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년 동안 대행사에서 AE로 일을 하다가 올해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을 하였는데요. AE로 일하면서 했던 마케팅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아예 새롭게 경험한 일들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광고주가 되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다르게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와 많은 야근으로 2024년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크게 성장했기에 제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회고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브랜드 마케터 성장 = 회사의 성장
제가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광고 데이터, 콘텐츠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서 회사의 목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기획할 때에도 '어떻게 하면 조회수가 많이 나올까?'보다는 '조회수가 낮더라도 신규 리드를 확보하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장인 것 같습니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에도 이 일이 회사의 목표에 기여하는가를 고려하는 저를 모면서 '새밍, 너 브랜드 마케터가 다 되었다'라고 스스로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이렇게 회사의 목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되, 좀 더 멀리, 더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실 저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AI나 기술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없었습니다. 뼛속까지 문과생인 저는 코딩의 ‘코’ 자만 들어도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다 IT 회사, 그중에서도 어려운 딥러닝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일을 하면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기술에 대한 깊은 스터디 없이 겉핥기식으로 정보를 습득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리의 기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니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2025년에는 IT, 기술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개발자나 전문가처럼 깊게 알 수는 없겠지만 똑같은 현상을 아무 생각 없이 둘러보는 것과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을 확실히 다를 것입니다.
혼자 하는 마케팅은 어디에도 없다
이 회사에 면접 볼 때, 입사하게 되면 어떤 부분이 걱정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저는 ‘광고주나 외주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 내부에서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었는데요.
제가 예상했던 대로 브랜드 마케터는 내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과장이 아니고 마케팅팀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1개도 없었습니다. 제품팀, 국내 영업팀, 해외 영업팀 등과 매일 수십 번씩 커뮤니케이션하며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어색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업무를 공유해할 시점에 공유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논의가 필요 없는 업무를 가지고 많은 커뮤니케이션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가끔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라 일의 진행이 더딜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듣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역량을 쌓아 나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떤 업무를 어느 시점에게, 누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아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처음 입사 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나무보다 숲을 볼 수 있는 마케터가 되자
지금 제가 속한 마케팅팀은 2024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2~3명의 인원으로 20개 내외의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처음으로 회사 자체 웨비나도 열었고, 동시에 온라인 채널 운영과 영업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업무도 수행해야 했습니다. 1년 동안 눈앞에 있는 일들만 쳐내는 데에만 해도 눈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저희끼리 농담 삼아 ‘하루살이’처럼 일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할 세도 없이 눈앞의 나무만 보면서 달리다 보니 원했던 곳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내가 어떤 나무를 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실행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있는 곳에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널리 내다보고 정확하게 조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나무만 보지 않고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마케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길을 잘 못 든 동료가 있다면 길을 알려주고, 또 제가 샛길로 가고 있다면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과정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2025년을 마무리할 때쯤에 정상은 아니더라도 정상 근처에라도 서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2024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2025년에는 좋은 일만 생기시길 바라겠습니다! 2025년에도 B2B 마케터의 성장기는 계속 연재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