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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Sep 07. 2023

새벽 기상 새내기의 소회

새내기 새벽 기상러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을까?

새벽 기상 4주 차, 양심 고백합니다


새벽 4시 30분 기상을 시작한 지 정확히 4주가 되었다. 4주라니! 마음 같아서는 반년은 지난 것 같은데 매일매일 하루를 꾹꾹 눌러 담다 보니 28일이 얼마나 알찼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지난 4주 간 나의 마음가짐 또한 크게 변한 것 같다. 일단, 많은 것들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미루기보단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시도해 보자는 배포가 생겼다. 유혹에 넘어가는 일도 많이 줄었다. 예전엔 '하루 정돈 뭐 어때?' 하며 손쉽게 어겨버렸던 스스로와의 약속들을 지키는 힘도 많이 커졌다. 이렇게 보면 기상 시간을 당긴 것은 내 인생 신의 한 수라고 보아도 될 것 같을 정도다.

그런데도, 오늘 새벽 일어나는 나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나... 이렇게 계속 일어날 수 있을까?


습관의 지속성을 고민하다


'앞으로는 못할 것 같은데...'가 아니다. 그저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여전히 매일매일을 '나 자신을 믿고!' 멋지게 기상하곤 있지만, 이러다 갑자기 뚝, 하고 습관이 끊어져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습관이 비단 기상 시간 당기기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일례로, 한동안 나는 매일 새벽 계단 뛰기를 했었다(걷기가 아니다). 매일매일 23층에 달하는 높이를 빠른 속도로 뛰면 3분이 조금 넘는다. 그렇게 매일 인터벌 연습을 했다. 운동 시간이 짧으니 평생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된 뒤, 나는 23층 달리기 2회전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난 뒤, 3회전을 시도하려던 차, 나는 갑작스레 그 습관을 그만두었다. 그것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부상 때문이었다.

아무리 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짧다곤 하지만, 발끝을 차올리며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 행위가 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내게 무리가 왔던 것 같다. 10년 가까이 함께 해 온 족저근막염이 재발해, 다시 발바닥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안 되겠다. 나는 그렇게 SNS '내일도 힘내자!'라고 쓴 글을 마지막으로 계단 운동을 중단했다.

그렇게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습관을 그만두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사서 걱정되는 것이다.


습관이 아닌 일과로 만들려면


아직까지도 내게 새벽 4시 30분 기상이란 특별한 행동에 가까워, 구태여 일수를 세고 있진 않지만 시작한 날을 기점으로 한 주, 두 주를 가늠하곤 한다. 이제 겨우 한 달을 채운 습관. 여전히 나는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다. 잘하고 있나? 오늘은 못 일어나겠다고 징징대는 건 아닐까? 너무 늦게 자면 못 일어날 텐데... 아직 잘 생각이 없나?

그것은, 내가 정착시키려고 애쓴 수많은 습관들 중 하나로 '그땐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났었지...'를 회상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이미 정착된 습관은 더 이상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일과'의 하나로 스며들 것이다. 우리가 출근을 위해 8시에 집을 나서는 것을 습관이라고 하지 않듯이, 7시가 되기 전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습관이 아니듯이, 본인 스스로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진짜 나의 일과가 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습관을 일과로 만드는 데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대학생 시절, 등하교가 자유로워 기상 시간이 여유롭던 시기를 벗어나 회사로의 첫 출근을 할 때, 꽉꽉 들어찬 만원 지하철을 타며 '이 짓을 평생 해야 한다고?'라고 생각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출산을 하고 초특급 새벽형 인간인 아이들을 키우며 새벽 5시 30분마다 시끌벅적해지는 집안에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날들이 6년이 넘어간다면? 그것은 이미 일상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날까지 매일매일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즐거움과 보람


둘째가 흐느끼는 소리에 불현듯 잠이 깼다. 환절기 감기로 쉴 듯한 목소리로 우는 것이 안타까워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둘째는 인형과 이불을 잔뜩 그러안고 안방 앞에 앉아있었다. 아이를 달래 물을 먹이고 볼일을 살펴봐준 뒤 아이 방에 눕혀주었다. 다시 잠기운이 드는 아이를 보며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았다. 새벽 12시 20분. 앞으로 4시간은 더 잘 수 있겠구나.


알람 소리 세 번만에 눈을 떴다. 4시간 전에 일어났던 기억이 났다. '하 참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뒷말 생략)' 이상하게 행동이 굼떠지는 것이 느껴져 괜스레 더 서둘렀다.

어제는 텐션이 잘 오르지 않았어. 오늘은 좀 더 기운 내서 운동해야지. 평소보다 물을 더 든든히 마신 후, 러닝머신에 올랐다. 기분 좋게 굴러가는 베어링, 이어폰 속의 쿵쾅거리는 음악 속에 나는 금세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60분이 지나고, 아이들이 나온다. 여느 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를 것 없는 하루', 그것이 중요하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5시 55분에 아이들을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 그것이 바로 나의 진짜 일과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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