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춘추전국시대에서 발견한 마케팅 인사이트
새로운 회사가 있는 동네는 이제 막 산업단지가 지어지고 있는 곳이라 상업시설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곳입니다. 입사 첫날부터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이 동네는 식당 수보다 카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인데요.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저가형 카페, 개인 카페까지 다양한 카페들이 한 가게를 사이에 두고 분포해 있더라고요.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음료의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충분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카페가 오픈하면 고객을 단 1명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아메리카노 천 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 1병보다 커피 1잔을 더 싼 가격에 마실 수 있다니, 고객의 입장에서 좋으면서도 아이러니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카페들도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아메리카노 천 원 이벤트’ 받고, 여기에 ‘선착순 모닝빵 제공 이벤트’까지 더해 사람들을 유혹하곤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벤트에 혹해 새로운 카페에 가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원래 다니던 카페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새로운 카페가 생기면 회사 내부에서도 소문이 돌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거기는 맛이 없더라’ 또는 ‘마셔봤는데 맛있더라’는 식의 판정이 끝나고, 평가가 매겨집니다. 예를 들어, ‘자주 갈 카페’ 또는 ‘가끔 생각날 때 갈 카페’, ‘아예 근처에도 안 갈 카페’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개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팀, 회사에도 공동으로 적용되어 다수의 구성원에게 ‘자주 갈 카페’ 평가를 받은 카페는 거의 매일 방문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신메뉴를 보여주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면 하루, 이틀 정도는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에 끌리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결국 찾는 것을 ‘맛있는’ 커피인 것 같습니다. 커피 가격이 만 원, 10만 원이 아닌 이상 커피의 본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마케터의 관점으로 보면, 결국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제품과 서비스는 본질에 충실하며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즉, 화려하고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한 두 번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니즈, 문제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B2B 마케팅에 적용한다면
첫째로, 우리의 고객이 일을 하면서 겪는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고,
두 번째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우리 제품의 성능을 계속해서 노출하는 것
물론, 경쟁사 제품의 싼 가격이나, 네임밸류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성능을 꾸준히 보여주고,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게 만든다면 그 어떤 마케팅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