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갓생]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채널에서 갓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갓생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이 합쳐진 말로 남들보다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한때는 나도 갓생을 꿈꿨고, 실제로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부업도 하다가 출근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갓생을 살아도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너무 많았고 소위 말하는 ‘월 1천만 원 벌기’, ‘20대에 1억 모으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갓생을 살아도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꿈꿨던 삶과 점점 멀어지는 괴리감에 열심히 사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침 바빠졌던 회사일을 핑계로 ‘갓생 살기’를 내 삶에서 멀리 던져버렸다.
언젠가부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잘 때까지 릴스나 숏츠를 보는 삶에 익숙해졌다. 일주일에 3번씩 갔던 운동은 1번으로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안 가는 주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바쁘다’는 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갓생’을 포기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야근을 밥 먹듯 했던 바빴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예전의 갓생으로 다시 돌아가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한 번 깨진 루틴을 되찾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꼭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자야지’ 다짐했지만 매일 밤 핸드폰을 보다가 잠들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핸드폰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갓생을 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꾸짖고 자책했다.
그러다 ‘갓생을 살아야만 가치 있는 삶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 대해 나보다 진심인 사람은 없다. 내가 갓생을 살지 않는다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남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뿐이다.
나는 남들과 비교하는 갓생 살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누가 더 '갓생'을 사는지 우위를 다투는 경쟁에서 벗어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갓생 살기'가 아닌 '갓생이 아닌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글을 쓰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지 않아도 괜찮고,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자기 전까지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 주말에 한 것이라고는 점심 한 끼 차려 먹은 것이라도 괜찮다. 조금 덜 열심히 살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