부터 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위한 인프라가 없다면? 모든 가정에 아이를 위한 컴퓨터가 있을까? 프린터기는 (칼라면 더 좋고!)? 부모가 재택근무 중인데 아이들과 컴퓨터를 나눠 써야 한다면? 그러면 재택 교대 근무가 되나?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혼돈에 대한 글들이 이미 많고 작성자는 주로 학부모다. 내 친구인 초등학교 교사가 동의해 준다. "정상 학교 일상에서도 구분과 선택이 제일 중요한데, 홈스쿨링에서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라고.

그녀는 최대한 학부모를 도우려 노력하고 다양한 환경에 대한 지지를 제공하려 한다. 실패하는 원인은 때로는 과제물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제공하거나, 때로는 필요한 프로그램 설치에 실패하는 학부모에 있다. "정상적인 학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모두가 새삼 깨닫는 중이야."


지금 쯤 윗선에서 정의를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의 홈스쿨"의 경우 교사, 학생,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집에서 학교와 동일한 교과과정을 실행하기란 그냥 불가능하다. 부모가 교사이지 않고서야. 아마도. 하지만 교사의 책임이 사라진 게 아니다. 아이가 있는 교사들이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직면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집에서 근무하고, 가르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매 끼니를 요리하고, 슈퍼에서 줄을 서고, 아이들과 그리고 혼자서 체육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다. 그것도 명랑한 정신으로.

내 다른 친구는 쾰른 시 인문계 중고등학교 (독일은 5-12학년에 해당) 교장이다. 첫째 주에 그녀에게 5학년 여아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서 긴급 돌봄을 해주시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아이가 자꾸 정강이를 걷어차서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고 말이다.

그건 첫째 주에 일어났고 솔직히 나는 웃었다. 3주 동안 집에서 아이 관리가 안돼서 긴급 돌보미에게 보낸다고? 3주 차가 되자 그녀에 대한 웃음이 줄었다. 내 딸들은 아직 내 정강이를 걷어차지 않는다. 아직은.

아직은 우리 함께 다양한 수업 포맷을 가지고 씨름하는 중이다. 교사들은 창의적이고 의욕적이지만 통일된 절차가 부족하다. 지켜야 할 규정이 없기에 모두의 접근방법이 판이하다.


친구들은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8시에서 1시 35분까지 원격으로 접속해 있어야 해서 과목을 차례대로 수업하는 학교, 혹은 20장의 과제물을 흐릿하게 스캔하여 보내와서 부활절까지의 짧은 시간에 다 해오라는 학교. 이런 게 학부모를 소란스럽게 한다. 내 아이는 이제 진도에 뒤처지는 건가? 특히 학업이 약한 아이들이 그렇다.

내가 아는 다른 부모들은 과목이 바뀔 때마다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바꿔야 해서, 재택근무를 하기는커녕 자녀들의 전산 해결자로 상시 대기 중이다.

자녀를 단순하게 돌보는 게 아니라, 수업 그 자체를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실행하는 것이니까. 부활절 이후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여기부터 양극화가 극명해질 것이다. 전면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학교는 이태껏 그러지 못한 학교에 비해 크게 유리할 것이다.

디지털 문물을 통한 수업을 유독 어려워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들의 능력과는 별개다. 그래도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다. 학업 성취의 상대비교는 원래도 힘든 취지인데 이제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어떤 아이는 계속 공부하고 다른 아이는 안 하거나, 느려지거나, 매우 힘든 상황에서 버틴다.

아이들에게 올해 방학을 3주 늘려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는지. 그동안에 국가 차원에서 교사를 홈스쿨링에 대비시키는 것이 어땠을는지. 수업 목적과 방식을 하나로 정하고 플랫폼을 개별 학교 내에서라도 정하면서. 만약 그렇게까지 했는데 3주 후에 코로나가 끝나버렸다? 그렇다 해도 잃을 것은 고작 3주의 학교 수업이었을 텐데.

적어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하여 교사들은 교육을 받고 규정을 정했을 것이다. 미래에 점진적으로 확장 가능한 시스템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기반을 3주 안에 쌓을 수 있었을까? 너무 꿈꾸는 소리인가.

모든 아이들이 3주간 방학을 더 받았다면 우리 모두가 이런 자문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마음 편히 놀며 우리와 싸움도 덜했을 것이다. 또, 모두가 동시에 수업을 안 들으니까 서로 간의 성취 비교가 어느 정도 유지됐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정부 각 부처들이 이미 한참 전에 결정을 내렸다고. 부활절 이후로도 학교를 폐쇄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래야 독일 내의 확진을 늦추고 보건 체계의 붕괴를 막는다고.

하지만 학부모에게는 쉬쉬해야지? 교사들에게도!

정해진 기한이 생긴다고 홈스쿨링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계획성이 내게 필요하다. 단순히 미치지 않기 위해서.


중간에 기사가 조금 길어져서 생략했지만, 다음을 위해 대비할 장치들이 이 글에 종종 등장한다. 특히, 홈스쿨링 체제를 위한 교사 교육 실행 및 규정을 통일을 위한 발 빠른 중심부의 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 독일은 연정 국가 체제라서 장단점이 있지만 이처럼 중앙에서 지시하는 결정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당장 앞으로의 수업 운영 정책에 대한 소통이 정부의 타 지침들과 아주 조화롭지는 않아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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