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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Jan 25. 2020

독일과 한국의 교육열은 다를까?

언론을 통해 보는 시야 차이 내지 공감

나도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재미있게 봤지만, 한국에서 유-초-중-고 과정을 겪은 적은 없다. 하지만 매체를 통해 보아 온 한국의 교육은 친숙하다. 신기하다기보다는 흥미롭고 궁금하다. 방법과 목적 면에서 왜 저러지 싶은 것도 많지만, 근본적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사생 시절, 주말마다 동양권 학생들만 대학원에 덩그러니 와 있던 게 생각난다. 물론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무엇보다 독일인이 보는 한국 교육은 신기할 것이다. 때에 따라 기괴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학교 교육은 느슨하다.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 이게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이 아니라, 많이들 알다시피 독일의 학교는 일찍부터 계열이 어느 정도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98년도에 이사하기 전까지 계열 통합형 학교를 잠시 다녔었다. 한국으로 치면 초5-6에서 중1-2까지를 인문 및 실업계 학생들과 같이 다닌 셈이다. 학교는 꽤 컸고, 정글에 온 느낌이 약간 났었다. 약간 험하지만 다채로운.


확실한 건 이후에 다닌 인문계 중-고등학교에서는 인종이나 사회적 다양성이 덜한 대신 잠재된 갈등도 덜했다. 이것도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닌 것이, 그중에서도 말썽 피울 애는 피우고 고립될 애는 고립되지만 조용히 혼자 타락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식이었다. 시끄러운 파국과 조용한 파국의 차이쯤 되려나. 어쨌든 다소 평균 연령이 높던 선생님들 중 몇 명은 어딘가 삶을 포기한 듯 보였고 어린 마음에도 좀 딱해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상태가 학생들 탓은 아니었다. 아무리 얄미운 짓을 해도 순한 학생들이었고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부유한 외각 동네라서 크게 탈선할 길이 없었다. 독일 특유의 리버럴 한 문화를 차치하고 말이다. 학교 내에, 정문도 아닌 건물 입구 바로 앞의, 노른자라고 칭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학생들이 제지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구역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상상이 되는가? 그건 그냥 당연한 것이었다. 나름의 나이 제한은 있었다. 


그때 나는 친구를 다양하게 사귀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복판의 실업계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민자가 대부분이던 그들의 세계는 거의 무법도시 수준이었고 그때의 현장 체험에 기반한 강한 인상이 오늘날 교육정책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어느 정도 만드는 것 같다. 나도 같은 외국인인지라 "이민 사회 동지"인 타 외국인을 아주 남 일 보듯 할 수 없는 반면에, 내가 교과과정에 심하게 겪었던 어려움은 별개의 성격으로서, 개인적으로 통합보다는 영재 특화의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입장이다. 


오늘 가져온 기사는 좀 특이하게, 독일인이 한국의 교육 시장에 대해서 기고한 기사다. 저자가 남의 나라의 전체적 그림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까. 그가 전달하는 그림은 우리가 보기에 이질적일까, 기시적일까. 이런 걸 생각하며 보자.


젊은 사업인 윤 씨는 간략하게 사업 모델을 설명한다. "학생들이 공부할 때 녹화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집중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 수 있고 공부의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뚜렷한 음성이나 신속한 말투, 잦은 눈 맞춤 등이 높은 집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과 분석을 학부모님께 보냅니다." 아이들은 이로 인해 동기부여를 얻는다고 그는 말한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싶지 않은 아이는 없다며 말이다.


그는 원래 영어 교사였지만 3년 전에 창업을 했다. 그의 아이템은 외국어 교육을 위한 디지털 수업 프로그램이며 동시에 사용자를 녹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 "좋아 보이는 교육 서비스를 향한 구매 욕구가 굉장히 높아요." 그는 일 년도 채 되지 않아서 순익 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우선은 한국에서, 곧이어 해외에서도.


서울에서 개최되는 인베스트 코리아 위크에서 한국은 투자자를 위한 매력을 어필한다. 그중 교육 분야의 스타트업이 매번 튀는 편이다. 아이가 숙제를 다 했을 때 짧은 영상물로 보상을 주는 어플도 있고, 할리우드 스타의 음성으로 가르치는 디지털 외국어 강사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AI에 기반한 로봇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윤 씨의 제품인 비디오 감시를 겸한 공부 프로그램은 작년 11월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창업인들이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항상 같다. 대한민국의 사업 분야 중 교육 사업만큼 미래가 유망한 비즈니스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부유한 사회들을 관통하는 글로벌 트렌드가 교육이라면, 한국은 유난히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국제 교육 비교인 피사 리포트에서 한국은 정기적으로 정상위를 차지하고, 3살 이하 유아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교육 기관을 다닌다. 모든 학생의 3/4이 사교육 과외를 받는다. 학부모가 매달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은 평균 225유로로서, 중산층 가정 수입의 14퍼센트에 달한다. 좋은 교육이 경제적으로 편안한 인생으로 가는 길이라고 일반적으로 믿는다.


 역사 측면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은 전쟁통의 농업국가에서 30년도 지나지 않아 산업국가로 탈바꿈했다. 모두가 전반적으로 교육받고 훈련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경제 성장이다.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정리되었을 때, 한국은 주로 섬유제품을 수출했다. 그 후 화학과 중공업, 자동차 산업, 그리고 머지않아 가전제품이 발달했다. 한국 기업들이 저가 경쟁으로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오늘의 한국은 고급 스마트폰과 평면 디스플레이로 인정받는다.


한국의 이러한 성장은 국민의 교육 수준의 상승과 거의 평행으로 진행됐다. 1948년 이전에 태어난 한국인 중 약 40퍼센트만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십 년 후에 태어난 인구 중 약 87퍼센트가 초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난 한국인 중 대학 졸업은 인구의 11퍼센트였지만, 현재 25세 이하의 대졸 인구는 70퍼센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숫자에 해당한다.


최근에 들어서 교육 증가가 사회적 상승을 추월해버렸다. 오늘날 한국의 취업 시장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총 노동 인구 중 1/3은 장기 근로계약이 없고, 젊은 청년의 비율은 더 높기까지 하다. 청년 실업은 11퍼센트에 달한다. 미국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현재 젊은이들이 부모님 세대보다 잘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은 열 중 네 명만의 생각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 결코 수공업의 인기가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장기 근로의 확률이 아직 매우 높은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일어난다. 두려운 사회적 하강을 피하기 위해 명문대 졸업장과 학업 성취를 둘러싼 경쟁이 점점 심해진다.


한국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몇 년 전 정부가 과외 금지 시간대를 도입했을 정도다. 이후로 밤 10시 후의 과외는 금지다. 그와 상관없이 작년의 사교육 시장은 약 15억 유로에 달하며 기록을 세웠다. 사립대학, 개인 교사, 교육 어플 등읠 포함한 이 분야의 성장률은 연간 4퍼센트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 탓에 아이들의 인구수가 꽤 오래전부터 그대로인 걸 감안하면 더 놀랍다. 외동을 키우는 학부모가 많아졌다 보니 교육에도 투자하기 아낌없어지는 것이다. "영어 개인 교사로 일하던 시절, 매달 25회 과외로 학생 당 1000달러를 벌었습니다." 좋은 돈벌이었지만 동시에 불공정했다고 한다. "문제가 뭐냐면, 부모님이 부유하면 아이가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를 해요. 학교 수업 말고도 양질의 과외를 받기 때문이죠."


윤 씨의 말에 의하면 그는 특권층을 위해 일하기 싫어서 그만두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 플랫폼을 개발했다. 프로그램의 대화형 학습 방식에 더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카메라의 활용으로, 사용자를 계속 주시하며 본인의 얼굴을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거울 효과로 인해 사용자는 공부 중 관찰받는다고 느끼며 주어진 문제들을 최선을 다해 풀게 됩니다." 추가로 모든 개별 영상 분석 결과를 학부모에게 전달하여 아이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도록 한다. 이러한 형식의 교육은 소요 인원을 최소화하여 배달 18유로 정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하며 거의 모든 사회 계층에게 접근 가능합니다." 이미 개의 사용권을 판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 만족은 신규 고객 확보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이유로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용자의 부모님에게 프로그램을 판매하는데, 구매할 시 아이들의 공부 영상 촬영과 데이터 분석 및 사용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것이 본 취지라고 한다. "다른 맥락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부모가, 대신에 아이를 위한 좋은 교육을 받게 된다면 동의하게 되는 편이니까요."


처절한 싸움인 한국의 교육 시장에서의 승률을 높여주는 약속 대신에 자녀들의 생체 인식 데이터를 넘기는 것이 윤 씨의 사업의 핵심이다. 이미 2백만 개의 영상에 달하는 데이터는 전혀 다른 곳에 귀중한 자원으로 쓰인다. "이번 달에는 처음으로 연구 기업에 데이터 뭉치를 판매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산업이 생체 인식 데이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산업 분야도 저희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실제 비즈니스가 교육인지, 데이터 판매인지 윤 씨에게 물어보자,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영어 지식의 전달은 점차적으로 여러 길을 위한 통로가 돼요. 하지만 정말 큰돈은 이를 통해 창출하는 데이터에 있어요."


경쟁자들이 이걸 깨닫기까지 시간의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부모들이 많은 것을 허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어딜 가든 높다 보니까, 데이터 인권의 민감성을 기제로 해서 효율적으로 교육 인식에 대한 한국의 특수성을 전달한 걸로 보인다. 실제로 팔리는 데이터의 본래 소유자인 아이의 의사에 대해 불편해할 독일 독자도 있을 것이다. 유럽의 데이터 보호에 대한 자세는 강경한 편이기 때문. 그렇다 할지라도 기사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할 시민은 국적 불문하고 없을 것이다. 국가 소득과 경제 수준에 관계없이, 부유한 나라도 마찬가지로 자국의 교육의 문제와 미래에 대해서 우려한다. 독일은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의 2001년 결과에서 읽기, 수학, 과학 실력이 OECD 평균 이하로 나온 적 있고, 전국을 쇼크에 빠트린 전적이 있다. 그 이후로 엄청난 논의가 오가고 교육 관련 정책이 시급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2019년 결과에 의하면 큰 향상은 없던 걸로 보인다. 


여기서 특징은 학생의 사회적 내지 경제적 배경에 의한 실력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학생 중 가장 부유한 25퍼센트가 가장 가난한 25퍼센트에 비해 읽기 실력이 113점의 차이를 띄는데, OECD 평균은 89점으로서 독일의 약세가 부각된다. 게다가 더 벌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게다가 실력이 낮은 학생과 높은 학생의 분포가 학교별로 갈라지는 양상이 OECD 평균보다 심한데, 이는 학교 계열이 일찍부터 나뉘는 것의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독일은 한국의 교육열을 이해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부러워할 수조차 있다. 독일에서는 존재하기 불가능한 정도의 열정이자 단체적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행되는 교육열의 형태 자체는, 허나 다분히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특색이 강해서, 공감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여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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