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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Aug 17. 2023

한 시간만 버텨줘

새벽 운동 시간을 60분으로 잡은 이유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전날 밤은 못내 지쳐 있었다. 남편은 주에 한 번 이상 야근을 했고,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야근 잘하고 와! 저녁 잘 챙겨 먹고." 남편의 야근 시간은 천차만별이었다. 몇 번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자기 전에 들어왔지만, 그만큼 많은 경우에는 내가 잠들기 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즉 한 마디로 꼽기가 어렵다. 나는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는 대신 철저한 퇴근 후 독립 육아에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을 재우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드르렁~" 스스로가 고는 코골이에 번뜩 잠에서 깨곤 벌떡 일어났다. 첫째는 오늘도 잘 자고 내일 새벽도 잘 자야 한다는 주문 같은 나의 이야기에 '자장가도 끄지 말고, 수면등도 끄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해서 나는 그러마 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잠든 방안은 어스름한 빛이 감돌고 있었고, 은은한 자장가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적절한 수면 환경.


다만 그렇게 달콤했던 쪽잠 덕에, 그날 밤 또한 입면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 사이 또 잠에서 깬 둘째를 다시 방으로 들여보냈다.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 나는 애써 자는 척했다. 그때까지 잠이 들고 싶었었는데.


어김없이 새벽 4시 30분이 되었다. 삐빅 - 하는 알람소리에 맞춰 기계처럼 몸을 일으켰다. 나의 하루가 마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하루를 타임랩스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알람 소리에 기상, 졸면서 보내는 업무 시간, 아이들에게 뒤통수를 맞으며 보내는 퇴근 후 육아, 정신없이 빠져드는 수면... 아니지, 이런 삶만 사는 주인공은 드라마에 나올 수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 내가 새벽 4시 30분의 시계를 확인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렇게 불현듯 '그래, 4시 30분에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한 게 겨우 일주일 전이라니, 아직까지 진정한 습관이 되려면 두 달은 더 걸쳐 있어야겠지. 올해가 갈 때까지 이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득하게, 찐득하게, 새벽 운동은 한 시간으로 정했다


이제 적당히 조용해진 <마이마운틴> 위에 올랐다. 요 며칠 꾸준히 운동했던 수준의 강도와 속도로 계기판을 맞췄다. 기분 좋은 엔진 소리를 내며 러닝머신이 굴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요 며칠 매일 운동을 했더니 다리가 근육통으로 뻐근해져 오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간의 시간을 버틴 후 속도와 강도를 낮추었다.


어느 정도 다리가 풀렸다 싶을 때는 자연스레 강도를 올렸고, 이른 새벽이니 약간 힘이 부친다 싶을 때는 고민하지 않고 다시 강도를 내렸다. 그렇게 나는 정해진 강도에 연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하며 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심박수 155를 거뜬히 넘어가지만, 오늘은 근육통으로 하반신이 뻐근한 탓에 강도를 낮추었더니 149~150 언저리의 심박수를 유지했다. 이 정도 심박수면 무리하지 않고 기분 좋은 유산소 운동이 가능하다(그 이하의 심박수는 내 기준으로는 너무 낮은 강도로 느껴진다). 마침내 60분을 알리는 알람음이 울렸고, 나는 운동기구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한 때는 나도 짧은 시간의 고강도 운동이 더 좋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마음이 아주 변한 것은 아니다. 우선 나에게는 남들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그렇기에 짧은 시간에 장기간 운동한 것과 같은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피를 토하는' 고강도 운동을 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이전에 내가 했던 새벽 운동들은 30분 남짓의 고강도 인터벌이었다.


심박수 165를 가볍게 넘기는 인터벌을 하고 나면, 30분의 운동이 끝나고 나서도 심박수가 쉬이 가라앉질 않는다. 장점은 짧은 시간에 고칼로리를 태울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힘들어 자꾸만 핑곗거리를 대며 미룰 궁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다시 새벽 운동을 할 때, 스스로 정한 것이 있다. 한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강도로 운동하기. 너무 힘들지 않아도 좋으니, 내 하루를 상쾌하게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정하기. 실제로 최근 나는 새벽 운동을 하며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너무 힘든 강도의 운동을 하면 주변이고 뭐고 보이지 않았을 터였다. 이미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몸에 짊어지고 있는데, 새벽 기상조차도 일정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하는 활동인데, 나 좋자고 하는 행동에서 고통받고 싶지는 않았다. 하물며 저녁 운동이었으면 좀 괴로워도 버틸 힘이 더 있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시간은 새벽 5시를 겨우 넘긴 시각, 구태여 피곤한 몸에 피로를 쌓고 싶지 않았다.


시간의 자유가 생기자, 나의 몸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한 시간만 버티자. 그럼 지금 당장 너무 힘들면 오히려 독이 된다. 적당한 텐션의 강도를 유지해야 지루하지도, 지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 보면, 오히려 더 강도를 높여도 버틸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면, 속도를 높일 수도 있고, 인클라인을 좀 더 올릴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하루의 힘이 생겨난다.


오늘 하루도 유의미한 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를 보낼 자신감이 한 뼘 더 커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간만에 깨지 않은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방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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