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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Jul 12. 2023

영화 <연애빠진로맨스> 제작기

이제와서 회고해보는...

 영화 제작자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제작자의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영화 한 편을 제작하다보면 어느새 진흙탕에서 구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진흙이 나인지 내가 진흙인지의 지경까지 가고야만다.

 트웰브져니는 운이 좋게도, 2019년 <연애빠진로맨스>의 기획개발투자가 성사되면서 본격적인 영화 제작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연애빠진로맨스>의 메인 투자가 성사될 즈음 <롱디> 투자 계약도 동시에 진행되어 창업 이후 두 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제 가열차게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할 때인데, 두 편의 영화 제작으로 번아웃이 온데다 영화/드라마 시장의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어 제작자가 콘텐츠 제작을 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았다. 


 이제와서 <연애빠진로맨스>를 회고해보자면, 내게 그 힘은 빠심이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는 정가영 감독에 대한 열정이었다. 당시에 나는 로맨틱코미디 장르 영화의 감독을 찾고 있던 차에 <비치온더비치>를 극장에서 관람하고 바로 그녀가 내가 찾던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어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당시 정가영 감독님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시던터라 본인이 쓰신 글을 많이 보여주셨었는데, 그 중에 <밤치기>라는 작품이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감독님의 첫 작품인 <비치온더비치>가 초저예산으로 촬영되었던터라, 조금만 도와드리면 독립영화 제작이 가능할 것 같아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레진 엔터테인먼트를 연결시켜 드리고 일부 스태핑과 보충 촬영을 도와 드렸다. 


 결과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비젼 감독상 수상! 감독님이 <비치온더비치>와 <밤치기>를 비롯한 여러 단편들을 통해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상업 영화의 투자와 캐스팅에 좀 더 힘을 받게 되었을 때 마침 <연애빠진로맨스>의 초고 <서른>이 나왔다. 

 감독님이 내게 준 첫 <서른>은 열 페이지 남짓의 분량이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남녀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내용이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연애빠진로맨스>의 프로듀서가 된 당시 CJ E&M 임은정 PD에게 보여주었더니, 마찬가지로 무척 흥미로워했다. 다만, 상업 영화의 얼개가 갖추어있지 않다보니 현재 상태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하여 왕혜지 작가를 섭외하게 되었다. 정가영 감독의 원본에 왕혜지 작가가 영화 플롯을 잡아주는 터치를 더해 <서른>의 트리트먼트가 완성되었고, 이 트리트먼트로 CJ E&M과의 기획개발 계약이 성사되면서 <연애빠진로맨스>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는. 


 이후 <서른>이 <우리,자영>이 되고, 결국은 <연애빠진로맨스>가 되는 과정에는 CJ E&M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니 모두 감사하고 기적같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꿈의 무대인 백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기억은 평생에 남을 추억이 되었다. 


심지어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고요!!!

 

 폭풍같은 두 편의 영화 제작이 끝난 이 시점에서 초심을 돌아보니, <연애빠진로맨스> 제작 초창기와 같은 열정을 갖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자인 나도 그렇지만 함께 참여한 감독, 프로듀서, 전종서/손석구 배우님, CJ E&M 관계자 및 스탭분들 등 정말 많은 분들의 열정이 똘똘뭉쳐 만들어졌다는 생각.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회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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