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A, 다이어리 B, 엑셀, 블로그를 불문하고 신변잡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요즘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정기구독한 이북 플랫폼에서 각종 시간관리에 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예스24 북클럽을 쓰다가, 리디북스에 읽고 싶던 책이 있어 한 달간 구독한 김에 리디북스에서도 책을 좀 읽어보고, KT에서 장기구독 쿠폰으로 밀리의 서재 1달 이용권을 주기에 처음으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꽤나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예스24는 솔직히 책이 많았다고 말하기 힘들다).
데일리루틴 만들기, 저녁루틴 만들기 딱 1년 계획적으로 살아보기 등 마치 전단지를 훑어보듯 빠른 속도로 읽어내고, 한창 핫했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오늘 읽기 시작했다. 이미 5시 30분 기상을 2017년부터 실천 중이던 나는 의식적으로 그 책을 피하곤 했는데, 웬걸 마치 신도가 된마냥 '나는 꼭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할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그래, 난 원래 아침형 인간이었어!
사실 난 누가 봐도 아침형 인간이었다. 남편은 내가 7시를 넘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신혼집을 구하기 전 오피스텔에서 함께 살던 시절, 나는 늦잠 자는 남편이 깰 새라 집 근처의 이른 오픈을 하는 카페에 가곤 했다. 새벽 일찍 헬스장을 가는 것도 좋아했다. 특히 나는 원래 새벽운동러였다! 나에게 운동이란 어느샌가 필수 루틴 같은 것이었고, 어떻게든 새벽 일찍 짬을 내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육아와 새벽운동은 함께 설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시나브로 '그래 저녁에 운동 좀 하면 어때!' 하고 나 자신과 타협을 했고, 결국 저녁에 틈틈이 운동을 해야만 했지만... 마음속에 마치 구호처럼 '원래 운동은 새벽에 하는 것'이라고 남아 있는 것이다.
다시 새벽에 운동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새벽운동을 다시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장 올해 초만 해도 '공복 운동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에 서너 번 아침 운동을 했으니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이 깬 상태에서 했다는 것이다. 잠귀가 밝은 우리 집 아이들은 새벽 5시 30분이면 자동으로 눈을 뜬다. 내가 5시 15분에 일어나 러닝머신을 켜면 "삐삐-삑~" 하는 소리를 알람 삼아 귀신같이 튀어나왔고, 처음 그 광경(?)을 경험한 날 나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눈앞에 두고 운동하는 것은 마치 도로에서 로드바이크를 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온 신경을 뒤에서 쫓아오는 차에 두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이들은 러닝머신 주변에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고, 나는 행여 베어링에 아이들이 닿을까 봐 식은땀이 흘렀다. 그 정도 나이가 지났음을 알고 시작을 했는데도 그리 안전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운동하는 나를 앞에 두고 싸우면 빽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 기분이 자못 유쾌하지 않았기에, 공복 운동 프로젝트를 100일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말았다.
새벽운동, 시간이 문제였어? 그럼, 일찍 일어나 주겠어
다시 오늘 읽었던 책으로 돌아와서,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 다시 시작한 내 새벽 운동이 실패한 이유를 다시금 곱씹었다. 내가 5시 15분에 일어나서 운동을 해도 아이들이 일어난다면, "더" 일찍 일어나면 어떨까? 그 말을 했을 때 첫째의 말을 들은 나는 원론적으로 아이에게 미워 죽겠다고 말했다. "그럼 나도 그때 일어나야지." 도대체 내가 누구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겠다는 미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놈이 진짜로...
원래 계획은 세울 때 제일 자신 있는 법이지. 마치 당장의 나는 앞으로 매일매일 잘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내가 나의 개인적인 계획을 이토록 장황하게 쓰는 것은, 나의 계획이 그저 꿈으로 지나지 않기를, 이번에는 진짜 '일과'로 삼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생기며 인생의 많은 플랜을 수정해 와야 했고 나의 운동 계획 또한 그중 하나였지만, 그리고 혹여 내일 못 일어나서 또 일을 미루면 어때. 그럼 이젠 '역시... 난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해.'라고 다시 계획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