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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Sep 06. 2023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행동

오늘은 안 되겠는데?


새벽 운동을 시작한 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새벽 4시 30분 기상, 운동, 오전 육아와 출퇴근, 저녁 육아 후 간단한 휴식, 그리고 오후 10시 취침. 절대적인 시간으로 보았을 때 17시간 30분을 깨어 있고, 6시간 30분을 잔다. 하지만 사람 몸은 기계 같지 않아서, 언뜻 보면 괜찮아 보이는 6시간 30분의 취침 시간이 조금씩 누적되자 피로가 쌓였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밤 시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식욕보다도 어마어마한 수면욕이 몰려왔다. 주말에 낮잠을 자는 식으로 모자란 수면 시간을 보충했지만, 지난 주말에는 남편과 나 돌아가며 개인 일정이 있어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피로가 쌓이고 있는 것은 새벽 6시 20분에 일어나고 있는 남편도 그리 예외가 아니어서, 나와 남편은 결국 밤 10시가 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 채 침대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삐-" 꿈도 꾸지 않은 한 밤이었다. 도대체 내가 뭘 듣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무의식적으로 알람인 걸 알았는지 시계를 손으로 지그시 눌러 끄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헐레벌떡 운동 채비를 했다. 몸이 뻐근했다. 이럼 안되는데, 생각이 많아지면 안 되는데. 기계처럼 몸을 움직였다. 피곤한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해서인지 몸을 과도하게 움직여 늘 하던 준비운동을 하며 통증을 느꼈다. 기지개를 켜듯 몸을 움직이며 정신을 깨우려 노력했다.


평소와 같이 러닝머신에 올랐다. 심박수가 오르자 '안돼! 못해!' 하는 마음의 소리가 꽝꽝 울려 퍼졌다. 그냥 내려갈까? 아니면 오늘은 좀 짧게 할까?

결심했다. 나는 버튼을 마구 눌러 속도와 강도를 최소한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안된다 안된다 하니 하루종일 아닌 것 같네(?)


힘들면 낮추고, 괜찮아지면 올리고. 겨우겨우 60분을 버텼다. 평소에 하던 강도의 반도 못 미쳤지만, 그래도 버텨낸 게 어딘가 싶어 뿌듯했다. 이렇게 겨우 하루의 한 챕터를 넘겼다.

아뿔싸, 내 운동을 끝나기만을 기다린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방 밖으로 종종거리며 나왔다. 나는 평소보다 좀 더 부루퉁한 태도로 애들에게 말했다. "말 걸지 마, 엄마 너무 힘드니까." 말을 뱉고도 아차 싶었다. 이 정도로 퉁명스럽게 말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부정적인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해서일까? 아이들은 유난히 더 보채는 것처럼 느껴졌고, 체력은 평소보다 더욱 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출근 준비만 하는 것도 벅찬데, 들숨에 질문, 날숨에 재촉을 하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건 더더욱 힘들었다. 오전부터 날이 선 듯한 말이 계속됐다. 다행히 비교적 아침 컨디션이 좀 더 좋아 보이는 남편이 아이들을 상대해 주었다. 나는 얼른 안방으로 들어가 심호흡을 했다.

하기 싫다, 하지 말까?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무언가 '더 하지 않을'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맥주를 마셔볼까? 내일은 늦잠을 자 볼까? 평소에 아껴두던 간식도 좀 더 꺼내 먹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았다.

왜일까? 그저 피로 때문인 걸까?


감정이 자리 잡기 전에 행동으로 새치기해 버리기


나는 생각이 많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때만큼은 잡념이 씻은 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운동이 힘들단 생각이 들자마자 때려치울 궁리를 59분 동안 해댔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루를 잘 시작하는 듯했지만, 계속해서 '아, 오늘은 피곤한데?' '오늘은 뭔가.. 일진이 별론데(그러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는 추측을 계속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가 생각보다 잘 굴러가고 있는 이유는, 그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전에 이미 행동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어나고 싶지 않아!(그런데 일어남) 운동이 너무 힘들어!(강도를 낮춰해 버림) 영어 공부 양이 너무 많아!(뇌를 빼고 했더니 어느샌가 완료해 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 천사와 악마가 뇟속 법정에서 마구 다투고 있는 동안 나의 학습된 육신이 기계적으로 움직여버렸고, 다행히 나의 고뇌와 번뇌는 (긍정적인) 탁상공론으로 끝났다. 하기 싫었는데, 해버렸네? 또는, 하고 싶었는데, 잘 참았네? 이것은, 정말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습관의 결과라고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그냥 하는 것, 그냥 하라는 말


겨우겨우 60분을 채우고 내려온 러닝머신. 아이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나는 아무 표정도 없이 소파에 앉아 양말과 신발을 벗었다. 마침 양말은 회사의 후배가 내 취미가 달리기인 것을 알고 선물해 준 나이키의 러닝 양말이었다. 'Just Do it.' 이제는 전 세계인의 슬로건이 된 나이키의 홍보 문구. 너무 전형적이기에 교과서적인 그 문구.

그냥 하라는 말.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며, 사연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나 역시도 '사람은 자고로 8시간은 자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무려 일어나면서 하고 있는데(움직이는 속도를 뇌가 못 따라간다는 뜻). 그럼에도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은, 미처 머릿속이 나를 방해하기 전 행동으로 이루어냈을 때의 성취감, 후회 대신 보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상쾌함 때문일 것이다.

움직이는 것, 행동하는 것이 먼저다. 생각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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